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火曜日) “이세벨과 아합”
한 사람이 세상을 망치기도 세우기도 한다. 그는 출세의 최단 지름길인 사법고시를 위해 젊음을 바쳤다. 법조항을 달달 외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단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고 믿는 자였다. 여덟 번의 낙방에도 굴하지 않고, 고시원에서 밤을 세워 암기하면서 검사되었다. 인생의 실패가 가져다주는 혜안이 부족한 자가, 파란만장한 삶의 절벽에 선 사람들을, 법 조항들을 들어대며 꼼짝 못하게 만들어, 처단하여 ‘한방으로’ 교도소를 보내기로 유명한 자가 어찌하다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 권력을 맛본 돈키호테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할 리가 없다.
그는 최고권력자를 수감시켰고, 대중은 그를 이용하여, 스스로 더 큰 권력자가 되었다. 대중이 보기에 그는 만만한 자다. 최고권력자가 되어도 손색이 없다. 9수를 견뎌내며 고시에 합격한 자가, 배가 나와 흘러내리는 바지의 벨트를 저 아래 매는 자가, 푸틴과 김정은처럼 이리저리 뒤뚱뒤뚱 걷는 자가, 잠시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어, 이러저리 좌우를 살펴보는 산만한 자가 대통령으로 적격이다. 최고 권력자가 될만하다. 우리는 항상 만만해 보이는 자를 최고 지도자로 선출하고, 우리를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끌어내린다. 그는 얼떨결에 최고권력자가 되었다. 그의 운명이 고대 이스라엘의 아합Ahab과 얼마나 유사한지.
아합이 손바닥에 왕자를 새겨 놓았다고, 그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왕궁 근처에 나봇이란 사람이 조그만 포도원을 가지고 있었다. 유유자적하는 소시민 나봇의 행복을 빼앗고 싶었다. 아합은 그 포도원을 구입하여 약초를 심어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거절당한다. 나봇이 그 땅은 조상대대로 내려온 유산遺產이라 매도가 불가능하다고 왕에게 말한다. 원래 소심한 그는 이 거절에 시름시름 앓고 술만 마시다 침대 누었다.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는 나약한 아합을 일으킨 여인이 있다. 그의 부인 이세벨Jezebel이다. 이세벨은 돈이 모든 권력과 명성뿐만 아니라, 인간이 꿈꾸는 사랑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여인이다. 페니키아 출신인 이세벨은 부를 가져다주는 바알신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미국을 손에 쥐고 대통령까지 만드는, 엘렌 머스크와 같은 금권신봉자다. 그녀는 바알 신과 아세라 여신 말을 전달하는 주술사의 말을 진리로 여긴다. 이세벨은 우울증에 빠져 침대에서 뒹구는 아합을 보고 말한다. “당신은, 이스라엘의 왕이 아닙니까? 일어나 정신 차리세요. 나봇의 포도원, 제가 강탈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합법입니다.” 이세벨은 나봇을 공개적으로 역적으로 만들어 처단하고, 아합이 그 포도원을 차지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2년반동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아합, 이세벨, 바알 주술사의 작품이란 사실을 점점 알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세벨을 국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특검을 도입하려하자, 아합은 멍청한 무리수를 둔다. 이세벨은 이제, 아합의 손바닥에 왕王 글자를 하나가 아니라 세 개王王王 를 그려놓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을, 불법이라고 합법이라고 세뇌시켰다. 이 말을 들은 아합은 아첨꾼 고등학교 동창들을 군요직에 두루 배치한다. 국군의 날 막강한 군인들을 사열시켜 두번의 예행연습까지 끝냈다. 이제 그들과 함께 계엄령을 선포하여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불순세력들을 싹 다 잡아들여 감금하고 처단시킬 참이다. 국민들이 자신을 믿을 것이라고 착각한 아합은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 한밤에 이 소식들 전해 들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을 잘못 선출했다고 뼈져리게 느꼈다. 국회로 몰려가 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진입을 온몸을 던져 막아서고,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이 합세하여 비상계엄선포 후 6시간만에 계엄령이 해제하였다. 나봇이 처단된 것처럼,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요주인물들이 사라질 위험천만한 찰나였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고 이 내란을 일으킨 아합과 그 추동자들은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어리석음이 악이다’란 사실을 처절하게 보여준 비극이다. 그런 자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한 우리의 잘못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아마도 인류역사상 최고의 권력을 부릴 수 있는 자다. 아합이 정서상 하야下野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 탄핵 과정을 통해, 끝까지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할 것이다. 그들이 여유가 있다면, 아합과 이세벨 최후가 어땠는지, 성경을 들춰보면 좋겠다. 그럴 양심이 있었다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통치는 자신의 매일 아침, 자신을 비우고 수많은 국민, 특히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의 마음을 역지사지하는 연습을 통해 나오는 습관의 예술이다. 통치자는 이 거룩한 예술을 자신이 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매일 매일 연습하는 자다. 대한민국에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참된 교육의 부재때문이다. 타인보다 많은 점수를 받으면 출세하는 제로섬, 수월성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해,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서 인물이 스스로 극악무도한 일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런 승자독식의 왜곡된 수월성교육은 앞으로 더 많은 아합과 이세벨를 배출할 것이다. 우리 대통령들의 마지막을 가만히 상기해 보자. 이것은 우리의 수월성교육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증거다. 출산율 세계 꼴찌와 자살률 세계 일등은 우리의 교육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씨앗을 뿌린다는 확실한 증거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시급하여 전혀 새로운 교육방식을 고민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당분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징어게임’과 같은 지옥 속에서 살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방식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출을 가로막고 후진국으로 전락시킬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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