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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21.(水曜日, 243/365, 샤갈산책) “닭의장풀”

2025.8.21.(水曜日, 243/365, 샤갈산책) “닭의장풀”

     

샤갈과 산책을 나갔다. 14살 샤갈에겐 하루가 7일이 아니라 70일이 되었다. 스토아철학자들이 조언한것처럼, 오늘을 샤갈과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산책이란 의례를 시작하였다. 지난해 샤갈은 집에 잘못 뛰어 넘어 들어온 고라니를 잡으려다, 오른 쪽 앞 다리가 골절되었다. 불구가 된다고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충남대 수의과 한교수님이 다시 걸을 수 있다고 말해, 그곳에서 큰 수술을 했다. 이제 많이 회복되어 가파른 산도 올리간다. 14살 샤갈은, 자기가 떠나면, 내가 운동하지 않을까봐, 나를 훈련시키기 위해 나를 끌고 산책을 나간다. 한달 전 오른쪽 뺨이 무언가 튀어 올라온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치아가 썩고 있었다. 다행히 다른 뼈로 전이되지 않아 발치를 했다. 오늘은 실밥을 뽑고 몸 상태를 전체적으로 점검받는 날이다. 아내가 샤갈을 데리고 대전으로 갈 것이다.

     

산책 전에 메리 올리버의 ‘제비꽃’이라는 시를 읽었다. 흔한 것 안에만 존재하는 특별하고 거룩한 것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Violets by Mary Oliver

제비꽃, 메리 올리버

     

Down by the rumbling creek and the tall trees-

Where I went truant from school three days a week

And therefore broke the record-

There were violets as easy in their lives

As anything you have ever seen

Or leaned down to intake the sweet breath of.

     

Later, when the necessary houses were built

They were gone, and who give significance

To their absence.

Oh, violets, you did signify, and what shall take

Your place?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와 커다란 나무들 아래에서,

저는 사흘씩 학교 수업을 가지않고 땡땡이를 쳤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신이 본 어떤 것보다도,

혹은 달콤한 향기를 마시려고 몸을 숙였던 어떤 것 보다도

그곳의 제비꽃들은 자신의 삶을 유유자적하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후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집이 지어졌습니다.

제비꽃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사라졌다고

그들의 부재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있을까요? 오, 제비꽃아! 너희들은 중요했어. 무엇이

너희들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올리버는 자연에서 우리의 눈길과 마음길을 바라는 꽃을 노래한다. 우리는 학교에 가서 생계를 위한 공부를 하지만, 메리는 3일씩이나 땡땡이를 친다. 자연이 인생의 참스승이기 때문이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숲으로 들어가 커다란 나무 밑에 자라나는 제비꽃밭을 보았다. 천국이다. 천국은 우리 주위에 있지만 우리가 생경한 눈으로 발견하는 시간이자 장소다. 그녀는 제비꽃들은 자신이 눈으로 본중에, 그리고 코로 맡아본 적에, 최고를 우연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만난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한다. 운명이란,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 중에, 나의 오감과 육감, 그리고 영혼을 사로잡는 대상이다. 메리는 사람들이 집을 지으면서 사라진 그 땅의 제비꽃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그녀에게 제비꽃은 시그니피컨트significant, 즉 중요했다. 중요한, 나에게 다가온 기호sign을 중요하다고 만드는facere행위다.

     

     

메리의 시를 읽어서 그랬는지, 길가에 핀 야생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꽃들이 그 무엇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있다. 생물들중, 인간만이 남들에게 보기기 위해 아랑곳한다. 자극적인 아랑곳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가을이 되었다고, 누구의 눈길도 바라지 않고, 저렇게 초연하게 피어날 수 있는가? 가을은 자신의 토양에서, 토양의 저 밑에서 끌어올린 자양분으로 자기 나름의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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