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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31.(土曜日, 151th/365) ”다큐 8.14“

2025.5.31.(土曜日, 151th/365) ”다큐 8.14“

     

오늘은 바쁜 날이다. 자기치유를 위한 글쓰기 수업 네 번째 시즌, 요한복음 줌강의를 공개강좌로 시작하는 날이며 동시에 지난 4년 동안 인연을 맺어 영시를 가르쳤왔던 부천 태풍태권도장아이들과 사범님이 <다큐 8.14>를 발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줌강의에서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1602년에 그린 <의심하는 성 도마> 그림과 메리 올리버의 ‘아름다운 줄무늬 참새’를 소개하였다.

     

믿음은 의심이라는 용광로가 만들어낸 정금이다. ‘내가 무엇을 믿는다’라는 말은 무엇인가? 입으로 그렇게 떠벌리면 믿어지는 것인가? 내가 어머니를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머님과 오랫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서서히 신뢰가 쌓아졌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말로만 믿는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 세상에 악이 있다면, 언행불일치다.

     

요한복음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라고 시작한다. 기원후 110년경 기록된 요한복음은 당시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헬레화된 유대인들을 위해 충격적인 첫 문장을 만들어냈다.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창세기 1장에 등장하는 ‘태초에’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사용한 전통적인 유대인들은 버레쉬쓰(히브리어) 버카드마(아람어)를 그대로 번역한 엔아르케(그리스어)를 쉽게 수용했을 것이다. 요한 저자가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천지창조와 연결시킬 것이라고 상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등장하는 단어는 그들에게 충격이었다. ‘태초에’ 존재한 것은 ‘말’이었다. ‘말’에 해당하는 단어는 다발(히브리어), 멤라(아람어)였다. 이 단어의 그리스어 등가어는 ‘레마’였지만, 요한저자 사용한 단어는 ‘로고스’였다. 이 단어는 분명 그리스철학을 잘 알고 있는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을 겨냥한 단어선택이었다.

     

아마도 요한저자는 로고스란 단어를 기원전 20년부터 기원후 50년까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했단 유대 신학자 필로Philo의 저작을 통해 힌트를 얻었을 것이다. 필로는 로고스를 우주가 창조되기 전에 미미 존재했던 지혜, 즉 잠언에 등장하는 호크마(히브리어)와 관련지었다. 태초에 지혜가 있었고 지혜가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한다. 요한은 필로의 로고스를 차용하여, 태초에 로고스, 즉 말이 있었다고 선언하였다. 여기에서 말이란, 생각, 의지, 말, 행위, 행위를 참된 결과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말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참말을 해야하고, 참말은 오랜 침묵과 명상을 통해 직조되는 간결한 빛이다. 참말이란 숙고의 자식이기 때문에 드믈다. 참말은 간결하고 강력하여 그 자체가 행위로 반드시 이어지며, 그 행위는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참이다.

     

나는 요한복음 줌수업의 시작을 20장에 등장하는 도마가 부활한 그리스도의 옆구리에 손을 집어넣는 장면을 그린 카라바조의 그림을 통해 설명하였다. 부활한 그리스도는 도마에게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복되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떻게 눈으로 관찰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가? 믿음에는 두가지가 있다. 싸구려 믿음과 값진 믿음이다. 전자는 우리 각자의 양심, 지성, 이성을 거치지 않는 믿음이다. 그런 믿음을 강요한 종교인들이 대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값진 믿음은 어머니를 신뢰하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희생적인 사랑을 베푼 관계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믿음이다.

     

‘믿는다’라는 의미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한 순간에 믿을 수가 있는가? 그것을 믿었다면, 내가 무엇인가에 홀려 속은 것이다. ‘믿는다’라는 말은 ‘오랜 관계를 통해 믿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다’라는 말이다. Believe란 단어에 그 핵심이 담겨있다. 이 단어는 ‘사랑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lieve(독일어 lieben)에서 파생했다. 믿음이란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 있었거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할 것을 사랑하는 행위가 믿음이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줌수업이 ‘믿음’에 관한 질문으로 좀 늦어져 12시 15분경 마쳤다. 나는 부랴부랴 줌수업을 마치고 ‘다큐 8.14’가 초연되고 있는 서초동으로 자동차를 몰고 달려갔다. 주말이라 이곳 설악면에서 서초동까지 거의 2시간에 걸렸다. 나는 두 시간동안 사범님이 미리 보내주신 다큐를 차안에서 시청하였다,

     

내가 이 아이들과 지난 4년동안 영시를 통한 글쓰기를 공부해온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정은 사범님이 아이들에게 보여준 진실한 사랑이다. 그가 시도하는 모든 것은 믿을 만하고 가치가 있다. 둘째는, 사범님이 아이들과 시도하는 교육이, 대한민국을 혁신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새로운 교육방법이 정착되지 안는한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세속적인 나라인 이 디스토피아에서 살 것이다.

     

사범은은 4년전 태권도장을 보수하면서, 벽에 장식한 모토를 적어달라는 나에게 부탁했다. 다음과 같이 적어 드렸다. 도장안에 있는 화이트보드 양옆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도장은 보통 사람을 위대한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기적의 장소입니다.”

體(신체), 德(인성) 智(지성)

     

1. 저는 남이 아니라 제 자신과 경쟁합니다.

2. 저는 이 세상에서 보길 바라는 변화가 되겠습니다.

3. 고난과 시련을 과정으로 여기고 도약하겠습니다.

4. 변화와 성장의 주인공이 되어, 나누며 살겠습니다.

5. 친절, 배려, 인내, 용기, 감사의 태도를 수련하겠습니다.

     

위대한 개인

Great Individual

1. 자기 발견 Self-discovery

2. 자기 극복 Self-overcoming

3. 자기 실현 Self-realization

     

다큐상연을 마치고 사범님과 성우 이명희선생님이 담소하시는 무대에 올라 지난 4년을 잠시 회상했다. 내 짧은 인생에서, 몇 않되는 보람된 일이었다. 아이들이 더욱더 자신으로 성장하도록 계속 참여하고 있다. 사범님과 아이들이 내 스승이다. 자신을 언제나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랑스런 나영이가 나에게 꽃다발을 주었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워하고, 그 자신에 안주하지 않고 극복하고, 각자가 되어야 할 자신을 실현하면 좋겠다. 기분이 좋은 날이다.

     

사진

<나영이>

<사범님과 이명희 성우님, 아이들과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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