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19. (水曜日, 50th/365) “당신은 배신背信하고 바로 후회後悔하십니까?”
누가 나에게 최고의 영화를 하나 뽑아보라고 요청한다면, 나는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1972년에 만든 <대부>를 가장 먼저 떠 올릴 것이다. 마리오 푸조의 소설도 좋지만, 코폴라가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의 연기로 만든 영화가 압권이다. 이 영화는 마피아 세계의 배신과 그 배신을 극복한 사랑을 노래한다. 이 영화의 속편 <대부 2>에 유명한 배신을 상징하는 입맞춤이 등장한다. 일명 ‘죽음의 입맞춤Il bacio della morte’이다. 아마도 성서에 등장하는 가롯 유다의 입맞춤의 자손일 것이다. 영화에서 마이클 콜리오네(알 파치노)가 그의 동생 프레도(존 카잘레)의 얼굴을 잡고 귀에 속삭인다. “네가 죽였는지 난 알아. 너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너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그리고 강하여 여러 번 입맞춘다. 사랑스런 연인사이의 입맞춤이 아니라 배신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죽음의 입맞춤이다.
이 ‘죽음의 입맞춤’이 복음서에도 등장한다. 예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무이한 임무가 십자가 처형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제자들과 최초의 만찬을 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을 배신할 제자를 암시한다. 제자들은 3년간 동고동락한 스승을 배신할 사람은 없다고 강하게 항변한다. 예수도 십자가 처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동시에 치욕스러운지를 누구보다고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처형을 피하고 인간의 가장 숭고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별도의 방법이 있는지를 깊이 명상하기 위해 겟세마네 동산으로 간다. 그는 세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 대동하고 갔다. 예수는 이곳에서 자신의 뜻이 아니라, 자신을 이 세상에 보내신 분, 생명을 자신에게 선물로 주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묻는다. 예수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신의 뜻을 이루는 ‘신의 아들’이 되기 위해 유다의 배신을 통한 십자가처형이란 운명을 받아들인다.
예수가 이 결심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인자(人子, 예수의 자기명칭)가 배신을 당할 시간이 왔다’라고 말하는 동안 유다가 폭도들과 왔다. 그들은 유대의 지도자들, 즉 대제사장들, 율법학자들, 유대사회의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의 장로들이 매수한 사람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다. 이 이야기는 <마가복음> 14장 43-50절에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43.
Καὶ εὐθὺς ἔτι αὐτοῦ λαλοῦντος παραγίνεται ὁ Ἰούδας εἷς τῶν δώδεκα, καὶ μετ’ αὐτοῦ ὄχλος μετὰ μαχαιρῶν καὶ ξύλων παρὰ τῶν ἀρχιερέων καὶ τῶν γραμματέων
καὶ τῶν πρεσβυτέρων.
עודנו מדבר ויהודה בא והוא אחד משנים העשר ועמו המון רב בחרבות
ובמקלות מאת הכהנים הגדולים והסופרים והזקנים
그런데 곧, 예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왔다.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그와 함께 왔다.
44.
δεδώκει δὲ ὁ παραδιδοὺς αὐτὸν σύσσημον αὐτοῖς λέγων Ὃν ἂν φιλήσω αὐτός ἐστιν·
κρατήσατε αὐτὸν καὶ ἀπάγετε ἀσφαλῶς.
והמוסר אתו נתן להם אות לאמר האיש אשר אשקהו זה הוא אותו תפשו והוליכהו אל ימלט׃
그런데, 예수를 넘겨 줄 자가 그들에게 신호를 짜주기를 "내가 입을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아서 단단히 끌고 가시오" 하고 말해 놓았다.
45.
καὶ ἐλθὼν εὐθὺς προσελθὼν αὐτῷ λέγει Ῥαββεί, καὶ κατεφίλησεν αὐτόν·
הוא בא והוא נגש אליו ויאמר רבי רבי וינשק לו׃
유다가 와서, 예수께로 곧 다가가서 "랍비님!" 하고 말하고서, 강제로 여러번 입을 맞추었다.
46.
οἱ δὲ ἐπέβαλαν τὰς χεῖρας αὐτῷ καὶ ἐκράτησαν αὐτόν.
