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6. (日曜日) “궤베클리 테베Göbekli Tepe(2)”


궤베클리 테페의 건축물은 커다란 원형 구조물 안에 사각형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사각형 구조물 안에 가장 큰 T모형 기둥 두개가 마주보고 있다. 궤베클리 테베 건축물들의 특징은 그 규모뿐만 아니라, 이 돌기둥에 반부조로 새겨진 동물들의 표현 때문이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발굴한 A, B, C, D 지역 돌기둥에서 포유류 동물들을 38,704개나 확인하였다. 그들 중 가장 많이 표현된 포유류는 야생사슴 (7949번), 야생 황소(2574번), 야생 당나귀(1177번), 여우 (971번), 야생 양(944번), 야생 돼지(865번) 순이다. 특히 원형 돌기둥 중앙에 위치하여 마주보고 있는 T모양 기둥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뱀(23번), 여우(12번), 야생 돼지(7번), 학(5번) 그리고 야생 황소 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독수리, 까마귀, 아구창과 같은 다양한 조류들은 포유류만큼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골고루 분포되어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궤베클리 테페 돌기둥에 새겨놓았을까? 샨리우르파로부터 14km나 떨어진 높은 언덕에 건축한 이 건물은 오늘날 바티칸, 예루살렘 혹은 메카처럼, 잔치를 곁들인 의례를 위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이제 막 선토기(先土器)신석기시대(PPN, Pre-pottery Neolithic)로 진입하면서 돌기둥들을 세워 높고, 그 위에 다양한 동물상징을 새겼다. 이 돌기둥들은 후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등장하는 쿠두루kudurru라는 경계석과 기능이 유사하다. ‘쿠두루’는 기원전 2000년부터 바빌로니아 왕들이 자신들이 치리하는 도시의 경계를 표시하는 상징물로, 쿠두루에 온갖 무섭고 사나운 동물들을 새겨놓았다. 쿠두루는 질서와 혼돈,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경계석이다. 바빌로니아의 쿠두루가 문명이 시작된 이후, 야만과 문명을 구별하는 지형적인 표식이라면, 궤베클리 테페 돌기둥은 문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 문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기반들을 상상하고 실험하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자궁이다. 인류는 궤베클리 테페를 통해, 도자기, 농업, 동물 사육 등을 창조하여, 후에 등장할 문명의 두 요소인 문자와 도시를 탄생시켰다.

궤베클리 테베의 D 지역은 가장 오래되고 크고 잘 보존되어있다. 정 가운데 두 개의 커다란 돌기둥이 마주보고 서있고, 그 둘레 담에 12개 기둥에 세워져 있다. 이 곳에 주로 묘사된 동물은 여우와 뱀이다. T 모형 기둥은 높이 5.5m나 되고, 사람의 손과 손가락이 돌기둥 옆으로 새겨져있다. 그 손 밑에는 벨트와 허리감개가 둘러져있다. 이 원형돌기둥들의 중심인 T모형 기둥들은 인간의 모양을 흉내 낸 의인화된 기둥이다. 그러므로 이 기둥 표면에 새겨진 동물들은 자신들의 “주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초들이다. 그러므로 뱀, 야생 돼지, 야생 황소, 그 밖에 사나운 육식동물들은 잠정적으로 무서운 동물들이다. 이들은 궤베클리 테페의 거석 예술에서 이제 막 정착생활을 시작하려는 인간을 보호하는 동물들이다. 만일 이 동물들이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원형돌기둥들을 보호한다.

사냥-채집으로 연명하던 인류가 굳이 이곳에 원형돌기둥들을 세워놓고 동물을 새겨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동물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사냥하거나, 경쟁해야하는 동물들이다. 우리는 이 동물들을 기원전 삼만천년부터 기원전 만년까지 유럽의 지하 동굴에서 발견된 동굴벽화와 비교하면, 그 심층적인 의미를 추적할 수 있다. 빙하시대 인류에게 동물을 사냥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의례행위의 중심이었다.

언덕, 산, 혹은 높은 곳에 위치한 성소는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 후대 문명에 등장하는 피라미드, 지구라트, 오벨리스크, 바벨탑 등이 그 예들이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 돌기둥들의 동물 상징은 토테미즘이다. 스코틀랜드 인류학자 앤드류 랑Andrew Lang은 20세기 초에 초기 인류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동물들을 선택하여, 자신들을 다른 그룹들과 구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였다. 각각 사회공동체는 자신들이 선택한 동물이나 식물을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배타적인 상징물로 사용하였다. 토템상징은 다른 공동체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각인시켜야할 필요가 있는 장소에 등장한다. 돌기둥들이나 토템 기둥으로 표시된 경내는 한 집단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나 성인식을 거행하는 장소다. 궤베클리 테페의 돌기둥들의 토템들은 하늘, 땅 그리고 지하세계의 강력한 동물들로, 한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상징이었다.

인류의 최고 공동체는 음식을 함께 먹고, 지난 일들을 서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식구食口다. 식구는 한 지붕 아래서 먹을 것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인류는 기원전 구천오백년 아직 사냥과 채집을 기본적인 생계수단으로 삼았다. 인류는 ‘식구’라는 최고 공동체를 확장하여 ‘친족 공동체’로 확장하였다. 공동체가 점점 커지면서 구성원들 간의 만남이 빈번해지고, 그에 비례하여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궤베클리 테베는 사냥-채집을 일삼던 ‘이동하는 인간’이 농사를 짓고 가축을 조직적으로 키우는 ‘정착하는 인간’으로 전이하는 과정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이 둘 사이에 반半-정착적인 공동체가 등장한다. 이 공동체는 특정한 장소를 정해, 정해진 시간에 함께 보여 일정기간동안 함께 지내기를 연습한다.

서양서는 그런 모임을 ‘페스티발’festival이라고 부른다. 페스티발은 라틴어에서 빌려온 차용어다. 라틴어 페스타festa는 “축제; 잔치”라는 의미다. 서양 언어들에서 ‘축제’에 관련된 용어들은 모두 이 단어에서 파생했다. 예들 들어, 프랑스어 fête, 스페인어 fiesta, 영어 feast가 그렇다. ‘페스타’란 단어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오래된 관습을 담고 있다. ‘페스타’라는 단어의 어원은 궁극적으로 프로토-인도유럽어 *dhes-no로 거슬러 올라간다. *dhes-no는 “우주의 질서에 맞게 만물을 배치하는 의례”라는 의미다. 그런 의례를 하는 시간을 ‘절기; 축제일’이며, 그런 의례를 하는 장소를 ‘신전’, 그런 의례와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잔치’라고 부른다.

사진

<궤베클레 테페 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