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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月曜日) “울 때와 통곡할 때”

2024.12.30. (月曜日) “울 때와 통곡할 때”

     

2024년은 우울한 해다.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9월 23일 나의 사랑, 벨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슬픔이라는 거대한 빙하 덩어리로 내 심장을 배고픈 곰처럼 찾아와, 영원히 자리를 잡았다. 만병을 치료하는 우주의 주인인 시간이 나는 조금씩 치유하는 은총을 빌 뿐이다. 그 상실의 슬픔에 소금을 뿌리는 자가 느닷없이 지난 12월 3일에 등장하였다. 술취한 아합, 뒤에서 조종하는 이세벨, 그리고 이들의 요구에 날뛰는 바알의 부하들이었다. 이들은 아집과 이기심으로 무장하여, 비상계엄을 장난삼아 선언하여, 우리의 자식과 같은 젊은 군인을 동원시켜, 국호찬탈을 시도하였다. 온 국민의 분노의 홧병을 얻었다. 그 후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극단의 정치 놀이를 하는 괴물들이 증오와 변명의 광란의 춤을 추고 있다,, 그나마 우리 젊은 MZ세대들이 응원봉을 동원하여, 우리 국민의 저력을 노래와 춤으로 국민의 심정을 달래주었다. 이제는 정말 일상을 회복할 시간이었다.

     

회복은 우리민족에게 과도한 꿈인가? 미디어와 유튜브에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불협화음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정치인들의 얄팍한 계략으로, 우리를 점점 절망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던 중이었다. 이 암흑의 순간에,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불행한 참사가 일어났다. 12월 29일 토요일 오전 9시경이었다. 나는 태풍태권도 아이들과 생명수업을 줌으로 진행하고 있어, 나중에야 이 참사를 알게 되었다. 선량한 우리의 형제자매 179명이 무안에서 비행기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영면을 달리한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그 유족들과 함께,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는 차갑고 어두운 심연의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의 불빛을 지필 것인가?

     

새벽에 일어나 성경을 피니, <전도서> 3장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 솔로몬이 인생의 허무함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히브리어 원문과 나의 번역이다.

     

לַכֹּ֖ל זְמָ֑ן וְעֵ֥ת לְכָל־חֵ֖פֶץ תַּ֥חַת הַשָּׁמָֽיִם׃ ס

עֵ֥ת לָלֶ֖דֶת וְעֵ֣ת לָמ֑וּת עֵ֣ת לָטַ֔עַת וְעֵ֖ת לַעֲקֹ֥ור נָטֽוּעַ׃

עֵ֤ת לַהֲרֹוג֙ וְעֵ֣ת לִרְפֹּ֔וא עֵ֥ת לִפְרֹ֖וץ וְעֵ֥ת לִבְנֹֽות׃

עֵ֤ת לִבְכֹּות֙ וְעֵ֣ת לִשְׂחֹ֔וק עֵ֥ת סְפֹ֖וד וְעֵ֥ת רְקֹֽוד׃

עֵ֚ת לְהַשְׁלִ֣יךְ אֲבָנִ֔ים וְעֵ֖ת כְּנֹ֣וס אֲבָנִ֑ים עֵ֣ת לַחֲבֹ֔וק וְעֵ֖ת לִרְחֹ֥ק מֵחַבֵּֽק׃

עֵ֤ת לְבַקֵּשׁ֙ וְעֵ֣ת לְאַבֵּ֔ד עֵ֥ת לִשְׁמֹ֖ור וְעֵ֥ת לְהַשְׁלִֽיךְ׃

עֵ֤ת לִקְרֹ֙ועַ֙ וְעֵ֣ת לִתְפֹּ֔ור עֵ֥ת לַחֲשֹׁ֖ות וְעֵ֥ת לְדַבֵּֽר׃

עֵ֤ת לֶֽאֱהֹב֙ וְעֵ֣ת לִשְׂנֹ֔א עֵ֥ת מִלְחָמָ֖ה וְעֵ֥ת שָׁלֹֽום׃ ס

מַה־יִּתְרֹון֙ הָֽעֹושֶׂ֔ה בַּאֲשֶׁ֖ר ה֥וּא עָמֵֽל׃

רָאִ֣יתִי אֶת־הָֽעִנְיָ֗ן אֲשֶׁ֨ר נָתַ֧ן אֱלֹהִ֛ים לִבְנֵ֥י הָאָדָ֖ם לַעֲנֹ֥ות בֹּֽו׃

     

1.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엔, 그것의 목적에 알맞은 정해진 시간과 영원회기의 시간이 있습니다.