וישלחו בו את ידיהם ויתפשהו׃
그러자 그들은 예수께 손을 대어 잡았다.
47.
εἷς δέ τις τῶν παρεστηκότων σπασάμενος τὴν μάχαιραν ἔπαισεν τὸν δοῦλον τοῦ ἀρχιερέως καὶ ἀφεῖλεν αὐτοῦ τὸ ὠτάριον.
ואחד מן העמדים אצלו שלף את חרבו ויך את עבד הכהן הגדול ויקצץ את אזנו׃
그런데 곁에 서 있던 이들 가운데서 어느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내리쳐서, 그 귀를 잘라 버렸다.
48.
καὶ ἀποκριθεὶς ὁ Ἰησοῦς εἶπεν αὐτοῖς Ὡς ἐπὶ λῃστὴν ἐξήλθατε μετὰ μαχαιρῶν καὶ ξύλων συλλαβεῖν με·
ויען ישוע ויאמר אליהם כמו על פריץ יצאתם עלי בחרבות ובמקלות לתפשני׃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너희는 강도에게 하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49.
καθ’ ἡμέραν ἤμην πρὸς ὑμᾶς ἐν τῷ ἱερῷ διδάσκων, καὶ οὐκ ἐκρατήσατέ με· ἀλλ’ ἵνα πληρωθῶσιν αἱ γραφαί.
ויום יום הייתי אצלכם מלמד במקדש ולא החזקתם בי אבל למען ימלאו הכתובים׃
내가 날마다 성전에 너희와 함께 있으면서 가르치고 있었건만 너희는 잡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 말씀을 이루려는 것이다."
50.
καὶ ἀφέντες αὐτὸν ἔφυγον πάντες.
ויעזבו אותו כלם וינוסו׃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다.
44절과 45절에서 여기에 일반적인 입맞춤과 죽음의 입맞춤이 다른 단어로 등장한다: 44절) 예수를 넘겨 줄 자가 그들에게 신호를 짜주기를 "내가 입을 맞추는(필레오, φιλέω)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아서 단단히 끌고 가시오" 하고 말해 놓았다. 45절. 그가 다가다가 와서, 예수께로 곧 다가가서 "랍비님!" 하고 말하고서, 열렬하게 여러 번 입을 맞추었다(카타필레오καταφιλέω). 마이클 콜리오네는 강렬한 입맞춤이 ‘카타필레오’다.
카라바조가 1602년 치아리코 마테이 가문의 전속화가로 지내면서 <그리스도의 체포>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는 배경을 검은 색으로 칠하고, 마치 연극처럼, 등장한 인물에 조명을 강하게 비추는 명암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이를 통해 오늘날 영화나 TV 카메라를 통해서만 작동이 가능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한다.
이 그림은 거의 400년동안 잊혀진 그림이었다. 마테이 가문에서 보관중이던 이 그림이 수백년이 지나, 그의 자손들이 19세기에 이 그림을 한 스코트랜드인에게 팔았다. 그는 이 그림을 네덜란드 화가 헤라드 반 혼토르스트(Gerard van Honthurst)의 작품으로 여겼다. 한 아일랜드 여인이 1921년 스코트랜드를 여행하다 1921년에 이 그림을 구입하고, 더블린에 있는 예수회 신부들에게 기증하였다. 이 그림은 신부들이 거주하는 건물 식당에 거의 60년동안 방치된 채 걸려있었다. 신부들이 1990년에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보냈다. 그런 후 놀랍게도 복원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카라바조의 그림이란 사실을 확정시켜주었다. 1993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고 후에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 영구기증되었다.
이 중요한 장면을 그린 중세 화가가 있다. 지토 디 본도네(1267-1337)다. 그림중앙에 유다가 예수에게 입을 맞출 찰나다. 유다는 치렁치렁한 황금빛 망토로 순교를 상징 붉은 옷과 청빈을 상징하는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예수를 감싸고 있다. 은 30냥에 양심을 팔고 예수를 배신한 제자가 신앙보다는 황금이 더 좋다며, 스승을 농락하는 모습이다. 로마병정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고 오른 편에서는 유대 종교-정치 지도자들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달려온다. 그림의 가장 왼쪽에는 베드로가 단검을 들고 예수를 체포하려는 로마 군인의 귀를 자르고 있다. 누군가 또 다른 제자의 옷을 잡았다. 지토는 예수가 복음서기록대로, 로마군대와 무리들에 의해 체포되고 있지만, 카라바조는 모든 배경을 생략하고, 유다가 예수를 부둥켜 안으려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렸다.
