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4. (月曜日) “징검다리”
샤갈과 산책이란 의례를 치뤘다. 벨라가 떠난 지 40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예쁜이는 아침산책을 싫어한다. 줄을 채워 차까지 데려왔지만, 대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엄마를 지켜야한다는 임무가 생겼다. 엄마도 함께 가는 밤 산책엔 기꺼이 나선다. 오늘은 샤갈을 데리고 동네 수변을 걸었다. 수변을 완전히 걸으면 1시간이다. 아침운동으로 6천보를 걸으면 동네 개도 만나고, 오리도 만나도 동네 농부도 만난다.
샤갈은 지난 5월 23일에 크게 다쳤다. 집 마당으로 겁 없이, 실수도 들어온 고라니를 잡겠다고 달려들다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졌다. 고라니는 자신의 생존비밀인 높은 곳을 뛰어오르는 점프 실력을 발휘하여 거의 2m나 되는 담벼락을 넘어갔다. 용맹한 샤갈이지만, 담벼락에 부딪히면서 내동그라져, 그만 다리가 부르진 것이다. 우리는 수소문하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에 한 저명한 수의사를 찾아갔다. 수술은 완전 성공적이었다. 많은 수의사들의 에상과는 달리, 샤갈이 회복하게 되었다. 한달전부터는 이제 제법 빠르게 걷고, 연말쯤이면 뼈가 완전히 붙을 것이다. 이번 겨울 가파른 뒷동산 등산을 위해, 요즘 빠르게 걷기 훈련 중이다.
수변을 한 바퀴 돌면, 시냇가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등장한다. 징검다리는 우리 인생의 여정이다. 나는 여정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여정에는 가봐야 비로서 보이는 목적지를 마음에 두고 매일 매일 가야할 과정을 아는 의식적인 발걸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정에 관한 이야기들, 특히 단테의 <신곡>이나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애독한다. 내가 그 과정 중에 있는 사실을 상기하고 응원하고 싶어서다. ‘여정’이란 한자旅程도 내가 오늘 마쳐야할 구간을 의미한다. ‘여정’이란 영어단어 journey는 구간이 아니라 시간에 방점을 찍었다. 해가 떠있는 낮jour동안 마쳐야할 과업이란 뜻이다.
샤갈과 나는 징검다리 하나하나를 종말론적으로 걷는다. 하나를 걷너 뛰기에는 위험하다. 순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미끄러질지도 모르기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정성스럽게 걸어야한다. 샤갈이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하염없이 아랑곳하지 않고 흐르는 물을 본다. 지난 12년동안 함께 산책하던 벨라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샤갈은 이제 샤갈-벨라다. 삶의 한가운데 함께 걷는 도반이다.
몇 년 전, 함축적이며 간결한 언어구사를 통해, 은폐하고 은닉하는 시들이 내 삶을 찾아왔다. 아마도 산책과 반려견 동반이 준 선물일 것이다. 산책에서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그 일부만을 살포시 보여준다. 그 약간도 나를 감동시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려견들은 이 순간이 얼마나 신나는 지를,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려준다. 그런 시인 중 메리 올리버의 시가 좋다. 그녀의 시는 언제나 내가 삶을 변화시킬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오늘 내가 마쳐야할 구간과 시간에 관한 노래다.
Journey
여정
by Mary Oliver
One day you finally knew
what you had to do, and began,
though the voices around you
kept shouting
their bad advice --
though the whole house
began to tremble
and you felt the old tug
at your ankles.
(해설번역)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당신은 마침내 강물과 같이 야속하게 흘러가버리는 인생에서 해야 할, 의미가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방해꾼들이 있습니다. 당신 주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충고랍시고 이런저런 말을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쌓아올린 기반이 흔들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당신의 발목을 잡아당기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당신은 자만의 전설을 쓰겠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Mend my life!"
each voice cried.
But you didn't stop.
You knew what you had to do,
though the wind pried pry
with its stiff fingers
at the very foundations,
though their melancholy
was terrible.
It was already late
enough, and a wild night,
and the road full of fallen
branches and stones.
(해설번역)
사람들은 “내 삶을 고쳐주십시오”라고 외칩니다.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유일한 인간이 자신이란 사실을 아직 모릅니다.
그들은 자신의 심연에서 울려나는 미세한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거기서 새어나오는 말만이 진리입니다.
그들이 찬양하는 음유시인들이나 성현들의 노래보다 더 빛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제, 그런 외부에 소리에 요동하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을 알기 때문입니다.
거친 바람이 당신의 뻣뻣한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어와
송두리 채, 비틀어댑니다.
아, 그 기분이 얼마나 암울한지.
여정을 떠나기에 좋은 시간이 아닙니다.
한참 늦었고 밤은 깊었습니다.
길에는 꺾여 떨어진 나뭇가지들과
산에서 굴러 떨어진 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브람이 고향을 떠났을 때가 75세였습니다.
But little by little,
as you left their voice behind,
the stars began to burn
through the sheets of clouds,
and there was a new voice
which you slowly
recognized as your own,
that kept you company
as you strode deeper and deeper
into the world,
determined to do
the only thing you could do --
determined to save
the only life that you could save.
(해설번역)
조금씩 조금씩
저들의 푸념을 뒤로 하고 떠납니다.
그래야 기적이 일어납니다.
당신이 그렇게 찾던 별들이 시커먼 구름들 사이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타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당신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당신이 세상으로 더 깊고 깊게
들어갈 때, 당신을 지켜주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말합니다.
“이제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하십시오.
이제 당신이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구하십시오.“
당신이 이제 그것을 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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