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8. (月曜日) “묵상일기默想日記”




나는 지난달, SNS 친구들과 11월부터 ‘100일 매일묵상 챌런지’를 하자도 제안했다. 나는 50세가 되던 2011년에 매일묵상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전에 삶에 남들에게 휘둘리는 삶이었다면, 그 후 10년을 위해서 내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나는 그후 2년동안 묵상일기를 꾸준하게 쓰지는 못했다. 내가 묵상일기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 삶에 들어온 반려견 샤갈과 벨라 때문이다. 내가 맨 처음부터 샤갈-벨라를 키운 것은 아니다.

2013년, 어느 날 진해에서 치과를 운영하시는 지인 원장님이 전화가 왔다. “교수님, 제가 새끼 진돗개를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그 아이가 운명을 바꿔 드릴꺼에요!” 나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시골 외가집에서 살 때, 백구와 함께 지내던 향수가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묻지도 않고 그러겠다고 제안을 덮썩 받아들였다.

원장님은 MBN에서 방송 중인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진돗개를 나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담양에서 오미자 농장을 운명하는 농부가 한쪽 다리가 잘린 암컷 진돗개를 키우고 있었다. 그 진돗개는 산에 돌아다니다, 야생 멧돼지를 잡기 위해 놓은 덫에 한쪽 다리가 거의 잘린 채, 3일 만에 농장으로 돌아왔다. 농부는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한쪽 다리 절단수술를 마쳤다. 그 진돗개는 여전히 오미자 밭을 훌륭하게 지키는 전사였고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치과 원장님은 두 마리중 한 마리를 나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나하고 상의도 없이 마음먹었다. 당시 나는 서울대학교에 정원외로 입학하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기초생활자 출신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마련해 주는 ‘서브라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의 그 이미지가 새끼 진돗개와 겹쳤나 보다. 원장님은 MBN측에 연락하여 그 새끼 진돗개 주인을 찾아내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7/2012092700050.html)

나는 그 진돗개에게 ‘모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세상을 구원하라고 그렇게 불렀다. 모세는 천방지축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물건들을 모두 물어뜯었다. 모세는 수만평 농장을 지키는 사냥개였다. 나는 어리석게도, 이 아이가 친구가 없어서 날뛴다고 판단하여 진도에서 다른 진돗개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그 아이가 지금까지 함께 살고있는 암컷 벨라다. 모세는 벨라는 어울리지 않는 커플로, 며칠 더 방치했다가는 벨라가 크게 다칠 것 같았다. 나와 아내는, 모세를 다시 담양에 있는 농부에게 돌려보냈다.

나의 어리석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 어리석음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혼자 지내는 벨라가 안쓰러워, 진도에 있는 분양자에게 다시 연락하여 수컷 진돗개를 분양받았다. 그 수컷이 샤갈이다. 샤갈과 벨라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랐다. 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서 수소문했지만 적당한 집을 찾을 수 없었다. 샤갈-벨라를 위해 당장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다. 마침 지인이 제주도 서귀포 보목동 집을 렌트해 줘, 그곳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학교로 출근하기가 쉽지 않아, 서울 근교에 집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살고있는 설악면 집을 아담하게 건축하여 살기 시작했다.

내가 매일묵상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궁극적으로 샤갈-벨라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다음과 같은 행위들을 반복하였다.

아침 명상, 30분

아침 산책, 60분

아침 독서, 120분,

묵상일기 쓰기, 60분.

첫째, 명상은 글쓰기를 준비운동이다. 눈을 뜨자마자, 공부방으로 내려와 하얀 방석 위에 몸을 얹는다.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여,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글쓰기를 위한 준비다. ‘100일 묵상일기 챌는지’에 동참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 경우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가지런히 놓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요즘도, 그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글쓰기 뿐만 아니라 하루가 바람에 나는 겨처럼 날라가 버린다. 홀로 명상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둘째, 산책이다. 집 근처에 있는 야산이나 강가 산책로가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은경우에는 동네 한 바퀴도 좋다. 되도록 자신이 용이하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를 정하면 된다. 시골에 사는 나에게는 그런 장소를 찾는 것이 상데적으로 쉽다. 처음에는 집 앞 도로를 왕복해 3-4km정도 걸었다. 만일 산책을 꾸준히 100일동안 한다면, 여러분의 건강도 덩달아 좋아질 것이다. 니체가 말한대로 정신과 영혼은 신체의 일부다. 신체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셋째, 내가 산책을 거의 매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샤갈-벨라의 성화 때문이다. 내가 가부좌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샤갈-벨라도 함께 명상(?)을 시작한다. 이들은 명상이 길어지면 한숨을 쉬기 시작하고, 늦장을 부리면 입으로 나를 마구 민다. 내가 산책을 생략할 기미가 보이면, 나를 입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산책을 거를 수 없었다. 여러분의 규칙적인 산책을 위해, 여건이 허락하면 반려견을 입양하시면 좋겠다. 반려견은 견주의 운명을 분명히 좋은 쪽으로 변화시킨다고 확신한다.

넷째, 지적으로 자극하고 용기를 주는 책들이 필요하다. 나는 제임스 알렌의 Daily Meditation, 리언 할러데이의 Daily Stoic을 수년째 읽는다. 이 책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선정한 책들을 지속적으로 읽고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보낸 <심연>을 한꼭지 읽고 묵상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요즘 나는 루미, 니체, 말러, 키퍼에 관한 책을 읽고 메모를 한다. 자신만의 매일 독서 책을 정해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그 쓸 주제를 반드시 몰스킨이나 핸드폰에 키워드로 기록해 준다. 독서양이 쌓이면, 산책할 때, 자연 관찰을 통해 새로운 주제가 갑자기 떠오른다. 그 생각을 당장 기록해 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산책을 하면서, 그 주제에 관한 세부 키워드 두 개 정도를 잡으면 매일묵상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여섯 번째,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고 오탈자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고, 개선이 가능하다면 붉은 글씨도 남겨 다음번에 적용하면 좋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그 날 그 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을 소유하게 되었고 그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요즘도 글이 밀려 마음 한구석에 불안을 안겨준다. 그 불안과 걱정이 글을 쉬지 않고 쓰게 만든다.

오늘 아침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산책을 다녀 온 후, 9시에 설악면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심연> 22권과 신청자 이름이 새겨진 몰스킨을 A형 소포 상자에 일일이 넣었다. 그리고 신청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붙였다. 꼬박 2시간을 작업했다. 매일묵상은 나에게 자기-응시라는 선물을 주었다. ‘매일묵상 100일 챌런지’가 여러분에게도 내면을 빛을 발견하는 여정이 되면 좋겠다. 글을 잘 쓰고 계신지, 한달에 한번 얼굴을 뵙고 확인하고 싶다.

사진

<설악우체국 소포상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