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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4. (火曜日) “시란 무엇인가?” (Poetry Class 2025를 시작하며)

2025.2.4. (火曜日) “시란 무엇인가?” (Poetry Class 2025를 시작하며)

     

내일 목요일부터 초중학교 선생님들을 모시고 영시 공부를 시작한다. 내가 지난 4년동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영시를 가르치면서,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무한한 보람을 느꼈다. 아이들이 영시를 통해, 자신과 자신도 모르는 숨겨진 자신, 특히 감추고 싶은 자신과 대면하는 용기와 발아시켜야할 자신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영시공부, 암송, 그리고 즉흥 글쓰기를 그 메뉴다. 작년에 교육부총리와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을 만나 한국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내가 아이들과 영시암송과 글쓰기 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실현되었으면 하는 소원을 품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학교선생님들과 새로운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교육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개조하는 중요한 씨앗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줌복음서 공부에 참여하고 계신 고래학교 최선경교장선생님과 박현수교수님의 제안으로 선생님들을 위한 영시공부를 내일부터 시작한다. 대상은 초중등 선생님들이다. 내일 공개강좌는 선생님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The Road not Taken와 메리 올리버의 Praying을 함께 공부할 예정이다.

     

내가 영시를 택한 이유는, 지난 수년동안 읽었던 영시들이 내 삶에 대한 시선을 바꿨고,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노와 나침판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영시인 이유는, 영어는 오늘날 국제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이자 세계인으로 살기 위해서 반드시 숙지해야할 링구아 프랑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1세기 지중해 연안 지식인이라면 누구든 알아야할 그리스어와 같고, 중세의 라틴어이며, 동양의 한자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첨단 지식은 영어를 통해 발표된다. 복음서가 당시 철학과 과학의 언어인 그리스어가 아니라, 예수의 언어인 아람어로 기록되었다면, 그리스도교는 한 지방 종교로 등장했다 사라졌을 것이다.

     

왜 시인가? 시는 가장 오래된 인간만의 예술이다. 심지어 인류 최초의 그림문자가 등장한 기원전 3300년 이전에 등장한,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가, 새로운 동반자로 계약을 맺고 서로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늑대-개와의 동거를 시작하면서, 창의력과 기억력이 폭발하였다. 빙하기 시절, 기원전 3만5000년경, 개들이 호모 사피엔스들의 거주지를 지켜주면서, 인간은 밤에 푹 쉴 수가 있었다. 인간은 이제 자신의 천재성을 찾기 위해 지상이 아니라 지하 혹은 동굴로 들어가 벽화를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시를 읊었다. 늑대canis lupus의 일부가 개 canis lupus familiaris가 되었고, 짐승이었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일부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끌어올린 영감으로 이전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창작하는 호모 포이엔스Homo poiens, 즉 ‘시를 창작하는 인간’이 되었다. 시는 모든 예술의 원천이다. 시를 창작하려는 욕구는 인간 뇌의 가장 깊은 곳에 장착되어있으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시 창작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상상력, 감정, 기억, 신체감각수용능력을 자극하고 신장한다.

     

시詩는 시간(時)을 구별하여 구축한 공간에서 자신의 심장과 오장육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질서정연하고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 소리는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이 Song of Myself 제 3곡의 시작에 말한 그 소리다:

     

The smoke of my own breath,

Echoes, ripples, buzz'd whispers, love-root, silk-thread, crotch and vine,

My respiration and inspiration, the beating of my heart,

the passing of blood and air through my lungs,

내 숨결의 연기,

메아리, 잔물결, 은밀한 속삭임, 사랑뿌리, 비단실, 나무 아귀와 덩굴,

나의 내뱉는 숨결과 들이마시는 숨결, 내 심장의 고동,

내 폐부를 드나드는 피와 공기,

     

시는 도시와 문자로 구성된 문명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자기-자신이라는 씨앗을 심어 싹이 뜨기를 바라는 문화의 보루다, 그래서 문명은 언제나 시라는 문화가 필요하고, 문화인이 된다는 것은 시를 암송하고 자신만의 시를 창작하는 사람이다. 시를 공부하는 사람, 시를 창작하는 사람은 언어가 지닌 힘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산문과는 달리, 그 발음과 단어가 지닌 운율이 그 의미가 된다. 시가 표현하는 단어, 행, 단락이라는 형태가 곧 의미다. 시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가만히 편하게 시를 경청하는 것이다. 핸드폰을 잠시 꺼 놓고 상상의 나래를 활짝 열면, 시가 여러분을 인도할 것이다.