이 체포는 한 밤중에 일어났다. 카라바조는 배경을 검은 색으로 칠했다.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는 달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달빛을 비춘다. 카바바조가 선호하는 빛의 방향이다. 그 빛은 예수와 유다의 이미를 집중적으로 비추는 신적인 광채다. 맨 오른 쪽에 누군가 오른 손으로 램프를 들었지만, 빛을 비추진못한다. 로마병정들의 투구의 드러난 광채는 등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빛을 반사하고 있다.
조토는 신이란 사실을 표시하는 후광을 드리운 예수와 유다의 입맞춤을 그렸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다르다. 그는 후광이 없는 보통사람 예수를 그렸다. 그는 마치 우리에게 ‘당신이 배신당하면 어떤 표정을 짓겠습니까?’라고 묻는다. 혹은 “당신은 소중한 사람을 배신하고 후회합니까?”라고 묻는다. 예수를 잡으러 온 사람들은 군중이 아니라 3명의 로마병정과 램프를 든 의외의 인물 한 명이다.
그림의 왼편에 녹색 윗옷에 붉은 망토를 걸친 소위 ‘사랑받는’ 요한은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기겁하여 두 손을 들고 도망치고 있다. 요한의 머리와 예수의 머리가 하나로 붙어있다. 예수는 이제 체포되어 십자가 처형을 당하지만, 요한은 도망쳐 예수 신앙의 보전자이자 전달자가 될 것이다. 요한의 붉은 망토가 예수의 머리 위에서 마치 후광의 모습으로 흩날린다. 붉은 색은 그리스도의 피로 순교의 상징이다.
예수는 유다의 배신에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이미 유다가 배신할 것을 알았고, 그 배신이 인류구원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덤덤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수용하지만 동시에 다가오고 있는 십자가 처형이라는 고통을 두 손을 모아 낀 깍지로 표현한다.
유다는 미묘하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깊게 주름진 이마와 눈, 그리고 달빛에 빛나는 코는, 이 순간에 상충하는 복잡한 감정들을 응축하고 있다. 사랑, 시기, 증오, 회한, 자만심, 무엇보다도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불안한 운명의 그림자를 담았다. 아니, 예수를 배신하는 이 순간에 이미 그는 후회하고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우주적인 사건의 무게를 각성한 것이다. 그는 예수를 체포하려는 로마병정의 손을 물리치고 예수를 왼손으로 감싸고 있다. 복음서는 유다가 지녔을 이런 감정에 대해 침묵한다. 유다는 사탄에 의해 유혹을 받아 예수를 배신하였다. 로마병정들은 무자비하다. 달빛을 찬란하게 비추는 그의 검은 강철 갑옷이 아무런 방비가 없는 예수의 살갗과 대비된다.
카바라조는 자신을 이 그림에 그렸다. 로마병정 뒤에서 등불을 오른 손에 든 사람이다. 1602년 그는 화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도취적으로 등불을 들었지만, 장면 전체를 비출 정도로 환하지 않다. 그 빛은 등불을 들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만 비춘다. 그는 복음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예수, 유다, 요한의 감정들을 묘사한 그림을 그린 자신의 천재성을 그린 오른손을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그림 왼편의 요한도 자신의 오른손을 위로 뻗으면서 <요한계시록>의 저자란 사실을 알린다. 카바라조는 자신을 이 그림에서 요한과 같다. 카라바조는 자신에게 삶을 길을 알려준 스승을 배신하고 바로 후회하는 유다의 심경을 이 화폭에 담은 것이다.
사진 1
영화 <대부 II>
사진2
<그리스도의 체포> (그리스도의 생애 그림 31)
지토 (1266-1337)
프레스코, 200cm x 185cm, 1304
이탈리아 파두아 스크로베니 예배당
(왼편에 베드로가 칼로 로마병정의 귀를 자르고 있다)
사진 3
<그리스도의 체포>
카라바조 (1671-1610)
유화, 1602, 133.5 cm × 169.5 cm
아일랜드 국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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