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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5.(火曜日) “무고죄誣告罪” (함무라비법전 제1조항)

2023.12.5.(火曜日) “무고죄誣告罪” (함무라비법전 제1조항)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헌법이 제정된 날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이라고 알려진 추상적인 개체를 가장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정의하였다. 헌법은 대한민국이라는 영토에서 알고 있는 국민들의 정체성이다. 법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려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거룩한 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등장하는 제 1항과 2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헌법조항은 인류가 역사를 시작하고 유구한 세월을 거쳐 서서히 형성된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삶의 문법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마찬가지로 홀로 존재할 수 없고 홀로 살 수 없다. 인간은 부모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가족, 친족,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유기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이 필요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야만사회의 ‘정의’였다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장님이 되었거나 합죽이가 되었을 것이다. 소위 ‘렉스 탈리오니스’ 즉 복수동태법이 정의였다면, 문명사회의 ‘정의’는 타인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양보와 배려다. 인류가 기원전 6000년경부터 친족을 넘어선 타인들과 함께 사는 ‘도시’라는 장소를 구축하였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는 추상적인 소통체계인 ‘문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문자는 그로부터 약 2700년 후, 기원전 3300년경 등장하였다. 호주 인류학자 비어 고던Vere Gordon이 명명한 ‘초옥한 초승달’의 양 끝에서 탄생하였다. 왼편 끝에 해당하는 고대 이집트와 오른 편 큰에 수메르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문자는 그림문자형태로 등장한다. 자신이 표현하려는 대상을 그림으로 그려, 그 뜻을 전했다.

     

이집트인들은 삼라만상의 원칙을 ‘마아트Ma'at’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마아트’는 한 치의 오차로 허용하지 않는 천체의 운행방식이며, 세상의 구성원인 동식물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 동안, 그 개체가 몰입하여 완수해야 할 임무란 의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에 모든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마아트를 실천했는지를 점검하는 심판대를 통과한다고 믿었다. 수메르인들도 유사한 원칙이 있었다. 바로 ‘메ME’다. 수메르어 단어 ‘메’는 원래 신들을 신답게 만드는 신성을 의미했다. 특히 거대한 야생황소의 ‘뿔’을 형상화하였다. 그들은 인간들이 사는 사회에는 360가지의 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다양한 메는, 인간의 다양한 직업을 의미한다.

     

기원전 10세기 고대 이스라엘과 기원전 7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본격적으로 도시 국가와 법이 등장하였다. 이 법으로 서양문명의 근간이 헤브라이즘 문화와 헬레니즘 문화가 등장하였다. 이 두 문명에 결정적인 영행을 준 법전이 ‘함무라비 법전’이다. 함무라비는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82개 법 조항을 바빌로니아 쐐기문자로 기록하였다. 함무라비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여섯 번째 왕이다. 그는 2.25m 높이 현무암에 서문, 282개 조항, 결문으로 이러지는 법전을 바빌로니아 도시에 세워놓았다. 그는 이 법조항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아카드어로 기록된 법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를 정복한 한 이방인은 그것을 ‘정의’라고 선포했다. 그의 이름은 ‘함무라비’다. 함무라비는 바빌론 도시 한복판에 가로 225㎝, 세로 55㎝의 현무암에 서문과 282개 조항, 결문으로 구성된 ‘함무라비 법전’을 새겼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 돼 있는 이 법전은 인류에게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도시가 필수적이며, 도시를 지탱하는 문법은 ‘정의’라고 말한다.

함무라비는 한 사회의 정의를 저해하는 가장 위험한 악은 ‘무고죄誣告罪’라고 판단하였다.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다. 무고죄는 대개 시기와 질투에서 시작한다. 요즘같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컴퓨터 공간은, 자신이 시기나 악의를 품은 대상에 대한 무차별적인 무고가 남무하고 있다.

