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2. (土曜日, 53rd/365) “부리나케”
맨몸으로 달아난 비겁한 마가
(마가복음 14장 51-52절)
51. Καὶ νεανίσκος τις συνηκολούθει αὐτῷ περιβεβλημένος σινδόνα ἐπὶ γυμνοῦ,
καὶ κρατοῦσιν αὐτόν·
ונער אחד הלך אחריו מעטף בסדין לכסות את ערותו ויאחזהו הנערים׃
“한 청년이 맨몸에 양털 순모 겉옷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혔다.”
52. ὁ δὲ καταλιπὼν τὴν σινδόνα γυμνὸς ἔφυγεν.
והוא עזב את הסדין בידם וינס ערם מפניהם׃
“그는 양털로 만든 순모 겉옷을 버리고 맨몸으로 달아났다.”
(해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를 통해 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말인가? 그가 우리에게 일시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프로포폴인가? <마가복음> 14장 51-52절에 엉뚱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가는, 이 에피소드를 예수가 체포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 끼워넣었다. 게세마네 동산에서 예수가 체포되고, 그가 유대 공회에서 인민재판을 받는 이야기 사이에 엉뚱하고 신비한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이 무명의 젊은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후에 그렇게 도망친 자신을 회고하고 회개한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명의 젊은이를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 삽입할 리가 없다. 이 이야기는 다른 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가는, 자신이 도망친 비겁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복음서를 기록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권위를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한 마디도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청년은 맨몸에 양털로 만든 순모 겉옷(그리스어 신돈σινδόν)만 입었다. 이 겉옷은 당시 부자들만 착용한 옷이다. 당시 지중해인들은 소매가 짧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속옷인 아마포 린넨으로 만든 ‘튜니카’를 입었다. 그리스어로는 키톤 (χιτών)이라고 부르며, 히브리어 쿠토네트(כֻּתֹּנֶת) 차용어다. 그 젊은이는 속옷인 키톤을 입지 않고 겉옷인 신돈만 입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제자들이 예수가 체포되는 순간에 맨몸으로 도망할 정도로, 그를 완전히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린다.
자신의 겉옷을 어떤 유대인에게 잡힌 장면을 그린 화가가 있다. 어제 공부한 조토의 그림의 왼편에 등장한, 누군가의 옷을 왼손을 잡고있는 사람이다. 그는 아마도 예수 체포를 동조한 무명의 유대인처럼 보인다. 두 발을 땅에 안정적으로 디디고 왼손으로 달아나는 마가의 겉옷을 쥐는 순간이다.
제자들이 예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고백하였지만, 예수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들은 그 앞에서 부리나케 도망치고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알지 못한다고 공언한다. 예수가 자신의 알량한 이익에 위배되면, 예수를 배신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신앙을 쉽게 져버리는 인간의 표상이며, 신앙인의 위선을 담고 있다. 당신은 어떤 신앙인입니까? 부리나케 도망치는 비겁자입니까?
사진
<그리스도의 체포> 일부
지토 (1266-1337)
프레스코, 200cm x 185cm, 1304
이탈리아 파두아 스크로베니 예배당
(왼편에 누군가 마가의 옷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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