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024.1.26. (金曜日) “도리道理”

2024.1.26. (金曜日) “도리道理”

     

법을 전공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사람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을 잡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무법천지인가? 나는 282개 조항으로 되어 있는 인류 최초의 성문법이라고 알려진 ‘함무라비법전’의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하나씩 추적하고 싶다. 함무라비 법전은 후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율법과 고대 그리스-로마 법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법조항들을 주제로 구별하여, 한 조항 한 조항 설명하면서 법과 정의에 대한 사상을 대한민국에 마련하고 싶다. 이 법전이 기록된 아카드어 원전에 숨어있는 뉴앙스를 발굴하고, 대한민국의 삶과 연결하여 글을 쓸 것이다.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도시나 국가의 일원으로 사는 인간이 타인과 조화롭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짐승처럼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동체의 구성원이 약속한 일련의 조치들이다. 1948년 7월 17일은 대한민국이 헌법을 제정된 날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이라고 알려진 추상적인 개체를 가장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정의하였다. 헌법은 대한민국이라는 영토에서 알고 있는 국민들의 정체성이다. 법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려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거룩한 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등장하는 제 1항과 2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헌법조항은 인류가 역사를 시작하고 유구한 세월을 거쳐 서서히 형성된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삶의 문법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마찬가지로 홀로 존재할 수 없고 홀로 살 수 없다. 인간은 부모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가족, 친족, 사회, 국가, 더 나은 인류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유기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이 필요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야만사회의 ‘정의’였다면, 문명사회의 ‘정의’를 타인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양보와 배려다. 인류가 기원전 6000년경부터 친족을 넘어선 타인들과 함께 사는 ‘도시’라는 장소를 구축하였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는 추상적인 소통체계인 ‘문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문자는 그로부터 약 2700년 후, 기원전 3300년경 등장하였다. 호주 인류학자 비어 고던이 명명한 ‘비옥한 초승달’의 양 끝에서 탄생하였다. 왼편 끝에 해당하는 고대 이집트와 오른 편 끝에 해당하는 수메르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문자는 그림문자형태로 등장한다. 자신이 표현하려는 대상을 그림으로 그려, 그 뜻을 전했다.

     

이집트인들은 법을 ‘마아트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마아트’는 한 치의 오차로 허용하지 않는 천체의 운행방식이며, 세상의 구성원인 동식물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 동안, 그 개체가 몰입하여 완수해야 할 임무任務란 의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에 모든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마아트를 실천했는지를 점검하는 심판대를 통과한다고 믿었다. 수메르인들도 유사한 원칙이 있었다. 바로 ‘메ME’다. 수메르어 단어 ‘메’는 원래 신들을 신답게 만드는 신성을 의미했다. 특히 거대한 야상 황소의 ‘뿔’상징을 형상화하였다. 그들은 인간들이 사는 사회에는 360가지의 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다양한 메는, 인간의 다양한 직업을 의미한다.

     

필자가 인류 최초의 성문법이라고 알려진 아카드어로 기록된 ‘함무라비 법전 공부’를 시작한 시점은, 1988년이다. 그 당시 존 휴너가르드라는 하버드교수는 아카드어 수업을 근동박물관 2층 한 교실에서 진행하였다. 이 수업은 일주일에 세 번 1시간 30분씩 무시무시하게 진행되었다. 박사과정 학생들 몇몇과 이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언어를 발견한 공부 벌레 학부생이 몇 명이 함께 공부하였다. 교수는 첫 시간에, 이 수업에서 요구하는 숙제와 시험을 통과하면, 쐐기문자로 기록한 함무라비법전을 영어처럼 읽을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하였다. 나는 이 감언이설에 빠져, 남들이 가지 않는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다. 1년동안 수업이 진행되면서 4명이 끝까지 남았다. 나는 이 인연으로 10년만에 함무라비법전이 기록된 아카드어와 관련 고전어들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아카드어 수업이 진행된 박물관 바닥은 고색창연한 회색 대리석이었다. 계단 가운데가 이곳에 드나든 교수들과 학생들의 걸음으로 닳아 약간 파였다. 걸을 때마다 따박 따박 걷는 구두 소리가 박물과 전체가 울렸다. 강의실이 있는 2층에 올라가면, 시커먼 대리석 돌기둥이 서 있었다. 이 석비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 중인 ‘함무라비 석비’의 복제품이란 사실을 아는데 한참 걸렸다. 엘람왕 (오늘날 이란지역) 슈트룩-나훈테가 기원전 12세기 바빌론의 침공하면서 함무라비 석비를 노획하여 엘람왕국의 수도인 수사로 가져왔다. 거의 3000년이 지나, 프랑스 고고학자 자크 드 모르강이 1901년에 함무라비 석비를 수사에서 발굴하여 루브르 박물관에 정착하게 되었다.

