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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 (月曜日) “시를 암송합시다!”

2025.1.20. (月曜日) “시를 암송합시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마가복음 성경공부에 두 선생님께서 참여하시고 계시다. 한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시고 다른 분은 중등학교에서 24년째 영어를 가르치신다. 이 분들은 2019년에 교사성장학교인 ‘고래(Go來)학교’를 만드시고 아이들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기 교육을 고민하시고 헌신하시는 분들이다. 이들은 내가 태풍태권도 아이들과 진행하는 영시 암송을 통한 생명교육을, 먼저 교사들에게 실험적으로 접목시켜, 그들이 초중학교에서 전파하면 좋겠다고 제안하셨다. 나는 기쁘게 선생님들의 제안을 받고 다음과 같은 “영시 암송을 통한 교육”에 대한 글을 써 보았다:

     

야만인이었던 인류는 시를 통해 도시를 건설하고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도시는, 자신이 자연과 그 안에 존재하는 천체, 동물, 식물을 보고 경이와 신비에 휩싸여 그 감동을 표현한 몸짓이며 소리입니다. 우리의 언어와 문자는 그 감동을 담기에 부족한 그릇입니다. 그래서 시에는 유난히 여백이 많습니다. 시를 창작한 사람이 미처 기록하지 못한 진실을, 그 시를 깊이 읽고 마음속에 심으려는 사람을 위해 침묵과 공간을 두었습니다. 시를 자신의 심연에 심기를 작정한 사람에게 신은 인생의 사계절이 필연적으로 가져다주는 섭리를 선물합니다.

     

시를 온전히 읽기 위해서는, 이기심으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날카롭고 튼튼한 쟁기로 갈아 엎어야합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자신의 속살을 따스한 햇빛아래 정성스럽게 진열해야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시를 읽는 다는 것은, 자신의 비밀을 알아가는 고통이자 기쁨입니다. 인생의 겨울에, 차디찬 얼음과 눈 밑에서 겨우 숨만 헐떡거리며 봄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영혼에게 주는 복음입니다. 인생의 봄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여러분의 심전에 씨를 뿌리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봄에 씨를 뿌렸다고, 가을에 저절로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시를 통해 얻는 각성과 깨달음으로 매일 매일 행동해야합니다. 시가 행동이 되어 시행착오를 겪어야, 시를 진가가 나타납니다. 김을 매고, 병충이 오지 못하도록 때로는 약을 뿌려야합니다. 시를 통한 결심이 행동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나와야하고 이마에서는 구슬땀을 흘려야합니다. 눈물과 땀만이 여러분만의 과실을 맺는 거름입니다.

     

시는 인생의 가을에, 좋은 열매를 선별하기 위해, 나쁜 열매를 과감하게 유기하는 용기에서 완성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하나, 자신과 어울리는 유일한 하나, 나를 나답게 만드는 ‘나됨’IAMNESS의 추수입니다. 진실한 ‘나됨’을 추수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나됨’도 인정하는 친절을 베풉니다. 이 베품이며 자비이며, 사랑입니다. 이 자비의 행위로 우리는, 자연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무생물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됨’ISNESS가 됩니다. ‘나됨’이 ‘각자됨’과 하나가 되면, 유유자적하고 범사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겨울이 와도, 봄이 반드시 온다는 희망을 품습니다.

     

자연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낙엽과 나뭇가지가 아무렇게나 뒹구는 것 같지만, 며칠 지나면, 자신만의 자리를 잡아, 자신에게 성큼 다가온 운명을 감사하고 침묵합니다. 산은 거대한 침묵이고 시냇물은 지속적인 감사의 노래입니다. 한자로 시詩는 인간이 목욕제계하고 산사에 올라 신에게 드리는 간곡한 말이란 뜻입니다. 그 말은 간결합니다. 중언부언하지 말고 그 핵심을, 내 심장을 찌릅니다. 영어로 시를 의미하는 poem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생각을 통해 만드는 창작’이란 뜻입니다. 자연이 그렇듯이, 시는 정교한 예술작품입니다.

     

한 달에 한번 진행하는 ‘Poetry Class 2025’는, 2월부터 첫째 주 목요일 8시-10시에 줌으로 진행합니다. 저는 매시간 여러분의 영성을 일깨우는 수피 시인(루미, 하페즈, 카비르)의 시 하나와 제가 좋아하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메리 올리버, 마야 안젤루, 칼릴 지브란의 시 한 두개를 함께 공부할 것입니다.

많은 선생님이 이 수업으로 자신들의 영성이 깨어나면 좋겠다. 교사들이 깨어나야, 어린아이들이 깨어나고, 그 여파로 대한민국이 혁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메리 올리버의 <기도하기>로 전달한다:

     

     

Praying기도하기

메리 올리버

     

It doesn’t have to be

the blue iris, it could be

weeds in a vacant lot, or a few

small stones; just

pay attention, then patch

a few words together and don’t try

to make them elaborate, this isn’t

a contest but the doorway

into thanks, and a silence in which

another voice may speak.

     

“그것이 파란 붓꽃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빈 부지의 잡초雜草일 수 있습니다. 혹은

조그만 돌일 수 있습니다. 단지

몰입沒入하세요. 그런 후, 몇 단어들을

함께 끼워 맞추세요. 그것들을

정교하게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이것은

논쟁이 아니라 감사感謝하기 위한

문간門間이며 다른 목소리가 말을 거는

침묵沈默입니다.”

     

​(해설)

시는 기도하기다. 아멘으로 마치는 완결된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이 아니라, 내가 지금 생각을 더듬어, 심장에서 출발하여 목구멍을 통해 구강의 여러 곳과 혀가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문자로 옮긴, 한 인간의 살이자 피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기에 진행형이다. 그러기에 남들이 좋다고 환호하는, 신의 소식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해 무지개를 타고 여행하는 아이리스, 파란 붓꽃일 필요가 없다.

     

나만의 시를 짓기 위해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땅, 빈 부지면 충분하다. 그곳에 돌짝 틈새를 타고 고개를 내미는 잡초이거나 조그만 돌이면 된다. 이들은 충분히 시를 자아낼 수 있는 어머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방금, 갑자기 생각하는 것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이리저리 맞추면 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말도 안되는 자신감과 용기다. 운율, 각운, 음보, 은유 따위를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한 가지는 몰입이다. 아, 몰입은 끝이 보이지 않는 창조의 원천이다. 자연스러운 몰입은 인위적인 조작이나 정교보다 감동적이다. 그 몰입은 ‘자기됨’self-becoming의 가감이 없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시는 논문이나 토론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경쟁이 아니다. 시는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세상, 주위,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스스로 깨닫는 유일한 문이다. 시인은 그 문간에서 주저하며,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그 비싼 샌달을 과감하게 벗어야한다. 그래야 신이 영감을 선사한다. 시인은 그 문간에서 서성거린다. 그리고 시는,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감사할 거리를 찾도록 격려하는 침묵이다. 시인이 시를 통해 마련한 침묵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메리 올리버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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