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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8.(火曜日) “유기농송산포도”

2024.10.8. “유기농 송산포도”

     

어제 핸드폰에 연달아 걸려온 전화 두통이 찍혀있었다. ‘이상배선생님’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장소는 페북이었다. 내가 5년전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올리면서, 농업에 관련된 단어를 설명하였다. 신은 아담에서 땅을 개간하는 농부가 되라고 말한다. ‘땅을 개간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 단어 ‘아바드’는 ‘예배하다; 신을 경배하다’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농부가 매일 매일 경작해 땀을 흘려야하는 노동과, 노동을 마치고 안식일에 신에게 드리는 예배가 같은 단어일 수 있을까? ‘땅을 경작하는 노동’과 ‘신에 대한 예배’는 원래 하나였다. 그러다, 인간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위인 노동과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신에게 드리는 염원인 예배를 구분하면서, 인간의 타락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노동이 곧 예배에고 예배가 곧 노동이기 때문이다. 영어단어 서비스service는 ‘노동’과 ‘예배’라는 두가지 의미를 모두 품고 있다.

     

내 매일 묵상글에 화성시 송산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분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을 화성 송산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였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노동이 예배라는 사실을, 나처럼 책이 아니라, 땅에서 직접 확인하신 분이다. 나의 글이 그의 깨달음과 일치하였나보다!

     

문자의 내용은, 이선생님께서 포도를 재배했는데, 내게 선물로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더코라에서 진행한 ‘요가수트라’ 수업에서 처음 조우하였다. 그는 흙과 물과 하나가 되어 하루 종일 노동하시다, 더코라 채플에 오실 때면, 농부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처럼 목욕재계하고 캐주얼 정장차림으로 오셨다. 햇빛의 세례를 받아 얼굴은 구릿빛이지만 언제나 웃으신다. 요즘 토요일 오전에 진행하는 줌수업시간에 종종 밀짚모자를 쓰고 승용차 질문하시는 분이다.

     

아니라 다를까, 오늘 오후에 포도송이가 도착하였다. 박스를 열자, 수줍게 연두색 얇은 종이와 포장 뽁뽁이 비닐로 감싼 포도송이들 가운데, A4용지 두 장이 눈에 들어왔다. 맨 위에 “<흙이 시를 만나면> 농산물을 소개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요나> 수업에서 글쓰기 숙제를 제출하지 못하신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2023년 포도작품 주제로 ‘빛의 향연’이란 시를 써 보내셨다. 그의 시에 흙내음과 빛내음이 가득하다.

     

빛의 향연

이상배

     

농사는 빛의 향연입니다.

태초 ‘빛이 있으라’의 그 빛이요.

138억 빅뱅의 그 빛이다.

     

태풍 후 포도원을 둘러보니

맛들은 포도가 있어 따왔습니다.

맛들은 것은 빛이 가득하다는 뜻이요,

맛들었다는 것은 우주가 깃들었단느 뜻입니다.

     

농부는 세상에 빛을 전하는 전도자요.

모든 인간이 하늘임을 나누는 사제입니다.

농부는 인간으로 하여금 별을 노래하게 하는 문화생산자입니다.

     

검고 붉고 연초록의 찬란한 포도의 색감이 이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그 색감의 잔치를 벌리기 위해 봄날 연보랏빛 포도순을 내고 초여름 하얀 꽃향기를 토해내고

맺힌 포도알 풍선처럼 키워 햇볕을 차곡차곡 채워갔던 것입니다.

     

어디서 배워 포도는 이런 근사한 빛의 잔치를 베풀었을까?

자신만의 색감은 학교과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아닐 것인데...

생명은 자기다워지는 법을 스스로 알고 있는 신이 아닐까?

     

이선생님의 글을 옮겨 적으니, 그의 마음이 내개 전해졌다. 나는 그가 자신을 ‘세상에 빛을 전하는 전도자요, 모든 인간이 하늘임을 나누는 사제, 그리고 인간으로 하여금 별을 노래하게 하는 문화생산자’라는 독창적인 표현이 좋다. 그의 머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빛, 바람, 안개, 비, 서리, 눈, 공기가 어울어져 만들어낸 예술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이렇게 표현한다.

     

“농산물은 商品이 아니라 作品입니다.

농업은 환전의 수단 이전에 표현의 영역입니다.

자연예술농업을 지향하는 <흙이 예술을 만나면>의 작품들을 나눕니다.”

     

그가 나에게 보낸 유기농 송산포도는 껍질, 씨, 줄기까지 차로 먹는 유기농이다. 식물이 만약의 근본인 이유는, 고통을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신다. 특히 상흔이 많은 유기농 포도는 화약농약을 일절 치지 않았기에 우리 몸에 더욱 좋다. 포도알 하나 하나가 자신만의 맛을 낸다. 고뇌하는 삶이 자신만의 독특한 풍미를 낸다고 말하신다.

     

유기농 송산포도를 입에 넣으니, 어찌 그리 단지요!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예수의 말씀이 생각났다.

     

ἐγώ εἰμι ἡ ἄμπελος, ὑμεῖς τὰ κλήματα.

ὁ μένων ἐν ἐμοὶ κἀγὼ ἐν αὐτῷ, οὗτος φέρει καρπὸν πολύν,

ὅτι χωρὶς ἐμοῦ οὐ δύνασθε ποιεῖν οὐδέν.

“나는 포도나무이고 너희들은 포도를 매달고 있는 가지들이다.

그가 내 안에 머물고 내가 그 안에 머물면, 그는 많은 포도송이 열매를 맺는다.

왜냐하면 가지는 나무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선생님께서 시도하시는 생명운동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유기농 송산포도, 010-9023-4221 (이상배))

     

사진

<유기농 송산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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