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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8. (火曜日) “판독判讀”

2024.10.8. (火曜日) “판독判讀”

     

어제 세계문자박물관 학예연구원이라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 주 금요일 (10월11일) 송도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문자의 기원에 관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특히 성각문자의 판독을 가능하게 만든 로제타 석비Rosetta Stone와 쐐기문자의 판독을 가능하게 만든 베히스툰 비문Behistun Inscription에 대해 세계적인 학자들이 발표할 예정이다. 이 비문은 내 젊음을 투자했던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였다.

     

나느 박근혜정부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제안하고 초기 건립위원이었던 사람으로, 이 대회는 정말 고무적인 사건이다.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문자의 의미와 대한민국 문화의 DNA인 훈민정음과의 관계를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참여를 독려했을 것이다. 국내 유일의 이집트 학자 서울대학교 유성환박사가 참여하여 사회를 본다니, 그나마 안심이다. 내년에 ’알파벳의 기원‘으로 다시 국제대회를 한다니, 그 때에는 관여하여 전 국민이 훈민정음을 소유한 국민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나는 문자의 기원에 대해 오랜 세월 관심을 가졌고 연구해왔다. 요즘은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에 남긴 기호들의 문자성을 연구하고 있고 11월에 프랑스 라스코 동굴과 쇼베동굴을 방문하여, 벽화, 상징, 기호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참이다. 초기문자의 기원에 관해 여전히 디니 슈만트-베세라트의 Before Writing이라는 책과 제네비드 폰 펫징거의 The First Signs라는 책이 중요하다. 기호에서 문자로 전이하는 과정은, 무의식에 존재한 호모 사피엔스의 이성이, 의식으로 건져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정신과 영혼을 구축하는 수련기간이었다.

     

나는 90년대초,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구약성서 <에즈라서>와 <다니엘서>의 일부를 기록한 아람어를 배웠다. <에즈라서>의 아람어를 ’제국아람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페르시아 제국의 국제공용어가 아람어였고, 페르시아 제국이 유다라는 속국을 치리하기 위한 관원이 에스라와 느혜미아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기원 찾기를 좋아하는 내가, 다리우스 대왕의 언어인 ’고대 페르시아‘를 배우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이었다. 당시 옥토 쉐르보Oktor Skjaevo라는 교수가 고대 페르시어와 아베스타어를 개설하여, 2년동안 심취하여 공부하였다. 고대 페르시아어는 산스크리트어와 언어학적으로 동일한 계통인, 인도-이란어였고, 인도-이란어는 다시 인도-유럽어군의 한 가지였다.

     

쉐르보 교수는 나에게 베히스툰 비문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안하였다. 존 휴네가르드 교수밑에서 셈족어 고전문헌학 전문가인 내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90년대 초에 베히스툰 비문이 있는 이란 케르만자로 가서 탁본을 뜨고 사진을 찍었다. 중앙 아시아 파르티아 왕국의 타자였던 다리우스 (성서 다리오)는 야심 찬 인물이었다. 고레스의 아들 캠비세스가 이집트를 정벌하러 나선 사이에 제국의 속국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캠비세스는 이집트를 기원전 525년에 정벌하고 페르세폴리스로 돌아오는 길에, 아마도 시리아 어떤 지점에서 자신이 찬 칼에 허벅지를 베어 파상풍이 걸려 사망한다.

     

다리우스는, 이 시점을 포착하여 자신을 따르는 창잡이와 화살잡이 장군들과 함께 반란군들을 기원전 522년부터 정벌하기 시작하여 페르시아 제국을 완성한 제왕이 되았다. 반란군들중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스키타이 왕이며, 항상 고깔모자를 쓴 스쿤카였다. 다리우스 왕은 자신이 제왕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 그는 다음 세가지를 창안한다: 1) 고대 페르시아어 쐐기문자 창제; 2) 마즈다이즘(조로아스터교)를 제국의 종교로 선언; 3) 고대근동 제왕들의 석비제현방식을 그대로 모방.

     

베히스툰 비문와 부조는 지상으로부터 68m나 높은 깍아진 듯한 절벽에 새겨져있다. 부조물과 함께 맨 처음에는 엘람어로, 그 후에는 당시 고대 근동의 고전어인 아카드어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제한 고대 페르시아어로, 다리우스의 등극 과정이 쐐기문자로 기록되어있다. 이 세가지 쐐기문자는 유전발생학적으로 전혀 상관이 없는 언어였다. 엘람어는, 이란에서 기원전 3200년부터 사용되었던 언어로, 기원전 6세기, 고레스의 침공으로 사라졌지만, 페르시아의 행정 언어였다. 아카드어는, 가장 오래된 셈족어로, 근동전역의 링구아 프랑카이기에 새겨졌다. 고대 페르시아어는 산스크리트와 가까운 인도-유럽어였다. 학자들은 자신의 분야가 있어, 인도-유럽어를 공부하는 학자는 고대 페르시아어만을 연구했고, 셈족어 학자들은 아카드어 번역만을 공부해왔다. 엘람어는 아직도 완전하게 판독되지 않은 언어였다.

     

나는 이렇게 서로 다른 어군으로 기록된 베히스툰 비문을 비교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500년이란 세월을 지내면서, 비문에 훼손된 부분들을, 다른 번역본과 비교하여, 탈문脫文을 메꾸고, 이 세가지 쐐기문자의 원형을 찾는 논문을 썼다.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판독判讀이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판독이란, 겉보기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랜 세월 응시하고 또 응시하고, 그 문법을 알아내고 비교하여, 이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 문헌과 문명을 발명하는 수고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장-프랑수아 샹폴레옹과 헨리 크레스윅 로윌슨의 천재성과 인내성이 잘 드러나길 바란다.

     

*참고서적

     

*베히스툰 비문관련 논문

     

사진

<문자의 기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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