2023.7.21. (金曜日) “태권도跆拳道”
나는 오늘 천안 선문대학교에서 세계 태권도 청도관 연맹교육에 참가하였다. 세계시민기구 총재이신 곽영훈 회장님께서 한달전에 태권도 철학에 관한 강의를 부탁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 2년동안 태권도를 배웠고, 지난 3년동안 부천 태풍태권도 학생들에게 영시를 가르친 것이 전부인 나에게 그런 부탁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러나 곽회장님의 부탁이라 무조건 수용하였다.
곽회장님께서는 10대부터 태권도를 수련하셨고 공인 9단 (청도관)을 획득하신 대표적인 태권도인이다. 1962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신후, 88서울올림픽을 종합계획하시고 2012세계박람회 여수시유치위원장을 역임하셨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1999년 박사학위를 거의 마칠 시점이었다. 그는 하버드 종교사회학교수인 하이비 콕스와 종교정책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건축과 환경을 공부하신 분이 그 후에 정책학, 교육학, 그리고 종교를 깊이 연구하는 특별한 분이시다.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곽회장님께서 거주하고 계신 장충동 버티고개에 도착하였다. 어제까지 그렇게 많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이젠 숨을 제대로 내쉬지도 못할 만큼 후덥지근했다. 우리는 대회가 개최된 천안으로 가기 전에 한 기사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점심때라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를 양해를 구하고 한 기사분이 식사하고 있는 자리에 앉아 비빔밥을 주문하였다.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 톨의 밥풀이나 반찬도 남기지 않고 후딱 점심을 해치웠다. 곽회장님은 어디서나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아시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그가 한 기사 식당에서 보여준 태도가 지난 70년동안 태권도를 수련한 분의 품격이라고 생각했다. 운동 고수나 종교 고수를 판별하는 기준은, 그가 불편한 상황에서 하는 언행을 보면 된다. 곽회장님은 천안으로 빨리 내려가야하는 상황을 바로 포착하고 식당 구석, 카운터 옆 자리이며, 에어콘 앞 자리에서 식사하고 있는 기사분에게 말을 건낸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앞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식사중이신대 죄송합니다.” 그 기사님은 땀을 흘리며 삼계탕을 드시는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곽회장님의 정중한 부탁을 듣고 기꺼이 우리의 동석을 허락했다. 우리는 비빔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 한톨도 남기지 않았고 반찬도 모든 깨끗하게 비웠다. 정말 최고의 음식이었다.
그가 나를 외국에서 오는 청도관 사범들이 모임 성격을 잘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4주 전, 자신의 태권도 철학 정신을 담은 TKD Alchemy라는 프린트물을 보내며, 외국에서 온 사범들에게 태권도에 관한 철학강의 부탁했다. 그 이유는 한국에 태권은 있지만, 태권의 이론이나 도를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TKD Alchemy를 기반으로 간단명료한 태권도 철학을 기술하기를 부탁하였다. 나는 오는 내가 강의해야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태권도에 깊이 관여해온 사람이 아니기에 사실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몰랐다. 내가 오늘 강의를 곽회장님과 대화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말하고, 내가 마련한 노트를 보여주었지만,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수련전에 함께 암송할 수 있는 주기도문과 같은 만트라를 요구했던 것이다,
나는 이전에 태풍태권도 사범님의 요청으로 다음과 같은 문구로 태권도 정신을 정리한적이 있다. 이 문구는 현재 태풍태권도 수련장에 게시되어있다. 태풍 태권도 수련장 중앙 화이트 보드 왼쪽에 위대한 개인이 되기 위한 삼단계를 다음과 같이 썼다: 위대한 개인Great Individual 1. 자기 발견 Self-discovery; 2. 자기 극복 Self-overcoming 3. 자기 실현 Self-realization
수련장 중앙 화이트 보드 오른쪽에는 수련생들이 암송해야할 다섯 가지 원칙을 썼다. 일부는 이정은 사범님의 요청으로 수정된 내용이다: 1. 저는 남이 아니라 제 자신과 경쟁합니다. 2. 저는 이 세상에서 보길 바라는 변화가 되겠습니다. 3. 고난과 시련을 과정으로 여기고 도약하겠습니다. 4. 변화와 성장의 주인공이 되어, 나누며 살겠습니다. 5. 친절, 배려, 인내, 용기, 감사의 태도를 수련하겠습니다.
나는 이 정도 문장보다 간결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싶었지만, 완수할 수 없어 곽회장님의 노트에서 몇몇 개념들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곽회장님은 우리가 사는 시대를 ‘우리위분宇理位分’시대라고 정의한다. 수련자는 우주적인 존재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독특한 경험이 형성한 자신의 위치에서, 그에게 맡겨진 본분을 인식하고 살아야한다는 철학이다. 태권도는 몸과 마음 챙김이다. 즉 신체단련을 통해 미몽한 상태의 정신을 일깨우고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영혼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독특하게 태권도 훈련의 삼단계를 명상-호흡-단련으로 잡았다.
