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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7.(土曜日) “IF”

2023.10.7.(土曜日) “IF”

오늘은 첫째 딸 세란이 생일이다. 20살이 되어, 자신만의 전설을 쓰기 위해, 홀로 비행기에 몸을 실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모르는 불안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한 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디며, 자신의 개성이 충만한 길을 가는 중이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을 것이다. 세란에게, 스스로 간절하게 원하는 삶을 찾는 것이 행복이고, 그 삶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권력이며, 최고의 부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세란이는 그 길을 가고 있다. 좋은 대학을 스스로 찾아 합격하여 졸업했다. 약간의 용돈을 보내준 적은 있지만, 자신이 학비와 생활비를 온전히 벌어 학위를 마쳤다. 트럼트를 보면서 분노하여, 사회정의, 특히 약자들을 위한 정의를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하여, 이민자들, 특히 멕시코에서 입국한 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상담해 주었다. 그 공로로 졸업할 때, 총장으로부터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세란이는 졸업 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대에 바로 입학하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창궐하여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자, 포기하였다. 법대에 들어가는 수업료를 벌기 위해, LA에서 존경받는 한 법률회사에 변호사보조원으로 들어가,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고소사건들을 맡아 일하면서 3년간 지냈다. 올해 잠시,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자신에게 들어온 사건들을 요약하고, 그 핵심을 정리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이젠 코로나가 끝나, 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들어가, 지난 3년 경험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법적 근거를 배울 것이다.

지난여름 인생의 짝을 데리고 왔다. 믿음직한 청년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식사를 하면, 흐믓해 했다. 내가 결혼할 때보다, 세란이는 훨씬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했기 때문이다. 내년쯤 결혼한다니, 미국에 한번 가야겠다. 신랑 아버님이 한국에 방문하여, 만났다. 내가 흥분한 나머지 12년 전에 끊었던 소주, 특히 안동 소주를 마시고 기절하였다. 다음에 뵐 때는, 와인 한잔을 마시며, 담소하고 싶다.

오늘 세란이 생일날, 주고 싶은 시가 있다. <정글북>이라는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디야드 키플링이다. 그는 1910년 발간한 Rewards and Fairies라는 시집에 If라는 시를 실었다. 키플링은 아들에게 인생을 자제, 중용, 평정심과 같은 스토아철학의 덕목들을 알려 준다. 그 덕목을 쉽게 말하자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항상 중용을 유지하라는 충고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그러지 살지 못해, 회한이 된 것을 자식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영국식 영어 표현에 Keep a stiff lip, 즉 “뻣뻣한 윗입술을 유지하라!”가 있다. 인생이라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과 역경에 굴하지 않는 자제력의 표현이다.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인들에겐 참전하여 전사하는 것이 영예였다. 이것이 영국 공립학교 학생들의 모토가 되었다. 만일 우리가 외부의 상황에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외부 자극이 아니라, 그 자극에 반응하는 우리다.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에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 영국 청년들의 정신을 알려주는 세 개의 시가 있다. 어네스트 헨리의 <인빅투스Invictus>, 헨리 뉴볼트의 <인생의 등불>Vitai Lampada, 그리고 키플링의 “IF”다.

키플링이 아들에게 주었던 시지만, 나는 세란이에게 이 시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준 세란의 삶의 궤적을 축하하고, 앞으로 세상에 나와 살면서 이 시의 내용처럼 의연하게 살기를 바란다. 맨 마지막 행에 등장하는 Man은 Human으로 son을 daughter로 바꾼 것을 키플링이 용서하면 좋겠다.

If/만일

If you can keep your head when all about you

Are losing theirs and blaming it on you,

If you can trust yourself when all men doubt you,

But make allowance for their doubting too;

If you can wait and not be tired by waiting,

Or being lied about, don’t deal in lies,

Or being hated, don’t give way to hating,

And yet don’t look too good, nor talk too wise:

만일 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미쳐가고 너를 탓할 때,

네가 이성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만일 모든 이들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을 신뢰할 수 있고

그들의 의심조차 허용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리는데 지치지 않으며

혹은 너에 관한 거짓말을 듣더라고, 그 거짓말에 무심하고

혹은 네가 사람들의 미움의 대상이 되더라도, 미움에 굴복하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네가 너무 착한 척하거나 너무 현학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If you can dream and not make dreams your master;

If you can think and not make thoughts your aim;

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

If you can hear the truth you’ve spoken

Twisted by knaves to make a trap for fools,

Or watch the things you gave your life to, broken,

And stoop and build ’em up with worn-out tools:

만일 네가 꿈을 꾸지만, 꿈을 네 주인으로 만들지 않고,

만일, 네가 생각하지만, 사상을 너의 목표로 만들지 않고,

만일, 승리와 참패를 마주하여

이 두 가짜들을 똑같이 여길 수가 있다면,

만일 네가 말한 진실이

악한들에 의해 왜곡되어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덫을 놓아도,

혹은 네 목숨을 바친 것들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몸을 굽혀 다 낡은 연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If you can make one heap of all your winnings

And risk it on one turn of pitch-and-toss,

And lose, and start again at your beginnings

And never breathe a word about your loss;

If you can force your heart and nerve and sinew

To serve your turn long after they are gone,

And so hold on when there is nothing in you

Except the Will which says to them: ‘Hold on!’

만일 네가 얻은 모든 것을 한 곳에 쌓아 놓고

그것을 동전 따먹기 놀이로 그것을 다 걸 수 는 배짱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잃은 것에 대해 한 마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너의 심장, 신경, 그리고 근육이 오래전에 쇠진한 후에도

이것들을 움직여 네 뜻을 이루기 위해 분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네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만, 버틸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그들을 향해 “버텨라!”라고 말하는 의지가 있다면,

If you can talk with crowds and keep your virtue,

Or walk with Kings nor lose the common touch,

If neither foes nor loving friends can hurt you,

If all men count with you, but none too much;

If you can fill the unforgiving minute

With sixty seconds’ worth of distance run,

Yours is the Earth and everything that’s in it,

And which is more -you’ll be a Human, my daughter!

만일 네가 대중들과 이야기하면서, 너의 미덕을 지키고

혹은 왕과 함께 지내면서, 서민적인 품위를 잃지 않고,

만일 적이나 친구나 너를 해칠 수 없다면,

만일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되, 누구에게도 지나침이 없다면,

만일 네가 용서할 수 없는 1분을

60초 멀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지구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너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이 너는 인간이 될 것이다. 나의 딸아!

사진

<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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