     

함무라비법전에 새겨진 석비는 높이가 2미터가 넘고 너비가 80cm이며 두께가 47cm나 된다. 석비의 1/4을 차지하는 맨 위에 두 명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새겨져있다. 오른편에 앉은 이는 정의의 신인 샤마시이고 왼편에 서 있는 이가 함무라비다. 함무라비는 지금부터 3800년전, 기원전 1810년부터 1750년까지 오늘날 이락의 중부에 위치한 바빌론이란 도시를 수도로 삼고 치리한 왕이다. 그는 수메르 시대 사제-왕들이 착용하던 창이 없는 모자를 쓰고 몸 전체를 휘감는 옷을 입었다. 왼팔으로 치렁치렁한 옷을 땅에 끌리지 않게 들었다. 오른손을 가지런히 펴고 자신의 입 앞에 놓았다. 두 눈은 좌정한 샤마시의 휘어진 뿔로 장식한 왕관을 가만히 응시한다. 고대 오리엔트 세계 조각작품에서, 오른 손을 입에 가져가는 행위는 신에 대한 최고경의 표식이다. 알현자인 함무라비는 샤마시 앞에서 침묵할 것이며, 두 귀로 신의 말을 경청할 것이다. 아카드어로 ‘두 귀가 넓은’라는 표현은 ‘지혜로운’이란 의미다.

     

함무라비는, 바빌론의 왕으로 점점 세력을 확장하여 메소포타미아 남부를 통일하였다. 함무라비법전은 점점 복잡해지는 다른 나라와의 상거래와 바빌론 사회를 지탱하는 정의와 정의의 실제적인 장치인 사회규범이다. 그의 가족은 시리아 서쪽에서 이주해온 ‘아모리인’이라고 불리는 반유목민이었다. 그의 이름은 시리아문화와 바빌론문화의 융합이다. ‘함무’라는 말은 아모리어로 ‘삼촌; 친가’란 의미이고 ‘라비’는 아카드어로 ‘위대한’이란 의미다. ‘함무라비’라는 이름은 ‘삼촌은 위대하다’라는 뜻이다. 유일신 종교의 창시자 아브라함도 아모리족이다.

     

함무라비는 인간이 도시안에서 문화와 문명을 구가하기 위한 기초가 바로 법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도시의 규율을 준수하면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그 인간은 여전히 동물이지만, 자신의 직계 가족과 친족뿐만 아니라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가문, 이방인, 외국인들과 공존하려는 수고를 통해 인간이 된다. 가족과 친족이라는,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관습과 습관이 삶의 유일한 잣대로 여기는 인간들은,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사실 동물이나 다름없다. 그들에겐 문화가 없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를 정복한 한 이방인은 그것을 아카드어로 ‘미샤룸’ 즉 ‘정의正義’라고 선포했다.

     

오른쪽에 정교하게 장식된 의자에 앉은 이가 정의와 법의 신인 ‘샤마시’다. 샤마시는 아카드어로 ‘태양’이란 의미이고 동시에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빛으로 생사를 결정하는 정의의 화신이다. 샤마시는 함무라비와는 다른 모양이다. 우선 머리에는 네 갈래 휘감고 있는 왕관을 썼다. 이 갈래는 야생 황소의 거대하고 강력한 뿔을 상징한다. 이 뿔은 수메르와 바빌론 문명의 핵심개념을 담고 있는 상징이다. 이 뿔을 수메르어로는 ‘메’ME로, 아카드어로는 ‘쉼툼’으로 읽는다. 이 두 단어는 모두 만물이 각자 되어야하고 될 수 있는 궁극적인 고유한 자기-자신을 의미한다. 나무는 나무다워야하고, 독수리는 독수리다워야한다, 이 단어를 인간에게 적용하면, 왕은 왕다워야하고 농부는 농부다워야한다. 샤미시의 어깨에서도 뿔을 상징하는 메가 승천하고 있다. 샤미시는 함무라비에게 바빌론의 왕으로 그에게 ‘메’를 줄 참이다. 그는 오른손에 ‘왕다움’을 상징하는 막대기인 왕홀과 우주의 섭리를 상징하는 원형상징을 함무라비에게 선사한다.

     

샤마시가 함무라비에게 선물한 왕다움의 내용이 282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함무라비 법조항들이다. <함무라비법전>은 이전의 수메르 법전과 다르다. 기원전 21세기 우르의 왕인 우르남무의 법은 범죄 피해자의 보상에 주된 내용이다. 함무라비법전은 피해자 보상과 더불어 범법자에 대한 육체적인 형벌을 자세하게 규정하였다. 특히 오늘날 모든 판결에 적용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함무라비법전은 후에 등장하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십계명과 다른 법령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고대 근동에서 가장 잘 알려진 법전은 당연 기원전 1760년경에 기록된 ‘함무라비 법전’이다. 함무라비는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82개 법조항을 바빌로니아 쐐기문자로 기록하였다. 함무라비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여섯 번째 왕이다. 그는 2.25m 높이 현무암에 서문, 282개 조항, 결문으로 이러지는 법전을 바빌로니아 도시에 세워놓았다. 그는 이 법조항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아카드어로 기록된 법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사진


     

<함무라비 법전>




     

header.all-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