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5.(日曜日) “치중輜重”
새벽에 잠시 눈발이 흩날렸다. 추운 날일수록, 자연은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추위를 막을 털모자, 터틀넥, 장갑을 착용하고 샤갈과 예쁜이와 함께 뒷산을 올랐다. 야생 멧돼지와 고라니가 자신들이 이곳에 왔다는 표식을 배설물로 이곳저곳에 남겨 놓았다. 겨울일수록 갈색 낙엽과 솔잎이 바싹 말라. 걸을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를 내면서 부서져 먼지를 날린다.
꾸불꾸불한 얕은 경사면을 100m정도 가면, 가파른 야산이 나온다. 샤갈이 앞에서 씩씩하고 올라가고 리드줄을 잡은 내가 오른다. 낙엽이 성당이 끄러워 균형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아래로 구르기 십상이다. 예쁜이는 항상 저 뒤에서, 어젯밤 이곳에 누가 왔다갔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코를 이곳저곳에 쳐박고 셜록홈스처럼 조사한다. 개들은 후각이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냄새로, 어제 다녀간 동물의 종류, 몸무게, 심지어 건강상태까지 파악한다. 만일 내가 개들을 집에만 가둬 놓는다면, 이들이 지닌 후각능력을 퇴화시켜 몇 세대가 지나면 결국 소멸될 수도 있다.
생물은 각자 자신들이 개발해야만하는 특성이 있다. 돌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수영해야하고, 북극갈매기는 매년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수만키로를 날아가야하고 연어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배고픈 곰이 있어도 산란을 위하 강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야한다. 만물이 자신의 특성을 충분하게 발휘해야 행복하다. 우리 각자에게도 그런 자질資質이 있다. 이 자질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생의 경험 후에, 누구를 부러워하고 따라는 것이 자살행위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요즘 한국사회를 쓰나미처럼 덮고 있는 탄핵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각자가 자중自重해야 한 이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손가락질을 자신에게 돌릴 시간이다. 대한민국이 질서사회에서 무질서 야만사회로 회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읽은 <도덕경> 26장에 우리가 모두 소중하게 여겨야 할 자질을 ‘치중輜重’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치중이란 전쟁시, 군량미를 실은 우마차이지만, 스스로를 위장하여 남의 눈에 띠지 않게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겸허다. 한 나라의 리더가 치중을 잃으면, 그 직을 잃게 된다. 다음은 <도덕경> 26장 원문과 번역이다.
重爲輕根 靜爲躁君 (중위경근 정위조군)
是以聖人終日行 (시이성인종일행)
不離輜重 (불리치중)
雖有榮觀 (수유영관)
燕處超然 (연처초연)
奈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내하만승지주)
而以身輕天下 (이신경천하)
輕則失本 躁則失君(경즉실본 조즉실군)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의 근본입니다.
무거운 것으로 돌아가십시오.
고요한 것은 조급한 것의 우두머리입니다.
고요한 것으로 돌아가십시오.
이런 이치를 본받아, 성인은 하루 종일 걸어도
무거운 것을 실은 수레, 자신이 가야할 도인
치중을 떠나지 않습니다.
비록 화려것이 그의 눈을 유혹하여 잠시 실수해도,
곧, 자신이 있어할 곳으로 돌아와 초연하게 앉아있습니다.
어찌 만대의 병거를 이끄는 천하의 천자가
자신의 몸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볍게 놀릴수 있습니까!
가벼우면 근본을 잃게 되고,
조급하면 군주라는 직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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