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9. (日曜日) “자기오만과의 전쟁을 시작합시다!”
TV에서 무법無法을 보았다. 이젠 그 무법이 대명천지에 분노憤怒와 폭력暴力이 변질되었다. 인간사회란, 서로 기질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살아야하기에 법이 필요했다. 인류가 기원전 만년경 농업을 우연히 발견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모여 살면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만큼의 예의를 명문화하여 법전을 만들었다. 수메르 시대 우르카긴나 법전Code of Uru-kagina에서 시작하여 우르남부 버전Law of Ur-Nammu, 그 뒤를 잇는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고대 이스라엘의 십계명과 고대 그리스의 법조항들은 대개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지 말하는 ‘금지법’이다. 법이란 하지 않는 것이다.
고조선시대에도 여덟가지 법조항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는 3조문법 전해진다: 1) 다른 사람을 죽이면 죽음으로 배상한다; 2)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곡물로 배상한다; 3)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은 노비로 삼는데, 노비가 되지 않으려면 1인당 50만을 내야 한다. 이 조항을 통해 고조선시대 이미 사유재산과 노비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조항들은 금지조항들로, 각각 ‘살인하지 말라,’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로 풀어 쓸 수 있다. 한마디로 ‘하지 말라’는 무위無爲조항들이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비겁이 아니다. 무위는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하는 행동을 제어하는 정교한 유위有爲다. 무위의 정신과 행동지침은 노자의 <도덕경> 3장과 다윗의 <시편> 1편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먼저 노자는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본능인 자기사랑이 사회생활에서 이기심으로 변해 탐진치라는 사회악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도를 추구하는 인간의 정신을 무위라고 정의한다. 특히 리더가 지녀야할 마음가짐을 노자는 <도덕경> 3장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不尙賢 使民不爭 (불상현 사민부쟁)
“잘난 사람이 주장하는 이념이나 종교를 숭배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다투지 않는다.”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음으로,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로 유도하지 않는다.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갖고 싶은 욕심을 보이지 않음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지 않는다.
是以聖人之治 虛其心(시이성인지치 허기심)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스스로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實其腹 弱其志 (실기복 약기지)
나라 전체 백성의 배가 풍요하게 만들고, 반면에 무엇을 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약하게 만들어
强其骨(강기골)
나라의 기강이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常使民無知無欲(상사민무지무욕)
그러면, 백성들은 언제나 무엇을 알고자 하지 않고, 무엇을 바라지도 않아,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불감위야)
스스로 뭘 좀 안다고 하는 지식인이 감히 나서서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만든다.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즉무불치)
지도자가 무위로 본보기를 보이면, 이 세상에 다스리지 못한 것이 없다.”
맨 마지막 행에 등장하는 ‘위무위즉무불치爲無爲則無不治’는 욕심이 없이 물이 아래도 흐르듯이 자신을 비우고 타인에게 이익을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가져다주는 무위가 인간의 도리다. 무위는 정교한 도리다. 무위는 자기 마음의 평화를 이루려 고요히 수련할 때, 생기는 선물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침묵하고 마음을 챙겨, 평화를 수련할 때다. 우리 각자가 마음에 수련하는 평화가 대한민국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평화 운동가이나 승려인 틱낫한 (1926-2022)은 ‘폭력’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Human beings are not our enemy. Our enemy is not the other person. Our enemy is the violence, ignorance, and injustice in us and in the other person. When we are armed with compassion and understanding, we fight not against other people, but against the tendency to invade, to dominate, and to exploit.
“인간이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적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의 적은 우리와 다른 사람 안에 있는 폭력, 무식, 불의입니다. 우리가 자비와 이해로 무장한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침략하고 장악하고 침탈하려는 우리의 성향과 싸워야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선포해야한다. 우리 각자 안에 있는 이기심, 이기심이 낳은 오만과 우월감과 싸워야한다, 우리 각자의 삶에서 이 전쟁을 처절하게 치러, 무위 상태의 수련없이, 대한민국은 야만국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 물길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사진
틱낫한 (192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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