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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木曜日, 325th/365) “일상日常”

2024.11.21. (木曜日, 325th/365) “일상日常”

     

ἐγώ σε ἐδόξασα ἐπὶ τῆς γῆς, τὸ ἔργον τελειώσας ὃ δέδωκάς μοι ἵνα ποιήσω·

ego te clarificavi super terram opus consummavi quod dedisti mihi ut faciam

אני פארתיך בארץ כליתי פעלך אשר צויתני לעשות׃

“저는 세상에서 당신을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행하라고 명령한 그 일을 완수하였습니다.”

<요한복음> 17.4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가 한 말이다. 자신에게 생명을 주신 분을 빛나게 만들기 위해 인생을 온전히 바쳤다는 그의 고백이 결연하다. 그처럼 살면 좋겠다. 누구나 자기-나름이란 프리즘으로 빛을 비추면 되면다. 그 프리즘에 알게 모르게 떡칠한 이기심이 붙으면,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고물로 전락한다.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은 자신만의 구별된 상日常의 회복이야말로 거룩하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한 후에, 일상이 흩어졌다. 쇼베동굴과 라스코동굴 벽화, 니스에서 쪽빛 파도와 샤갈 성서 그림에 핝참 취해 있었다. 이 감동들을 내 감정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제 겨우 프랑스 환상에서 깨어났다. 급기야 지난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마태복음 줌 수업 시간에 30분 늦게 입장하였다. 30분 동안 공허한 화면을 보고 기다린 복음서공부 동지들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심기일전하기 위해, 샤갈과 예쁜이와 함께 뒷산에 올랐다. 지난 3년동안 거의 매일 가던 뒷동산 산책을 꺼린 이유는 두 가지였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벨라의 흔적과 기억 때문이고, 뒷다리 인대 수술을 한 예쁜이, 그리고 앞발에 부러져 회복하고 있는 샤갈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 용기를 냈다. 힐렐의 말대로,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란 말이냐!’를 상기하며 가파른 뒷산 등산을 결정하였다.

     

기특하게 샤갈이 이젠 제대로 걷는다. 나와 아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수술 전보다 빠르게 걷는다. 자신이 벨라와의 이별을 가장 슬퍼하지만, 스스로 모범을 보인다. 지난 12년동안 함께 지낸 영원한 샤갈의 짝, 벨라가 9월 23일에 떠난 후, 샤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 많았지만, 오히려 샤갈 때문에 일상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뒷마당 펜스를 여니 갈색 나뭇잎과 솔잎으로 가득한 야산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의 걸음에 맞추어 사각사각 노래를 한다. 우리가 야산을 침입하여, 저 멀리서 고라니 가족이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소스라쳐 도망간다. 우리도 야산을 즐겨야하니, 잠시 양보해 달라고 용서를 빌었다. 예쁜이가 신이 났다. 벌써 야생동물의 배설물을 발견하고 자신의 오른쪽 목을 갖다 대고 한참 비빈다. 자신도 이 자연이 일부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다.

     

샤갈을 언제나 앞서 걷는다. 한참 걷다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샤갈이, 나를 끌고 올라간다 언덕을 올라가면, 수천년동안 야생동물들이 가던 지름길이 산등성이에 새겨져 있다.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가는데 족히 2시간이 걸리는 최고의 산책코스다. 오늘은 오랜만에 올라온 산행이니 오른편쪽 산등성이만 왕복하였다.

     

우리가 항상 들리는 중간쉼터에 앉았다. 벨라와 함께 지난 3년동안 자연의 세례를 받던 장소다. 샤갈과 예쁜이는 멀리서 뒤척이는 야생동물의 걸음에 귀를 쫑긋 세운다. 우리가 얼마나 이 장소를 즐겼는지.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세월의 아까움이 사무치는 아침이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구별된 일상을 회복하고 싶은 아침이다. 순간을 잡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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