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13. (水曜日, 235/365, 장마) “시장에 누워있는 거대한 투나에게 바치는 노래”
- Chulhyun Bae

- 8월 15일
- 3분 분량
2025.8.13. (水曜日, 235/365, 장마) “시장에 누워있는 거대한 투나에게 바치는 노래”
내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실천교육교사모임 선생님들과 함께 영시를 함께 공부하는 포에트리 클래스 2025를 하는 날이다. 나는 한달에 한번 수업을 진행한다. 40분정도가 지원하셨고 30분 정도가 참석하신다. 줌수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바로 전 시간에 공부한 영시를 몇몇 분들이 암송한다. 암송을 통해서만, 그 시 안에 담긴 정서가 암송자의 심장에서 형성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준비한 3-4편정도의 영시를 번역하고 소개한다. 내 번역은 선생님들이 각자 스스로 감행해야할 번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이다. 시에 여백이 많은 이유는, 독자가 눈으로 읽고 입으로 낭송하고 자신의 귀로 경청하면서, 글자와 글자 사이의 침묵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시인들이 사후에도 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기원전 750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란 시로 서양문명을 창조한 호메로스는 장님이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담긴 노래를 그리스 알파벳으로 옮겨놓았다.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 참전에 회의 적이었다. 그러나 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덧없는 인생에서 영원히 살아남는 것은 명성이다. 그는 자신이 트로이에서 죽을 것이라는 운명을 알면서도 참전한다. 시인이라고 모두 이 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함께 공부할 시는, 20세기 최고의 명성을 지닌 칠레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노래한 시 세편이다. 그는 항상 일상으로 시작하여 그 안에 깃든 삶의 진리를 독자들 스스로 찾도록 유도한다. 우리가 공부할 첫 번째 시는 Ode to a Large Tuna in the Market다. 그가 시장에 갔다 발견한 얼음상자안에 누워있는 투나를 보고 영감을 얻어 다음과 같이 적었다.
Ode to a Large Tuna in the Market by Pablo Neruda
<시장에 누워있는 거대한 투나에게 바치는 노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Here,
among the market vegetables,
this torpedo
from the ocean
depths,
a missile
that swam,
now
lying in front of me lie
dead.
여기 좀 보십시오!
시장 야채들 가운데,
바다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수중 어뢰가,
헤엄치던
미사일이,
지금
내 앞에 죽은 채로
누워 있습니다.
Surrounded
by the earth's green froth
-these lettuces,
bunches of carrots-
only you
lived through
the sea's truth, survived
the unknown, the
unfathomable
darkness, the depths
of the sea,
the great
abyss,
le grand abîme,
only you:
varnished
black-pitched
witness
to that deepest night.
땅의 연두색 시시한 것들에
둘러쌓여 누워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상치와
당근 다발과 같은 것들입니다.
오직 너만이
바다의 진실을
경험하며 살았구나!
알 수 없는 것을 경험하며
생존하였고
가름할 수 없는 어둠,
바다의 깊은 곳들,
위대한 심연,
바닥이 없는 웅장한 심연에서 살아남았구나.
너만이 유일하게;
너는 칠흑같은 검은색을 띠고
그 가장 깊은 밤을 목격했구나!
Only you:
dark bullet
barreled
from the depths,
carrying
only
your
one wound,
but resurgent,
always renewed,
locked into the current,
fins fletched
like wings
in the torrent,
in the coursing
of the
underwater
dark,
like a grieving arrow,
sea-javelin, a nerveless
oiled harpoon.
너 만이,
심연으로부터 나온
배가 둥그런
검은 탄환이구나!
너 만이
한 상처를
지녔지만,
소생하여,
항상 새롭게 되어,
조류에 갇혀
지느러미는
급류에서
편 날개처럼
활짝 펴고
어두운
바다 깊은 곳에서
물길을 헤치면서
슬픔에 잠긴 화살처럼,
바다 창처럼, 신경이 없는,
미끄러운 작살이 되었구나.
Dead
in front of me,
catafalqued king
of my own ocean;
once
sappy as a sprung fir
in the green turmoil,
once seed
to sea-quake,
tidal wave, now
simply
dead remains;
내 앞에
죽어서
내가 아끼는 바다의
관에 안치된 왕으로 누었구나.
한번은
푸른 잎에서 일어나는 소동에서
뿜어져 나온 수액처럼,
한번은
바다를 흔들고
조류 파도를 일으키던 씨앗이,
이제는
소박하게
죽은 채로 있구나:
in the whole market
yours
was the only shape left
with purpose or direction
in this
jumbled ruin
of nature;
you are
a solitary man of war
among these frail vegetables,
your flanks and prow
black
and slippery
as if you were still
a well-oiled ship of the wind,
the only
true
machine
of the sea: unflawed,
undefiled,
navigating now
the waters of death.
이 전체 시장에서
너만이 모양을 간직하며
삶의 목적 혹은 방향을 지닌 채,
이렇게 둥그렇게
자연의 폐허가 되어 누워있구나.
너는
이 연약한 야채들 가운데
고독한 군함이다.
너의 측면과 뱃머리는
검고
매끈하다.
마치 네가 아직도
바람을 가르는
기름칠이 잘된 배와 같구나.
유일한
진정한
바다의 기계구나. 흠이 없고
더럽혀지지 않은 채,
죽음의 바다에서
지금 항해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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