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1.(木曜日, 210th/365, 산책묵상) “매미”
요즘은 벨라만 데리고 아침 산책에 나선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운악산에서 내려온 물들이 모이는 동네 시냇물가다. 아직도 장마비가 다 빠지지 않아, 양쪽 산책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는 물살로 덥혀 건너갈 수 없다. 우리는 한쪽 산책길을 택해 걷기 시작하였다. 오전 7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르며, 걷기 시작한다. 이 산책길을 왕복하면 4km다. 우리를 공격하던 날파리들은 사라졌고, 대신 검은물잠자리가 우리를 따라 온다.
아침부터 매미가 목청을 높여, ‘지금’을 살라고 노래한다. 매미라는 영어단어 ‘시케이다’cicada는 의성어로 매미의 울음소리를 흉내내어 조어되었다. 한국어 ‘매미’도 마찬가지다. 매미가 ‘맴-맴’ 울기에 매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매미는 소리를 위해 태어났다. 수컷만 운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옆구리에 있는 발성기관으로 소리를 내고, 암컷은 그 소리에 반응한다. 나는 매미를 촬영하기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벨라는 날씨가 덥다고 가던 산책을 이어가자고 리드줄을 끈다.
“벨라, 이 매미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어.
잠시 촬영해야겠어! 움직이지 않으면 좋겠어.”
달리기를 좋아하는 벨라가, 마지못해 동의하고 리드줄을 더 이상 잡아당기지 않는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나무에 앉은 매미를 촬영하기 시작하였다. 핸드폰 렌즈로 대상을 찾는 것은, 육안으로 찾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무 아래로부터 천천히 핸드폰 렌즈를 옮긴다. 매미는 내가 자신을 촬영하는지를 이내 감지한다. 지금까지 자연에서 생존한 본능적인 능력이 있다. 매미가 울음 소리를 점차로 줄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그 기다란 앞발을 이용하여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자신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내가 매리를 발견한 그 장소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속임수를 쓰는 것 같다. 그러더니 침묵하고 하강만한다. 한 여름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매미의 고유한 의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여, 바로 자리를 떠났다. 한참 걸어가니 뒤에서 다시 우렁찬 매미 소리가 들려 온다.
매미의 매미 울음소리를 가장 간결하게 노래한 시인은 17세기 일본 시인 마츠오 바쇼Matsuo Bashō(松尾 芭蕉, 1644– November 28, 1694)다. 바쇼는 하이쿠, 한국어로 배구俳句라고 알려진 일본시 문학의 일종이다. 각행은 5,7,5 음으로 모두 17음절로 구성된 단시다.
やがて死ぬけしきは見えず蝉の声
yagate shinu keshiki wa miezu semi no koe
“매미의 울음은
그들이 이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내색하지 않는다.”
매미울음은 강렬함과 생동감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인생은 매미의 울음소리처럼, 예상할 수 없으며, 겉보기에는 가장 젊을 때, 죽음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은유다. 바쇼는 세네카가 말한 사는 것이 죽는 것이며,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생명의 진리를 울음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매미가 운다. 매미는 말하지 않고 미소를 짓지도 않으며 여름에 ‘운다’. 자연과 삶의 덧없음을 표현한다. 이 맹렬한 울음소리도 곧 사라지고 말것이다. 매미 울음소리는 죽음을 내색하지 않는다. 솔로몬이 전도서에서 말한 것처럼, 생명이 한 순간의 헛된 것이라고 힘차게 ‘우리에게’ 노래한다. 그러니, 8월 첫날, 이 매미의 울음소리는 우리 각자가 정해진 시간이 지나가지 전해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천사의 나팔소리다.
사진
<매미>
일본 화가 오모다 세이주(1891-1933)
1930, 비단화, 39.8 cm x 65.8 mm
Adachi Museum of Art
매미는 여름을 알리는 곤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