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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12. (水曜日, 43rd/365, 눈) “명상瞑想”

2025.2.12. (水曜日, 43rd/365, 눈) “명상瞑想”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겨울이 봄이 왔다는 소식에 놀라 자신의 위력을 보여주고 싶은가보다. 내일부터는 초중등학교 선생님들을 모시고 영시를 공부한다. 영시에 담긴 친절하고 간결한 바램이 선생님들의 마음에 떨어져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교육혁명의 씨앗이 되면 좋겠다. 일의 시작은 결과물이다. 시작은, 효과를 내기 위한 첫 관문이다. 그 문을 열면, 길이 나오고, 길을 따라가면 목적지가 보일 것이다. 아니 길이 목적지란 사실을 알게 되어 매 순간이 성취다. 시작점이 목적지이며, 동시에 완성이다. 선생님들이 영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에 숨겨진 최선이라는 씨를 발아시키면 좋겠다.

     

우리의 몸은 다섯 개 문이 달린 도시와 같다. 우리가 사는 인터넷 시대에, 이 오관문, 즉 눈, 귀, 코, 입, 피부를 단속하기가 어려운 디스토피아다. 현대인들인, 특히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지마자, 대중 미디어와 SNS라는 보청기와 안경을 끼고 생존한다. 자신이 선별하지 않는,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쓰나미처럼 우리의 삶을 침범하는 그 저질 콘텐츠는 우리의 눈과 귀, 마음을 왜곡하고 독살한다. 우리는 눈은 있어도 보질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생각하지 못한다. 대담한 교육혁명이 지금 일어나지 않는 한, 인간은 기계에 종속된 동물로 전락하여 멸종될 수도 있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엔, 왠지 숲에 들어가고 싶다. 그것은 내가 내딛는 발길이 언제나 첫 발자국이며 새로운 방향이기 때문이다. 폭설에 얼어붙은 눈 위에서 안전하게 걷기 위해, 아이젠을 장착하였다. 오늘은 예쁜이도 우리를 따라 나섰다. 12살난 예쁜이와 13살 샤갈과 함께 뒷동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소나무와 전나무 사이로 우리를 찾아오는 셀 수 없고 생김새가 다른 눈송이들이 지면에 쌓이기 시작한다. 쌓이고 쌓여 꽃과 나무들의 봄기운을 더욱 돋을 것이다. 한 참가는데, 샤갈이 가파른 산에 오르는 것을 거부한다. 작년에 수술한 오른쪽 앞다리가 가파른 눈길과 만나, 걷기가 힘든가 보다. 우리는 예상보다 짧게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았다. 눈이 나를 다시 숲으로 유인하다. 이번엔 혼자 위킹스틱을 가지고 홀로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혼자를 만끽했다, 공부방 명상과 숲속 산책명상은 다르다. 공부방에서는 상상을 동원하여 예루살렘을 생각해 내야 하지만, 숲속은 내 발길이 닿는 어느 곳이나 여지없이 메카다. 숲에 들어오면,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저 멀리 동네에서 들려오는 아침을 알리는 수탉과 개들의 울음이, 내가 바그다드에서 들었던, 높은 탑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무아진의 노래처럼 들린다.  

내가 오늘 향한 곳은, 거의 삼년 전에 이 야산에 마련한 나만의 메카다. 몇 주만에 방문하니, 나무로 그어놓은 직사각형 명상 장소가, 눈과 나뭇가지로 덮였다. 그 윤곽을 찾을 수가 없다. 워킹스틱으로 다시 한번 이 고귀한 땅에 직사각형을 그렸다. 내가 이곳에 누워 눈을 감으면 가만히 죽는다. 그리고 눈을 뜨면 일어서면 부활하는 구별된 공간이다. 자연의 모든 장소는 언제나 적재적소다. 이 숲에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에 들어선 바위, 나무, 흙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버티고 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알고, 그곳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집중하는 것이 은총이고 행복이다.

     

직사각형 관모양을 그린 후에 하늘을 향해 승천하고 있는 전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누군가 나무 위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며 나를 부른다. 청솔모다. 청솔모도 봄을 준비하여 나뭇가지를 타잔처럼 자유자재로 탄다. 핸드폰을 꺼내 이 광경을 담았다. 막스 리히터의 Sleep이라는 곡에 맞춰 눈이 내린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는다.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메리 올리버의 시 On Meditation, Sort of가 생각났다.

     

On Meditation, Sort of by Mary Oliver

뭐랄까, 명상에 관하여, 메리 올리버

     

Meditation, so I’ve heard, is best accomplished

if you entertain a certain strict posture.

Frankly, I prefer just to lounge under a tree.

So why should I think I could ever be successful?

제가 듣기로는 명상은 어떤 엄격한 자세를 취해야만,

가장 잘 실행될 수 있다고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저 나무 아래서 편하게 누워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왜 제가 명상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Some days I fall asleep, or land in that

even better place-half asleep-where the world,

spring, summer, autumn, winter-

flies through my mind in its

hardy ascent and its uncompromising descent.

어떤 날은 졸거나, 자리가 편하다면

설잠을 잡니다. 그 장소에서 세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제 마음 속에서 날아갑니다.

사계절이 고통을 견디며 오르고

타협하지 않고 내려갑니다.

     

So I just lie like that, while distance and time

reveal their true attitudes: they never

heard of me, and never will, or ever need to.

그렇게 저는 누워있습니다. 거리와 시간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그들이 결코

제 말을 들었거나, 들을 것이거나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Of course I wake up finally

thinking, how wonderful to be who I am,

made out of earth and water,

my own thoughts, my own fingerprints-

all that glorious, temporary stuff

물론, 저는 마침내 깨어나

생각합니다. 저로 사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흙과 물로 만들어져,

저 자신의 생각과 내 자신의 지문으로 산다는 사실이 기적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영광스럽게 잠시 소유한 소지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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