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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1.(土曜日) “기다림”

2025.2.1.(土曜日) “기다림”

     

월초는 방학 숙제를 못마치고 개학을 하루 앞둔 밤 심정이다. 온몸이 나른하고 찝찝하다. 2025년의 1/12가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렸고 2025년 12월 31일에도 이런 회한에 휩싸일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난 60여년동안 동일한 삶을 반복했기에, 별 변화는 없겠지만, 그래도 희망이라 의미가 없다면, 인생이 무슨 재미냐! 2월을 1월보다는 개선된 나로 살고 싶다. 변화만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에 자기치유를 위한 성경공부, 마가복음 5번째 수업을 진행하였다. 나는 항상 그들에게 복음서 공부에 관련된 에세이를 부과한다. 그들이 제출하면, 코멘트를 달아 돌려준다.

     

도반들의 에세이 숙제 글들이 점점 감동적이다. 감동적인 이유는, 글들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되어있고, 자신과 주위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솔직담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 복음서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자신만의 복음서라는 최고의 요리를 창조하고 있다. 이들의 쓴 10편의 에세이는 마가복음을 진정으로 이해한 자신의 복음서이자 고백론이 될 것이다. 오늘 도반들이 제출한 에세이와 함께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가복음 공부로, 내가 그들에게 부과한 4 에세이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애간장이 끊어진적이 있습니까? (예수의 나병환자에 대한 반응)

2. 당신은 즉시 행동합니까? (시몬과 안드레의 소명사건)

3. 당신은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까? (중풍병자이야기)

4. 당신은 마음을 개간할 쟁기를 가지고 있습니까? (씨뿌리는 자의 비유)

     

5장과 6장에 한번에 공부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특히 자신을 정기적으로 정화하지 못하는 인간, 12년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인, 이제 13세가 되어 아버지의 품에서 ‘달리타쿰’이란 양심의 소리를 듣고 두 발로 자립한 소녀, 고향에서 친족들의 시기와 미움의 대상이 된 예수, 세례요한의 참수, 오병이어라는 작은 정성이 만들어낸 훈훈한 기적들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나는 오늘 공부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에세이 질문과 부연설명을 던졌다:

     

5. 다섯 번째 에세이주제: 당신은 자신을 신뢰하십니까?

“오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세 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기-응시와 자기-배설을 하지 못하는, 군대 병사의 숫자인 2000명 이상의 자아를 지닌 한 미친 사람과 12년동안 새로운 생명을 배태하지 못하고, 그 피를 허비해 버리는 혈루병을 앓고 있는 한 여인과, 아직도 부모 밑에서 죽은 상태로 있는 열두살 난, 유대 회당장 야이로의 딸 이야기를 공부했습니다. 그 미친 사람은 이제, 2000개나 되는 타인의 자아를 돼지에게 불어넣어, 절벽에서 뛰어내려, 배설하게 되어, 비로소 제 정신으로 돌아와 호흡을 가다듬게 되었습니다. 혈루병 여인은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면 치유될 수 있다민 믿음을 실천하여, 더 이상 피를 흘려보내지 않고 그 피가 응고하여, 마르게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예수는 이 여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선언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신뢰합니까? 여러분은 그 신뢰를 어떤 행동으로 증명합니까? 그 행동은 어려분의 습관이 되어, 여러분만의 개성과 카리스마가 되었습니까? 당신은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믿음을 실행하고 있습니까? 에크하르트의 게라센하이트Gelassenheit, 즉 고요한 승복으로 진입하여,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를 신뢰하는가를 물으십시오.”

     

저녁엔 김현수교수님이 운영하시는 그리스음식점 깔로께리(http://kalokairi.modoo.at/)로 갔다. 김교수님의 나의 지적인 도반이다. 때때로 마련해 주시는 미슐랭 이상의 맛과 정성이 담긴 음식은 나의 눈과 코와 혀를 이전에 미쳐 알지 못한 영역으로 인도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일생 공부한 그리스어와 초기 기독교 역사, 그리고 그 수 없이 두 발로 밟은 그리스 유적지에 관한 경험으로 신약성서에 대한 나의 좁은 시야를 확장시켜준다. 그는 작년부터 내가 오래전 에써 놓은 아이스킬로스 비극과 소포클레스 비극 원고들을 꼼꼼하게 읽고 출판이 가능한 원고로 마술을 부리고 있다. 나의 게으름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고 나를 다독인다. 교수님께서 다시 그리스로 가시는 3월 이전에, 이 원고들을 출판사에 넘길 작정이다. 올해 에우리피데스 비극까지 탈고하여 출간하면 좋겠다.

     

나는 오후 6시 20분경, 깔로께리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미 컴컴한 밤이다. 차를 몰고 마을로 내려와 바싹 숨을 죽이고 봄을 애달프게 기다리고 있는 포도농장과 논밭을 지나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 아직 밤하늘에 별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로등이 없어 컴컴한 시골길은 빙판이다. 천천히 차를 모는데, 왼편 야산 위에서 누군가 나를 부담스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초승달과 천량성이다. 초승달은 공중부양을 한 후, 자신 위에 등장한 별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부력浮力으로 별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 별은 초저녁 남서쪽 하늘에 등장하는 별중의 별이라고 불리는 시리우스다. 하늘에서 내려온 용과 같은 천량성天狼星이다. 이 초승달과 시리우스는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인가?

     

차를 세우고 이 두 별의 절묘한 춤을 보았다. 가만히 초승달을 보니, 초승달이 자신의 비밀을 희미하게 알려준다. 차를 세우고 아이폰을 꺼내 마을 야산 위에 출현이 이 두 별을 찍었다. 시리우스는 자신이 내뿜는 빛으로 유유자적하고 그 아래 초승달은 둥그런 후광을 둘러 자신의 원래 완벽한 보름달 모양을 드러 낸다. 이번엔 초승달만 찍었다. 초승달은, 초승달이 아니라 변장한 보름달이었다.

     

‘달’은 해가 뜨면 자신을 감추지만, 밤길을 여행하는 대상이나 뱃사공의 등대가 되고 시인의 영감이 된다. 달은 자신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가 그 변화를 감지하도록 유도한다. 초승달은 반달이며 보름달이다. 초승달은 자연에 고요한 승복하는 패기의 여신이다. <애가서> 3.26는 그녀의 의연을 이렇게 노래한다.

     

טֹ֤וב וְיָחִיל֙ וְדוּמָ֔ם לִתְשׁוּעַ֖ת יְהוָֽה׃

아, 얼마나 달콤한지!

야훼의 구원을 위해

해산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고요히 기다리는 자여!

     

2월달은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는 계절의 요구에 순응하고 개선된 자아를 만들기 위해 모든 감내하고 변화하면서 고요하게 기다려보자.

     

사진

<초승달과 시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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