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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5.(64th/365 水曜日, 驚蟄, 英詩默想) “투나”

2025.3.5.(64th/365 水曜日, 驚蟄, 英詩默想) “투나”

     

며칠 전 한 지인으로부터 투나가 들어있는 통조림을 선물로 받았다. 스페인에서 가져온 아로야베arroyabe란 회사의 투나 통조림이다. 내가 이전에 먹었던 참치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우리가 아는 참치와 구분하기 위해 영어단어 ‘투나’를 사용해야겠다. 작년에 도반들과 <요나서>를 공부하면서 허만 멜빌의 <모디딕>을 함께 읽었는데, 이 책의 ‘어원’부분에 투나가 등장한다. 멜빌은 다양한 언어에 등장하는 ‘고래’와 관련된 단어들을 소개하였다. 그 첫 단어는 히브리어로 다음과 같다.

     

תך 히브리어

     

이 부분은 실수다. 성서에 등장하는 ‘큰 물고기’를 의미하는 단어는 ‘탄닌’이다. ‘탄닌’이 ‘투나’와 같은 어원이다. 이 단어의 두 번째 알파벳은 K ך가 아니라 N ן이어야 한다. 초판을 인쇄한 출판사가 실수했던지 혹은 허만 멜빌이 히브리어를 잘 몰랐지만, 자신을 현학적으로 보이려는 무리수를 두어 오자를 남겼다. 그 후에 등장하는 모든 번역본들(한국판본 포함)들도 잘못된 철자를 따랐다.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한다:

     

תן 히브리어

     

‘투나’가 기록데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기원전 14세기다. 당시 오늘날 시리아에는 우가리트라는 나라가 지상-해상 무역강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 오일과 와인을 지중해 전역과 저 멀리 스페인에 수출하였다. 이 우가리트어에 ‘투나’와 관련된 단어가 등장한다. 알파벳 쐐기문자를 사용하는 우가리트어로는 ‘투나’는 𐎚𐎐𐎐, 즉 ‘툰나누’(tunnanu)로, 후에 등장한 페니키아어로는 𐤀𐤉𐤕𐤍𐤌, 즉 ‘툰님’tunnim으로 등장한다. 이 바다괴물을 욥기와 같은 구약성서에는 히브리어로 תַּנִּין 즉, ‘탄닌’이 되었다. 후에 그리스인들은 투나를 θῠ́ννος 즉, ‘튄노스’라고 불렀다.

     

그러니 이 캔 속에 들어간 투나는, 허만 멜빌 소설 <모디딕>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향유고래 모디딕이며, 우주를 창조할 때부터, 존재한 혼돈과 알 수 없음을 상징하는 ‘탄닌’이다. 자연에 관한 심오하고 즐거운 시를 나를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는 네루다는 ‘투나’를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Ode to a Large Tuna in the Market By Pablo Neruda

<시장에 누어있는 거대한 투나에게 바치는 노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Here,

among the market vegetables,

this torpedo

from the ocean

depths,

a missile

that swam,

now

lying in front of me

dead.

여기

시장 야채가운데

바다의

심연에서 건져올린

수중어뢰가,

헤엄치던

미사일이

지금

내 앞에 죽은 채로

누어있습니다.

Surrounded

by the earth's green froth

-these lettuces,

bunches of carrots-

only you

lived through

the sea's truth, survived

the unknown, the

unfathomable

darkness, the depths

of the sea,

the great

abyss,

le grand abîme,

only you:

varnished

black-pitched

witness

to that deepest night.

땅의 연두색 시시한 것들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예를들어 이 상치와

당근 다발같은 것들입니다.

너만이

바다의 진실을

경험하며 살았구나.

알 수 없는 것,

가름할 수 없는 어둠,

바다의 깊은 곳들,

위대한 심연,

바닥이 없는 웅장한 심연에서 살아남았구나.

너 만이 유일하게,

그 가장 어두운 밤을 경험한

빛나는

칠흑같은

목격자이구나.

     

Only you:

dark bullet

barreled

from the depths,

carrying

only

your

one wound,

but resurgent,

always renewed,

locked into the current,

fins fletched

like wings

in the torrent,

in the coursing

of

the

underwater

dark,

like a grieving arrow,

sea-javelin, a nerveless

oiled harpoon.

너 만이,

심연으로부터 나온

배가 둥그런

검은 탄환이구나!

너 만의

한 상처를

지녔지만,

소생하여,

항상 새롭게 되어,

조류에 갇혀

지느러미는

급류에서

편 날개처럼

활짝 펴고

어두운

바다 깊은 곳에서

물길을 헤치면서

슬픔에 잠긴 화살처럼,

바다 창처럼, 신경이 없는,

미끄런 작살이 되었구나.

     

Dead

in front of me,

catafalqued king

of my own ocean;

once

sappy as a sprung fir

in the green turmoil,

once seed

to sea-quake,

tidal wave, now

simply

dead remains;

in the whole market

yours

was the only shape left

with purpose or direction

in this

jumbled ruin

of nature;

you are

a solitary man of war

among these frail vegetables,

your flanks and prow

black

and slippery

as if you were still

a well-oiled ship of the wind,

the only

true

machine

of the sea: unflawed,

undefiled,

navigating now

the waters of death.

내 앞에

죽어서

내가 아끼는 바다의

관에 안치된 왕으로 누었구나.

한번은

푸른 잎에서 일어나는 소동에서

뿜어져 나온 수액처럼,

한번은

바다를 흔들고

조류 파도를 일으키던 씨앗이,

이제는

소박하게

죽은 채로 있구나:

이 전체 시장에서

너만이 모양을 간직하며

삶의 목적 혹은 방향을 지닌 채,

이렇게 둥그렇게

자연의 폐허가 되어 누어있구나.

너는

이 연약한 야채들 가운데

고독한 군함이다.

너의 측면과 뱃머리는

검고

매끈하다.

마치 네가 아직도

바람을 가르는

기름칠이 잘된 배같구나.

유일한

진정한

바다의 기계구나. 흠이 없고

더럽혀지지 않은 채,

죽음의 바다에서

지금 항해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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