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이 『내가 만난 개』

“당신은 버려진 생명에 연민을 느끼십니까?”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다. 산 넘어 동네에 방치된 ‘골든리트리버다. 이 친구는 4년전 성탄절에 태어나 이름이 ‘성탄聖誕이’다. 성탄이는 주인이 6개월 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공터에 버려졌다. 리트리버는 원래 스코틀랜드의 넓은 평원에서 주인이 사냥한 새를 물어오는 활동량이 많은 동물이다. 불행히도 성탄이는 사 년 내내 가림막이 없는 땡볕 돌짝밭에 묶어있었다. 특히 지난 6개월간의 삶은 더욱 비참했다. 동네 주민들이 주는 사료로 연명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오늘 이 친구를 지내기 좋은 곳으로 입양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우리가 성탄이를 입양시킬 곳은 동네에 새로 생긴 고아들을 위한 기숙 대안학교다. 이 학교는 음악적 재능을 가진 보육원생들을 선발하여 전인적인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노비따스 음악 중고등학교’다. 이 학교를 기획하고 건축한 사람은 송천오신부다. 그는 오래전부터 양육시설에서 자라나는 학생을 위해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운영해오면서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0년동안 성당들을 돌아다니면 십시일반 후원금을 받아 멋진 학교를 건립하였다. 베네수엘라 소외 청소년들이 음악대한학교인 ‘엘 시스테마’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가 거주하는 가평군 설악면에 이 학교가 개교하였다. 올해 신입생은 12명이고 교직원은 15명이다. 송신부는 아이들을 위한 전인적인 교육에 유기견을 돌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생명교육과 컴패션교육은 유기견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완성할 될수 있다.



나는 새로 산 파란색 아식스 운동화와 제일 좋아하는 검청색 바지를 입고 성탄이를 데리러 갔다. 산을 넘어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지나 성탄이가 방치된 채로 묶여 지낸다는 단지로 들어섰다. 우리가 다가가자, 성탄이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목줄에 매인 채 빙글빙글 돌며 연신 물을 마쳤다. 성탄이는 우리가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내가 다가가니,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 성탄이의 나이는 4살이 인간나이로 전환하자면 거의 40세다.



그는 40년 동안 쇠줄에 묶여 바빌론 유수를 지낸 것이다. 내가 다가가 손을 뻗으며, 내 손에 긴 혀를 내밀며 키스를 한다. 나를 반기는 기쁨을 몸으로 표현할 때마다, 갈색 털과 털 뭉치가 바람에 휘날렸다. 아무도 빗질을 해주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의 몸은 비대했다. 운동한 적이 없이 몸은 족히 50kg은 나갈 것 같다. 나는 성탄이 앞에 가만히 앉았다. 천지무구가 무엇인지 성탄이를 누가 4년 동안 묶어 놓았는가? 시골에 살면서 괴로운 점은, 집집마다 개가 아무리 어리다할지라도 1m 목줄에 묶어 논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동네에서 학대받은 개들이나 유기견을 여러 마리를 구출하여 치료하고 이들이 행복하게 살수 있는 가정에 입양시켰다.



인류에게 개는 특별하다. 개는 현생인류가 등장하는데 결정적이었다. 인류는 약 4만년 전에 자신들의 거주지에 먹을 것을 찾아 온 늑대들을 사육하기 시작하였다. 늑대들은 인간이 제공하는 음식을 취하면서, 인간들을 포함한 다른 짐승들과 경쟁하며 위험하게 먹잇감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인간은 늑대를 개로 사육하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변화하였다, 첫 번째 변화는 인간이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사육된 늑대인 개들이 칠흑과 같은 밤에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잠을 자고 있는 주인들 보호하였다. 인류가 잠을 자면서 뇌의 크기가 현재 상태로 고정되었다. 인류는 이제 창조적인 사고를 위한 휴식을 즐길수 있었다. 두 번째 변화는 인간인 야생의 먹이사슬에서 최장자로 등극하였다. 인간은 100m를 6초안에 돌파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며, 떼를 이루어 전략적으로 사냥하는 사육된 늑대를 통해 다른 유인원들들, 특히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개를 사육하지 않았더라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들과 같은 다른 인류와의 경쟁에서 도태 되었을 수도 있었다. 인류 최초의 동굴벽화인 쇼베동굴에 어린아이와 늑대의 발자국은 인류가 이젠 동굴로 내려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되었다는 증거다.



우리는 성탄이를 대형 플라스틱 이동장에 넣었다. 성탄이가 우리마음을 아는지, 순순히 그 안으로 들어가 주었다. 우리가 구출한 장소에서 ‘노비따스 학교’까지 약 20분정도 걸린다. 성탄이 생전 처음 타보는 차에서 불안했는지 처음에는 몸을 심하게 움직였다. 그가 몸을 움직이고 울 때 마다, 홍수이전의 냄새가 나는 털이 차안에 자욱이 날렸다. 우리는 뒤 트렁크에 있는 성탄이를 힐끗힐끗 보면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으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모든 생명은 숭고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삶의 규범은 생명존중이 되어야한다. 모세가 성탄이처럼 40년간 광야에서 지내다, 시내산에게 신을 만나게 된다. 그는 신에게 이름을 물었다. 신은 인간들이 기억할 자신의 이름을 ‘야훼’Yahweh라고 알려주었다. ‘야훼’라는 이름의 의미는 ‘만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존재’ 혹은 ‘살아있음’이란 의미다. 만일 어떤 대상이 살아있다면, 그 안에서는 신적인 DNA가 존재한다. 유대인들은 무생물을 생물로 전환시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신’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이윽고 ‘노비따스 학교’에 도착하였다. 송신부는 정원사들과 함께 학교 뒤편에 유기견들이 학생들과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펜스를 치고 잔디밭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이 풀밭에서 성탄이를 풀어주자, 성탄이는 마치 스코틀랜드 산지에서 뛰는 것처럼 마구 달리기 시작하였다. 성탄이가 돌아다니자, 일주일 전에 이곳에서 생활하던 다른 유기견 세 마리가 세차게 짖었다. 성탄이는 이들의 반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풀밭을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그가 잔디밭을 생전 처음 발로 디디지만, 그가 원래 있어야할 곳이다.



성탄이를 보고 노비따스 학생들이 몰려왔다. 성탄이의 스토리를 들은 학생들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그들은 성탄이의 몸집이 너무 크고 몸에서 기괴한 냄새가 났지만, 그를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온몸으로 껴안았다. 이들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부모와의 관계라는 것을 성탄이를 통해 회복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부모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 아이가 개 털갈이 빗과 가위를 가져왔다. 그들은 가위로는 뭉친 털들을 잘라주고 빗으로 온몸을 빗겨주었다. 송신부는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유기견의 엄마들이 되면서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주고, 산책을 시키고, 때로는 함께 놀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보람된 날이다. 예수가 태어났다는 성탄절이 되었다. 온몸이 성탄이 냄새와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날라 갈 것 같다. ‘노비따스’학교 학생들이 성탄이와 다른 유기견들의 부모가 되어, 인생 최고의 경쟁력이자 가치인 ‘연민’과 ‘자비’를 배웠으면 좋겠다. 이 학생들과 유기견들을 위해 무엇인가 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