2.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고 심을 것을 뽑을 때가 있습니다.

3.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습니다. 허물 때가 있고 건축할 때가 있습니다.

4.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습니다. 통곡할 때가 있고 춤을 출 때가 있습니다.

5. 돌을 던져버릴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습니다. 껴안을 때가 있고, 삼갈 때가 있습니다.

6. 찾아 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습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떠나버릴 때가 있습니다.

7.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습니다.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8.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 싸울 때가 있고 화해할 때가 있습니다.

9.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이 모든 것들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10. 이제 보니, 이 모든 것은, 신이 잠시 살다 죽을 수 밖에 인간에게 부과한 곤고한 일이 아닙니까?

     

솔로몬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일어난 파란만장한 삶을 돌아보면서 인생에는, 다른 만물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사건은 그것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시간과 영원회기의 시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안참사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심정은 솔로몬이 아니라 욥의 친구들과 같다. 그들은 처참한 욥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먼지 흙을 머리 위에 뿌리고 침묵하고 가만히 앉아 삼일동안 울고 통곡하였다. 한참 울고 통곡해야, 혜안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인가 우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특히 장례식때에도 울지 못하게 만다. 우리가 민족공동체로 엄청난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해도, 갈라치기 정치이념 때문에, 온전히 울지 못하고 통곡하지 못했다. 함께 울고 통곡해야 마음에 응어리진 미움과 아쉬움의 고름을 짜내고 새살을 돋을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이태원 참사에서 15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지만, 국민이 하나가 되어 충분히 울지 못했다. 무안 참사는, 우리가 국가로서 다시 일어설 수가 있는가를 시험하는 혹독한 통과의례다. 국가가 2025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 그 나마 다행이다. 침묵을 수련하고 한참 울 때다.

     

시인 루미Rumi가 무안참사 유가족과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의 말을 건낸다.

     

When I Die by Rumi

내가 죽던 날, 루미

     

when my coffin

is being taken out

you must never think

i am missing this world

제 관이

옮겨질 때,

제가 이 세상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당신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don't shed any tears

don't lament or

feel sorry

i'm not falling

into a monster's abyss

눈물을 흘리지 말고

통곡하지도 마시고

안타깝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괴물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닙니다.

     

when you see

my corpse is being carried

don't cry for my leaving

i'm not leaving

i'm arriving at eternal love

당신이

제 시신이 옮겨지는것을 보았을 때,

제가 떠난다고 울지 마십시오.

저는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영원한 사랑의 장소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when you leave me

in the grave

don't say goodbye

remember a grave is

only a curtain

for the paradise behind

당신이 저를 무덤

남겨두었을 때,

작별인사를 하지 마십시오.

무덤은

저편에 있는 천국을 가린

장막에 불과합니다.

     

you'll only see me

descending into a grave

now watch me rise

how can there be an end

when the sun sets or

the moon goes down

당신이 제가

무덤에 내려가는 것만을 볼것입니다.

이제 제가 일어날 것입니다.

어떻게 그곳에 마지막일 수가 있습니까?

태양이 지고

달이 질 때,

     

it looks like the end

it seems like a sunset

but in reality it is a dawn

when the grave locks you up

that is when your soul is freed

그것이 마지막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마치 일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은 새벽입니다.

무덤이 당신을 가두면,

그 시간에 당신의 영혼이 자유롭게 됩니다.

     

have you ever seen

a seed fallen to earth

not rise with a new life

why should you doubt the rise

of a seed named human

당신은 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까?

새로운 생명으로 일어지나 않습니까?

왜 당신은 인간이란 이름을 지닌 씨앗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의심하고 있습니까?

     

have you ever seen

a bucket lowered into a well

coming back empty

why lament for a soul

when it can come back

like Joseph from the well

당신은 우물에 아래로 드려진

두레박이 빈채로 올라오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까?

요셉처럼, 우물로부터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영혼에 대해 왜 통곡하고 있습니까?

     

when for the last time

you close your mouth

your words and soul

will belong to the world of

no place no time

이제 마지막으로

당신의 입을 다물 때,

당신의 말과 영혼이

우리가 아는 장소와 시간을 초월한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것입니다.

     

     

사진

<우울>

에드바르 뭉크(1863-1944)

유화, 1894, 72 cm x 98 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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