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5. (水曜日) “인내忍耐”


붓다의 말씀 중에 “해탈하기 전에 물을 나르고 나무를 패고, 해탈한 후에, 물을 나르고 나무를 팬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영적인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여전히 일상생활에 복귀해야하며 초월적인 경험을 단순하고 사소한 일들과 접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삶의 진정한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 야곱이 새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훈련과정이 있다. 그는 인생의 짝을 만나기 위해 14년을 기다려야하는 인내의 수련을 거쳤다.

야곱은 한밤중에 베델에서 신을 만나는 초자연적인 경험을 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환시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혼자 삼촌 라반이 있는 하란으로 외롭게 70일 동안 여행했다. 어느 날 야곱은 들판에서 한 우물을 발견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몇몇 목동이 몰려와 양떼에게 물을 먹이고 우물 입구를 막고 있는 돌을 돌려 우물을 막았다.

야곱은 그들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그들은 하란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야곱은 마침내 삼촌 집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야곱은 “혹시 나홀의 아들, 라반을 아십니까?”라고 묻자 “잘 압니다. 저기 라반의 딸 라헬이 가축과 함께 오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야곱이 눈을 들어, 멀리서 다가오는 라헬을 쳐다보았다.

야곱은 그녀를 한참 쳐다본 후, 바로 우물로 달려가 입구를 막고 있는 육중한 돌을 다시 밀어 라헬의 양떼에게 물을 주었다. 야곱은 가까이 서 있는 사촌 여동생 라헬의 커다란 눈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는 라헬의 눈과 목선에서 자신의 어머니 레베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라헬은 야곱의 소울 메이트가 된 것이다. 그런 후 야곱은 라헬에게 입 맞추고 소리 높여 울었다. 자신이 라반의 여동생, 레베카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아브라함이 종을 보내, 바로 이곳에서 이삭의 부인 레베카를 발견했는데, 수십년 후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야곱이 자신의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난 것이다. 라반은 야곱을 반갑게 맞은 뒤 그곳에 정착하게 한다.

라반은 이재에 밝은 사람이었다. 아무리 친척이라도 야곱의 노동력을 이용해 자신의 재산을 불릴 셈이었다. 라반은 야곱이 라헬에게 푹 빠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을 유도한다. 야곱은 7년간 노동한 대가로, 라헬을 자신의 아내로 허락해 달라고 제안한다. 사랑에 빠진 야곱에게 7년은 며칠처럼 지나갔다. 야곱은 약속한 기한을 채우자, 라반에게 라헬과의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한다. 라반은 혼인 잔치를 열어준다. 야곱은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술을 많이 마신 나머지 취해버린다. 밤이 되고 하객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후, 야곱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신방으로 간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첫날밤을 치렀다. 7년간의 노동이 그날 밤에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동이 트고 눈을 떠보니, 잠자리에 라헬이 아니라 라헬의 언니 레아가 누어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서로 쳐다보고 놀라 말문이 막혔다. 야곱은 불행의 환영이 그를 덮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눈과 귀를 손으로 막고 침묵 속에 빠졌다. 그는 굴욕을 당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연정과 술기운에 사로잡혀, 낯선 여인에게 자신의 몸과 영혼을 드러낸 것이다. 야곱은 자신과 같이 라반의 계략에 희생된 라헬의 언니 레아를 보았다. 야곱은 신방에서 뛰쳐나와 라반에게 달려갔다. 야곱은 “내가 7년 동안 라헬을 위해 일했는데, 삼촌은 이런 식으로 날 속였습니까?” 라반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장사꾼처럼 말한다.

“우리 동내에선 둘째딸이 먼저 시집 갈 수가 없네.

결혼잔치가 7일 후에 끝나는데, 자네가 라헬을 위해 7년 동안 더 일하면 어떤가?”

야곱은 분을 삭였다.

라헬에 대한 사랑이 삼촌에게 복수하려는 마음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야곱은 결국 7년 동안 더 일해 라헬을 얻었다. 라반은 두 딸을 이용해 조카 야곱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더구나 매력적이지 못한 레아가 자신에게 경제적인 손실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야곱을 속인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이 이야기에서 놀라운 사실은 첫날 밤 욕정에 사로잡혀 레아를 보지 못한 야곱의 영적인 ‘맹목성’이, 자신에게 장자권을 부여한 아버지 이삭의 ‘장님 상태’와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모두 어둠 속에서 육체적인 미각, 후각, 촉각에 매료되어 속았다. 이삭은 사슴고기 맛에 집착하여 염소고기를 먹는지도 몰랐고 야곱은 ‘형태가 아름답고, 보기에 기분 좋은’ 라헬과 첫날밤을 보낸다는 마음이 앞서 촌스럽게 생긴 레아와 첫날밤을 지낸 것을 아침이 돼서야 알게 된 것이다.

사진

<야곱과 라헬>

이탈리아 바로크시대 화가 야코포 아미고니(1682–1752)

유화, 1725, 104 cm x 147 cm

바르샤바 폴란드 국립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