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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25. (土曜日) “a nothing”

2023.3.25. (土曜日) “a nothing”

야산野山에 오르니 잣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은 진달래가 무심코 봄이 왔다고 말한다. 내가 사는 곳은 야산 중턱이나, 봄을 알리는 꽃들의 만개가 늦다. 진달래가 입이 있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 내내 비축했던 잠재적인 힘을 모아 줄기 위로 끌어올려, 자신에게 생명을 준 저 태양에게 얼굴을 분홍색으로 붉히며 감사하고 있다.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이 순간을 만끽하며, 해야 할 일을 하는 아무것도 아닌 이 이름 모를 진달래가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1260-1328)의 시는 ‘그 아무것 아닌 것’이 신神이라고 말한다. 그의 시나 설교는 겉보기에는 어불성설이지만,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식을 뒤집고 무엇보다도 정곡을 찌른다. 인간들은 무한한 세계에서 변화무쌍하여 자연을 섭리하는 존재를 신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 신을 자신들이 알고 있는 어휘를 동원하여 정의하려고 애써왔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독단적이며 배타적인 정의를 내리는 종교는 야만野蠻이다.

에크하르트는 신에 관한 내용을 적지 않고, 신을 경험한 깨달음을 시로 옮겼다. 진정한 인류의 스승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스승들은, 자천-타천으로 추앙받지만, 진정한 스승은 소수다. 진정한 스승의 가르침은 그를 추종하는 인간이나 그에 관한 책에서 오지 않는다. 그 자신의 삶이 곧 가르침이다. 진정한 스승은 먼저 산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행위에 알게 모르게 전염되어, 자신도 그런 삶을 산다. 그의 가르침의 내용은, 그 사람 자체 안에 존재한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가르치는 것이다. 그 삶이 교리나 사상으로 설명될 수 없다.

다음은 에크하르트의 신에 관한 명상이자 시들이다.

I.

God is a being beyond being and a

nothingness beyond being.

The most beautiful thing

which a person can say about God

would be for that person to remain silent

from the wisdom of an inner wealth.

So,

be silent

and quit flapping your gums about God.

“신은 존재 이상의 존재입니다. 존재 이상의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 사람이 침묵하는 것입니다.

내면의 충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지혜가 만들어 주는 침묵입니다.

그러므로,

침묵하십시오.

그리고 신에 대해 당신의 잇몸을 놀리는 행위를 멈추십시오.”

II.

God is not found in the soul by adding anything,

but by a process of subtraction.

How should you love God?

I will tell you.

Love God as God is-

this means: Love God as God is a not-God, a not-mind,

a not-person, a not-image.

More than this, Love God as God is a pure, clear One

who is separate from all twoness.

“신은 영혼에서 덧셈으로 찾아질 수 없습니다.

뺄셈의 과정으로 찾아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당신이 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신 그자체로 신을 사랑하십시오.

이 문장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신으로서 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형상도 아닙니다.

이것들 이상입니다. 신으로 신이란 순수하고 맑은 존재로

모든 구분으로부터 분리되어있습니다.”

III.

For the will to be free,

it needs to let go and return

to its prime origin.

For the intellect to be free,

it must become naked and empty and

by letting go to return to its prime origin.

We become a pure nothing by an unknowing knowledge which is

emptiness

and solitude

and desert

and darkness

and remaining still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의지를 위해

다 놓아버리시고

원초적인 근원으로 돌아가십시오.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지성을 위해

나체가 되고 비우십시오. 그리고

원초적인 근원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십시오.

우리는 무지의 지식으로 순수한 무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

고독,

사막,

어둠,

고요입니다.”

신에 관해, 진선미에 관해 잇몸을 놀리지 말아야겠다. 아침에 본, 저 진달래처럼, 무, 고독, 사막, 어둠, 고요를 유지하면 좋겠다.

사진

<2023년 3월 25일 가평 야산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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