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1.(月曜日) “노랑망태버섯Phallus luteus”
날마다 새날이지만, 오늘은 특별하다. 더욱더 새날이 되었다고 여기고 싶은 날이다. 2024년의 새로운 반이 시작하는 7월 1일이다. 우주안에서 시간을 이기는 존재는 없다. 시간의 흐름이 인간에게 저주이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다짐은 시간을 거슬려, 순간을 영원처럼 살겠다는 몸부림이다.
일년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숫자인 10개월이 아니라, 12개월로 구성되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로마 황제율리어스 시저는 시간을 창조한다. 자신의 이름과 별칭을 각각 7월과 8월에 배치하였다. 7월은 자신의 이름은 July(Julius)이고 8월은 자신의 황제 별칭인 August(<Augustus)이다. 율리어스 시저의 용기를 가지고 황제처럼살려는 모든 인간에게, 7월은 희망의 달이다.
산책 의례에 나섰다. 샤갈은 회복 중이고 예쁜이는 아침 산책을 꺼려, 요즘은 벨라만 데리고 나간다. 오늘 산책코스는 읍내다. 읍내 면사무소 옆에는 종합운동장이 최신식이다. 나에게 올림픽스태디움이다. 타원형 둘레가 400m 육상코스이고 그 안은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장이다. 벨라와 빠른 걸음으로 그 주위로 크게 5바퀴를 돌았다. 그 후에 다시 벨라와 함께 트랙을 두 바퀴 도니, 아침운동으로 5km, 7천보를 걸었다. 이마에 땀이 나고 발이 뜨거워지고 허벅지가 약간의 경련이 온다. 하루를 시작해도 좋다는 표시이고, 오늘은 책상에 온전히 앉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수술 후 회복인 샤갈이 배를 비워야 한다. 샤갈은 지난 12년동안 하루도 걸리지 않고, 산책 중 배를 비우는 습관이 몸에 스며들어, 풀밭으로 나가야만 한다. 뒷마당과 이어진 야산 입구로 나갔다. 샤갈은 그 길고 정교한 코로 지난 밤, 이 장소에 다녀간 곤충들과 동물들이 남긴 흔적을 셜력 홈스처럼, 코로 들이마시고 분석한다. 그 냄새가 뇌를 자극하면, 자동적으로 배를 비울 수 있다. 신기한 신의 역사다. 그 후에 이내 샤갈 얼굴이 천사가 되었다.
뒤 따라나온 예쁜이도 야산으로 진입하여, 자신만의 아침의례를 행하고 내려온다. 그런데, 샛노란 무언인가가 나의 눈을 끌었다. 너무 인위적으로 정교하여, 어린아이 장난감이나, 김정은이 고무풍선으로 보낸 잔해물인 줄 알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장마철에 가끔 등장하는 버섯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노랑망태버섯(Phallus luteus)이었다. 성기같은 모양(pallus)이 노란 치마(이우테우스)를 둘렀다고 이 다소 상스런 학명이 생겼나보다.
노랑망태버섯은 포자 줄기를 한없이 하늘에 올린 후, 자신의 몸 사방에서 엉기성기 정교하게 짜인 노란 망태를 땅으로 내린다. 아이폰을 이 신기한 식물에 갖다 대니, 그 안에서 횡재를 만난 친구가 꿈틀거리며, 몸을 숨긴다. 다름 아닌 털보왕버섯벌레(Episcapha fortunei fortunei)다. 이 벌레는 정신없이 노란 치마를 주둥이를 벌려 야금야금 삼키고 있다. 털보왕버섯벌레 머리는 짙은 갈색이고 몸은 검은색 딱정벌레로 버섯만 전문적으로 먹고사는 곤충이다. 조그만 개미들은 노란 치마 안에서 하얀 버섯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연달아 내 눈앞에 파충류와 곤충이 산책길에 등장하였다. 두꺼비, 뱀, 개구리 그리고 오늘 2024년 하반기가 시작하는 날, 털보왕버섯벌레와 노랑망태버섯이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 버섯의 특징은 하루 밤에 나타났다, 금방 사라진다는 점이다. 버섯 고대 종교에서 일종의 각성제로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도구였다. 인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리그베다에 등장하는 소마soma의식이나 조로아스터교로 알려진 마즈다이즘에 등장하는 하오마haoma의식은 모두 버섯이 주는 환각의 힘을 빌려 엑스타시를 경험한다. 아마도, 델피신전의 사제로, 이 힘을 빌려 소크라테스에게 오라클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2024년 7월 1일을 1월 1일, 혹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로 삼고 싶다.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신이 거주하는 장소인 시온, 자상의 장소가 아니라 천상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 ‘찌폴’라는 수직갱도를 통해 정복하였다. 노랑망태버섯은 저 밑에서 자양분을 끌어올려 중력을 거슬려 한없이 올라가 후,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하늘의 색인 노란색 망토를 펼쳐내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에게 한없이 자신의 일부를 나누어 준다. 그 나눔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씨를 세상에 뿌리는 순교다. 언제나 아낌없이 영감靈感을 주는 자연은 신의 지문指紋이다.
사진
<노랑망태버섯>
너무 신기한 버섯이네요 자연이 신의 지문이라는 문장이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