     

왜 시인가? 미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다나 지아이아Dana Gioia는 현대인이 시를 알아야할 필연성을 우리가 쉽게 이해하도록 다음 10가지로 설명한다. (https://youtu.be/6R6m5vKvc_w)

     

첫째, 시는 인류 보편적인 예술이다. 시는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원시 부족도 노래하는 예술이다.

     

둘째, 시는 가장 오래된 예술이다. 이 예술은 유럽의 동굴을 울렸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도 수천년동안 전해 내려온 예술이다.

     

셋째, 시는 원래 구전예술oral art다. 사는 문자가 생기기 전에 등장하였다. 기원전 12세기에 일어난 트로이 전쟁에 관한 노래인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호메로스는 기원전 750년경 그리스어로 옮겼다.

     

넷째, 시는 공연예술이다. 문자가 등장하기 전, 시는 노래와 춤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공연예술이었다. 오늘날 음악이 모든 예술의 기반인 이유다.

     

다섯째, 시는 기억을 돕는 예술이다. 우리가 경험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그래서 시는 기억에 도움이 되는 박자와 운율을 지니고 있다. 노래가, 다음 모든 예술을 초월하고,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받는다.

     

여섯째, 시는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예술이다. 시는 청자를 황홀하게 만들어 집중과 몰입을 유도한다. 시는 일종의 최면술로 우리의 집중을 확대하고 우리의 기억을 강화한다,

     

일곱째, 시는 형식적이며 운율을 갖춘 예술이다. 요즘에 시인의 감정을 포로하는 자유시가 등장하였지만, 근대까지 모든 시는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소리의 형태를 갖춘다. 시는 다른 특별한 형태의 대화방식이다. 영어가 포함한 게르만어족의 시는 강세를 사용하고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와 같은 로망스어족에서는 음절수가 중요하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는 음절의 장단이 중요하다. 운율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1) 시는 일반적인 언어가 아니라 특별한 언어대화형식이다; 2) 시는 사람들이 경청하게 만드는 음악音樂이다. 듣는 사람들에게 쾌락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다; 3) 시는 일종의 최면으로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어 노래를 읊조리게 만든다.

     

여덟째, 시는 신성한 예술이다. 노래의 기원을 알수는 없어도, 아마도 기원전 4만년전부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이 사후세계를 상상하며 신에게 존경을 표하는 노래, 주문, 춤이었다. 시는 인간으로 하여금 일상을 초월하여 신에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좁은 문이다. 인류의 모든 신성한 경전들은 모두 시다. 구약성서 <이사야서>, <욥기> <시편>은 모두 시이며, 인도의 <우파니샤드> <베다> <바그바드기타>도 시다. 물론 이슬람의 경전 <꾸란>은 그 의미가 낭송이다.

     

아홉째, 시는 마술적인 예술이다. 힘이 있어 만드라와 같은 주문을 외우면, 암송자에게 용기와 힘을 준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주문이다.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some other day

     

‘노래; 시’를 의미하는 라틴어 카르멘carmen은 동시에 ‘마술’ 혹은 ‘예언’이란 의미다. 이 단어는 영어를 통해 불어 샴Charme이 되었고 다시 ‘매력’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charm이 되었다.

     

열 번째, 시는 인간을 문화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야만인 그리스인인 문명인으로 만든 것은 철학이 아니라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작품들이었다. 도덕경과 논어가, 구약성서의 시들이, 인도의 베다가 각각 민족들을 문명인으로 문화인으로 개조하였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가 로마인을, 밀튼의 실낙원과 셰익스피어의 시들이 영국인을, 단체의 신곡이 이탈리아인을, 칼레발라가 핀란드인들에게 민족정체성을 부여하였다.

     

우리가 공부하려는 시가 음악처럼, 우리의 내면을 자극한다, 그것은 다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우리의 상상력, 영성, 감성, 지적인 능력이다. 시를 경험하는 것은 인간성의 회복이다. 여러분과 내가 되어야할 그 인간에 도달하도록 시가 우리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 공부가 대한민국 교육의 혁명의 불씨가 되면 좋겠다.

1 Comment


Cho J
Cho J
하루 전

교수님, 오늘 오픈 강의 잘 들었습니다. 남이 정해 놓은 '내'가 되기에는 내 옷 같지 않아 불편하고, 나다움을 회복하기에 필요한 몰입과 침묵의 시간은 핸드폰 등의 방해 요소에 의해 자주 가져보지 못 했습니다. 매달 시 수업을 통해서 시를 도구 삼아 나를 만나고 시 자체를 자양분 삼아 몰입하고 내 안의 나다움을 꺼내서 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올 한 해를 살아갈 든든한 빽(?)이 생긴 것 같아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 분홍고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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