     

무고誣告란 한자 뜻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건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혹은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무녀’가 말하는 거짓말을 듣고, 그것을 진리하고 치장하여, 법정에 정식으로 범인의 법적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IT시대 누구나 상대방을 음해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무고죄를 남무할 수 있다. 정의를 실천해야 할 사법부가 ‘무고’를 양산하고, 정의를 보고해야할 신문과 방송이 외려 ‘무고’를 진실인양, 대중을 현혹하고 세뇌시킨다. 데스크가 원하는 내용을 ‘탐사보도팀’과 같은 이상한 불법적인 모임을 만들어, 인터넷에 무작위로 올린다.

     

함무라비 법전의 첫 다섯 조항이 무고죄에 관한 내용이다: 제1조항, 살인에 관련된 무고죄; 제2조항 주술에 관련된 무고죄, 제3-4조항 위증에 관련되 무고죄, 제5조항, 판사의 판결변경에 관한 무고죄다. 다음은 제1조항, 즉 살인에 관한 무고죄내용으로 1. 쐐기문자 아카드어 원문; 2. 한국어 발음; 3. 번역; 4.해설이다.

     

제1조항

1. šumma awīlum awīlam ubbirma nērtam elīšu iddīma lā uktīnšu

mubbiršu iddâk

2. 슘마 아윌룸 아윌람 웃비르마 네르탐 엘리슈 잇디마 라 우크틴슈

뭇비르슈 이닥

     

3. (번역)

만일 자유인이 다른 자유인을 고소하여 살인죄로 고소하였으나,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를 고소한 사람은 죽임을 당할 것이다.

     

4. (해설)

함무라비 법전의 모든 조항은 ‘만일’이란 의미의 ‘슘마šumma’(𒋳𒈠)로 시작한다. 슘마는 아주 오래된 셈족어로 ‘쉼šim’에서 유래했다. 아카드어로는 강세분사 ma가 접미하여 ‘슘마’가 되었다. 히브리어에서는 첫 번째 자음 š가 h로 변화하여 ʾim (אִם)이 되었고 아랍어로는 ʾin이 되었다. ‘슘마’라는 접속사로 시작하는 전통은 수메르 법조항 문구를 흉내낸 것이다. 우르카긴나나 우르남무 수메르 법도 항상 ‘만일’을 의미하는 수메르어 ‘투쿰비’(𒋗𒃻𒌉𒇲𒁉)로 시작한다, ‘만일’로 시작하는 종속절에, 사건의 상황과 고소 내용을 제기하고, 주절에 그 제기된 고소내용에 대한 판결이 간략하게 소개된다.

     

종속절에 등장하는 고소자는 ‘지유인’이다. 아카드어 ‘아윌룸’은 메소포타미아 사회의 왕족과 귀족을 포함한 상위 10%를 이르는 용어다. 바빌론에는 왕족이나 귀족 땅을 빌려 노동하고 세금을 내는 소작농(무쉬케눔·mushkēnum)이 50%였고, 전쟁포로나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세금을 지불하지 못해 노예(와르둠·wardum)로 전락한 하층민들이 40%를 구성했다. 그러므로 제1조항은 자유인과 자유인과의 고소사건이다. 한 자유인이 다른 자유인에게 살인죄(네르탐,nērtam)을 제기하였으나,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다.

     

위 종속절 이해하는 열쇠는 인과접미접속사인 ma다. ‘그리고’ 혹은 ‘그러나’를 의미하는 병렬접속사인 u와 달리, 인과접미접속사인 –ma는 앞서 소개된 문장이 일어난 후에, 일아난 사건을 열거한다. 종속절을 다시 번역한다면, “만일 한 자유인이 다른 자유인에 대항하고 고소를 제기하여 살인죄를 제기하였으나, 그 후에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이다. 후에 주절이 간략하게 따라온다. “살인죄를 제기하였으나,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 고소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죽임을 당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잇닥’(iddâk)은 ‘죽이다’라는 동사 ‘다쿰dâkum’의 수동형이다. 함무라비는 바빌론에 정의를 바로 새우기 위해, 근절해야할 첫 번째 조치로 ‘무고’를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처단이었다. 3천800년이 지난 현대사회, 특히 대한민국은 ‘아니면말고’라는 무고남발공화국이다. 함무라비시대와 같았더라면 모두 영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사진

     

<함무라비법전 제1조항 쐐기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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