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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25. (木曜日) “부모父母”

2024.7.25. (木曜日) “부모父母”

     

어제 저녁 강연을 마치니, 저녁 9시 30분이 되었다. 수요일 저녁에는 남산신세계에서 신세계 임직원들을 위한 인문학교를 진행 중이다. 강의는 1시간 20분 수업, 질의-응답은 40분정도다. 어제는 특히 질문이 많이 1시간을 대화하였다. 나는 스위스 조각가 알베트로 자코메티의 삶, 작품, 철학에 대해 말했다. 강연의 제목은 “당신은 자신을 가만히 응시凝視하고 있습니까?”다. 나는하루 종일 고객을 위해 일하고 온 분들이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응대하는, 조용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어제는 특히 자코메티의 마지막 작품인 ‘엘리 로타르’III 흉상을 우리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비교하면서, 사유思惟의 의미를 함께 나누었고, 아프리카 단 부족의 숟가락(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소장에서 영감을 받는 조각상과 그것에 영감을 받아 패션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2017년에 출시한 샤넬의 유명한 ‘둥그런 치마’circle skirt를 소개하였다. 디자이너분들의 눈이 깜빡거렸다.

     

오늘 서울 일정에 있어, 수업을 마치고 일산에 계신 부모님댁으로 갔다. 일산집은 나의 예루살렘이다. 부모님은 아직도 신체와 영혼이 강건하셔서. 언제나 나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신다. 이들은 내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기상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4시에서 6시까지 새벽 산보를 수행하시고, 어머님은 동일한 시간에 근처 교회에 나가 기도수련과 성경읽기를 수련하신다. 이들은 수련은 반세기가 넘었다.

     

나는 3시50분에 기상하여 운동복을 갈아입고, 거실에 나와, 아버님을 기다렸다. 4시가 되자, 아버님 방 불이 켜지면서, 운동복차림의 아버님이 나오셨다. 아버님은 지닌 94년동안, 일생을 그렇게 간소하고 강력하게 사신 분이다. 이 새벽 습관은 그의 생철학의 일부다. 새벽기도회를 나가시기 전에 가만히 기도하시는 어머님을 뒤로하고, 우리는 새벽 산책을 나갔다. 예전처럼 나보다 앞서서 걷지는 않으시지만, 여전히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아신다. 강물처럼, 걸으신다. 산책길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반긴다.

     

산책 중에, 천사 얼굴을 한 두 여성분이 걸어온다. 나이는 80정도 되었을까? 걷는 모습이 활기차다. 이들 중 한 명이 아버님과 반갑다고 손을 잡는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버님이 이 여인과 바람이 났나고 직감했다. ‘이분을 만나기 위해 산책하시는구나’라는 세속적인 생각이 잠시 뇌를 스쳤다. 이들은 아버님께 반갑게 인사한다. 매일 새벽 산책에서만 만나는 여인이라신다.

     

우리는 산책코스는 다음과 같다. 아파트에서 나와, 일산 주엽공원, 강선공원, 문화공원, 오거리 공원을 거쳐 성지공원까지 갔다오는 코스이다. 성저공원에는 맨발로 걷는 황토길도 있다. 여러분들이 이미 나와 몸을 움직이며, 새벽을 깨우고 계셨다. 아버님도 성지공지에 마련된 호텔 휘트니스 운동기구 못지 않는 기구에 올라 몸을 푸신다. 그리고 ‘거꾸로 매달리기’ 기구에 올라 과감하게 양옆에 있는 수레를 돌린다. 나는 깜짝놀라, 거꾸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능숙한 훈련소 조교처럼, 발을 거취 대에 걸고 팔을 지면에 향한 채, 거꾸로 매달려 한참 계신다. 아버님의 정신이 맑은 이유를 조금 알것같다. 쓰고 계셨던 모자가 벗겨질 직전이다. 시간을 보니, 오전 5시 19분이다. 인생은 과거이며, 자신이 과거에 만든 습관의 연속이 지금이다. 아버님이 지금을 영원히 사시면서 즐기실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근면과 정직이라는 은총을 소중하게 여기고 수련해 오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걸었다. 성지공원에서 내려오면서, 오른쪽에 난 벤치를 가르키시면서, “철현아, 저 벤치가 내가 기도하는 장소다”라고 말씀하신다. 아무리 보는 사람들이 없어도, 공공장소에서 대놓기 ‘기도하는 행위’는 바리새인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눈치를 이미 아신 것이다. 아들을 배려하면서, 오늘은 기도를 생략한다는 암묵적인 발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한 마음으로 걸었다. 나는 속으로 벤치에서 함께 기도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웠다. 한참 걸은 후, 우리는 흔들그네의자에 앉았다. 그러더니 아버님이 갑자기 발로 땅을 힘차게 미신다. 흔들의자가 우리의 네 발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하늘을 향하고 있었고, 땅이 보일 정도로 뒤로 힘차게 물러나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아버님과 흔들그네의자를 탄 역사적인 날이다. 자식은 부모님의 한없는 관심과 자비로 만들어진 나무다. 부모님은 그 나무가 자라나,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새들과 동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길 바라신다. 나의 속마음이 통했는지, 아버님이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한다. 아들과 함께 산책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기도다. 아버님이 기도를 마치는 순간, 저절로 아멘이라고 화답하였다. 아버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눈물이 고여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6시 10분이었다. 좀 지나니, 어머님이 새벽기도를 마치고 오셨다. 어머님은 미수米壽가 지났지만, 언제나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신다. 어머님이 부산하게 부엌으로 가, 오늘의 만나를 만들어주신다. 어머님만의 영양식 ‘사양당’이다. 사과-양파-당근을 끓이고 간, 영양식이다. 이들이 살아오신 그 삶의 유산을 나도 품고 걸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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