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025.7.24 (木曜日, 205th/365) “신중愼重”

2025.7.24 (木曜日, 205th/365) “신중愼重”

     

오늘 새벽에 노비따스 음악학교 옆에 비밀스럽게 붙어있는 숲길로 산책을 감행하였다. 안개가 자욱하다 동네 공무원들이 벌써 나와 한서로 길가에 폭우로 자라난 무성한 풀을 제초기를 동원하여 자르고 있다. 도로엔 자신의 일생을 다한 풀잎들이 목을 내놓고 어지럽게 누워있다. 우리는 산책길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무심코 숲길 골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지만,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다시 돌려 나왔다. 음악학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정차하였다.

     

샤갈은 14살이다. 나와 산책을 한지 14년이 되었다. 벨라가 작년에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샤갈의 하루를 일년으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아침과 저녁에 산책을 반복反復한다. 반복은 기적을 일으키는 포석이다. 샤갈은 아직도 나와 함께 매일 만보이상을 걸을 정도로 건강하다. 오늘도 샤갈을 다시는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예모를 마음에 담고 산책하기 시작하였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흐러내려오는 시냇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간다. 요즘 부쩍 날파리들이 등장하여 얼굴을 마구 치고 깨물어 성가시지만, 산책은 오늘 하루를 신중愼重하게 살도록, 나를 하루라는 저울에 올려놓는다. 숲에 들어오니, 오늘은 헨리 데이빗 소로가 생각났다. 그는 자신을 미천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어디에서 살았고 왜 사는지>라는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ished to live deliberately,

to front only the essential facts of life,

and see if I could not learn what it had to teach,

and not, when I came to die, discover that I had not lived.

I did not wish to live what was not life, living is so dear;

nor did I wish to practise resignation, unless it was quite necessary.

I wanted to live deep and suck out all the marrow of life,

to live so sturdily and Spartan-like

as to put to rout all that was not life,

to cut a broad swath and shave close,

to drive life into a corner, and reduce it to its lowest terms...”

     

“저는 숲으로 갑니다. 신중하게 인생을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것과 마주하고 씨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저는 가르쳐야만 하는 것을 익혔는지 가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제가 죽을 때, ‘내가 잘못 살았구나’라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삶이 아닌 것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큼 하루하루의 삶은 소중합니다.

저는 운명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체념을 연습하며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인생을 심오하게 살고 싶습니다. 인생의 모든 골수만을 빼먹고 싶습니다.

그런 삶은 이런 것입니다. 인생을 불굴의 의지를 지니고 스파르타군인처럼 사는 것입니다.

살만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단호하게 제거합니다.

인생의 잡초들을 폭넓게 제거할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제거합니다.

인생을 구석으로 몰아 가장 근본적으로 압축시키는 것입니다.”

     

내가 ‘신중하게’라고 번역한 영어단어 deliberately는 라틴어 동사 ‘델리버라레’deliberate에서 유래했다. 다시 이 라틴어 단어는 ‘저울’을 의미하는libra의 동사형이다. 저울질하는 삶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것이 Liber 즉 자유自由이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가이드가 liber 즉 ‘책’이며 책을 읽는 공간인 ‘도서관’library다. 소로가 <월든 호수>를 9년동안 기록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자연에서 2년 2개월 2일을 살아야하고 그 후 7년동안 묵상과 글쓰기를 수련해야한다.

     

그 산책길은 수풀로 덮힌 산길로 기어졌다. 우리는 다시 방향을 돌려 주차한 공간으로 돌아왔다. 아, 돌아 올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운인지! 인생이란 자신 반드시 돌아올 공간,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돌아오는 수고다. 그곳에서 그들은 각성한 우리를 언제나 진심으로 반겨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개울에 자신의 일생을 다한 새 한 마리가 물에 밀려와 편하게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철렁 심장에 납처럼 무거워졌지만, 자신이 달려갈 길을 다한 새를 보고 오히려 위안을 얻었다. 집으로 돌아와 메리 올리버의 Lead라는 시를 읽어 보았다. 오늘도 신중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Lead by Mary Oliver

납덩이처럼 무거운 심정, 메리 올리버

     

Here is a story

to break your heart.

Are you willing?

This winter

the loons came to our harbor

and died, one by one,

of nothing we could see.

당신을 심장을 부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이 겨울에

아비새들이 우리 항구에 와서

죽었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아비새도 볼 수 없었습니다.

     

A friend told me

of one on the shore

that lifted its head and opened

the elegant beak and cried out

in the long, sweet savoring of its life

which, if you have heard it,

you know is a sacred thing,

and for which, if you have not heard it,

you had better hurry to where

they still sing.

한 친구가 해변가에 노닐던

한 새에 관한 말해주었습니다.

그 새는 자신의 머리를 치켜올려

우아한 부리를 벌리고

장구하고, 달콤한 소리를 내며 울었답니다.

자신의 삶을 만끽하는 소리였습니다.

당신이 아직 그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그 소리를 듣는 행위가 거룩한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들이 아직 노래하는 곳으로 달려가 들어야 합니다.

     

And, believe me, tell no one

just where that is.

The next morning

this loon, speckled

and iridescent and with a plan

to fly home

to some hidden lake,

was dead on the shore.

진짜로, 믿으십시어.

그새가 어디 있는지 말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십시오.

그 다음날,

반점이 있고

무지개 빛을 띤 이 아비새가

어느 숨겨진 호수로

날아돌아갈 계획이 있었지만,

그만 물가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I tell you this

to break your heart,

by which I mean only

that it break open and never close again

to the rest of the world.

제가 이야기를

여러분의 가슴을 아프게하기 위해 말합니다.

그래야 저는 이 이야기가

당신의 심장을 열어

세상의 많은 고통들에 다시는

닫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자라섬에 앉아서 뭔가 말하는 샤갈>

     

     

     

     

 
 
 

댓글


92a545614e1af2fc9cca1dd554463fe7-removebg.png
apple-podcasts.png
png-clipart-computer-icons-logo-facebook-inc-facebook-rectangle-logo-removebg-preview.png
pngwing.com-4.png
kisspng-computer-icons-stock-photography-email-clip-art-simblo-5b4faed2d78991.297649021531

더코라(The Chora)  | 대표 : 이신정 | 사업자등록번호 : 208-64-00343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1길 6, 5층 5276호 | 연락처 : 010-5350-0877

Copyright © 2024 The Chora.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