장충동 버티고개에서 출발하여 천안에 있는 선문대학교까지 가는데 2시간 걸렸다. 교육이 시작되는 강단에 들어서니 복도에 프랑스에서 온 수련자들이 10명이 눈에 띈다. 이들은 모두 맨발이었고 도복을 입었다. 맨발인 이유는, 이들이 수련하는 이 장소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소와 시간이라는 자기결심의 표현이며, 도복을 착용한 이유는, 세상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태생적인 조건들, 예를 들어, 성별, 나이, 나라라는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구별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정체성, 몸 수련을 통해 정신과 영혼을 일깨우는 자기극복을 위한 순례자라는 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선언이다. 모세가 신을 만났을 때, 신은 그에게 발에서 샌달을 벗으라고 명명하였고, 길가메시가 영생의 비밀을 얻기 위해 지하세계로 여행하기는 준비로, 자신이 착용한 왕관과 왕복을 벗고, 상복을 착용하고 지하세계로 내려한다.
태권도 수련과 같은 무도에서 흰색바탕의 도복을 입은 이유는, 오래된 자아를 살해하고 오늘 수련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획득하겠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도들이 라마단 기간에 메카로 가기위해 ‘이흐람’Ihram이라는 의복을 입는 이유가 있다. 이흐람을 자신이 죽었을 때 입어야할 상복과 같다. 메카 순례를 통해, 새롭게 스스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결단이다.
이윽코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족히 80명이나 되는 외국인들이 강당에서 계명대 태권도학과 이선장 교수의 시범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이선장교수는 제7회 세계태권도대회 우승자가 된 후, 태권도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성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가 되었다. 그 옆에는 신병현 대사범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신사범님은 국기원 경기위원장이시면 장충동에 있는 세계시민기구 태권도장 사범이시다.
임보순 청도관 사무총장은 우리에 참여자들을 설명하였다. 이들은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영국, 아르헨티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타일랜드, 중국, 일본등지에서 청도관 태권도 사범들이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28명이나 왔다. 이들은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을 찾아, 자신이 선택한 태권도 수련을 통해,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순례자처럼 보였다.
외국에서온 대사범들은 강당 뒤에 하얀 플라스틱 의자에 앉고 다른 일반 사범들은 강당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강당 앞에 신병현 대사범, 곽영훈 회장, 나, 이선장교수가 앉았다. 곽회장님과 나는 그 자리에서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이들이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빌어 진행하였다. 맨 뒤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온 사범이 청도관 수련의 세 가지 요소중 ‘명상’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곽회장님은, 청도관 수련의 세가지 요소를 명상수련, 호흡수련, 육체단련으로 구분하셨다. 명성을 생각의 수련이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것은 주변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감사의 수련이고, 신체단련은 태권도 동작을 통해 자신의 몸을 다른 단계로 승화하려는 과정이다.
나는 태권도 수련전에 실시하는 명상을 출발선상에서 시작의 총성을 기다리는 육상선수의 마음가짐라 설명하였다. 명상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신이나 이데올로기에 미혹되려는 게으름이 아니라, 자신이 이 수련을 통해 가려는 목적지를 상상하고, 자신의 한 동작, 한 동작을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정성을 다해 훈련하겠다는 다짐이며, 총성과 더불어, 자기-변모를 위한 고통을 인내하겠다는 결의라고 말해주었다. 이들의 질문은 다양했다. 청도관과 국기원의 관계, 태권도에서 ‘도’가 차지하는 중요성, 청도관과 다른 관들과의 차이점, 주먹을 쥔 청도관 상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수련으로서 태권도와 올림픽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차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나는 이런 설명을 듣는 이들의 눈에서 감격의 눈물을 보았다. 프랑스에서 온 사범이 곽회장님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온몸을 떨고 우는 모습을 보고, 태권도이 이미 세계인의 마음 속에 정착했다고 확신하였다. 오늘날 세계로 뻗어 나간 한류, K-Culture의 원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곽회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굳건히 도약하기 위한 위대한 유전자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우리 고유의 무도武道인 태권도跆拳道이며, 다른 하나는 세상의 모든 소리, 심지어 동물의 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태권도과 훈민정음이 세계인들, 특히 무문자족들에게 전파되어, 문명을 깨우치고 정신과 영혼이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 오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날이 되었고, 내가 앞으로 헌신하고 싶은 분야를 찾을 날이 되었다. 그리고 곽회장님을 다시 발견한 날이다.
사진
<세계태권도 청도관 2023년 교육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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