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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 (木曜日) “학부모學父母”

2024.1.11. (木曜日) “학부모學父母”

     

우리가 가는 야산 산책코스는 여섯 갈래다. 1번 코스는, 집에서 이어진 야산코스, 2, 3번은 연인산 입구 전에 비밀스럽게 나 있는, 화전민터로 올라가는 두 코스, 4,5,6번 코스는 연인산 지류에서 시작하여, 한참 올라가면 나오는 세 갈래 코스다. 오늘은 지금은 사라진 화전민터 돌 유적이 남아 있는 2번 코스를 따라 산책의례를 시작했다. 산 중턱에 오르면, 올라가면, 나는 샤갈과 벨라를 이끄는 리드줄을 놓는다. 가끔 야생동물들이 등장하면, 큰일이지만, 오늘은 산 전체가 평온하여 그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예쁜이는 항상 저 밑에서 따라온다.

     

시바 믹스견인 예쁜이는 진돗개 오빠와 언니보다 나이는 어리고 체력이 떨어지지만, 악착같이 따라 붙는다. 허약체질에도 불구하고 예쁜이가 제일 영리하다, 예쁜이에게 리드줄은 장식이다. 나는 예쁜이를 산책 중에는 풀어 놓는다.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예쁜아!”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 달려 온다. 예쁜이에겐 자유가 절실하고, 그 자유가 행복이다.

     

내가 태풍태권도장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지 4년이 되었다. 이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놀라고 한국교육의 희망과 미련을 품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다. 이들 중 한 아이가, 맨 처음부터, 작문과 암송으로 나에게 환희의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였다. 그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데, 단테 신곡 인페르노를 이탈리아어로 암송하고, 휠트 휘트먼의 시 Song of Myself 제1단락도 영어로 완벽하게 외웠다. 당시 영어 알파벳도 몰랐다. 이 영시수업이 아이 심장 안에 감춰져 있던 슈퍼컴퓨터가 작동하여 천재소녀로 변모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1년반쯤 지나, 이 아이 어머니는 영시암송과 글쓰기 수업을 금지시킨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다른 아이들처럼, 그렇게 보통 아이로 살기를 바ㄹ란다. 굳이 그런 공부를 힘들게 하여, 동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것이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그 아이는 1년정도 영시수업에 불참하였다. 그러다, 작년 가을에 다시 영시 공부에 합류하였다. 그 아이는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들중 하나였지만, 1년 후, 내가 평가하기에는, 보통 아이가 되어있었다.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작동하지 않아 녹슬었다. 암송도 힘들어하고, 작문 글씨도 작아지고 자신감이 없다. 그 이후,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 아이의 천재성에 불이 붙어, 암송도 작문도 거의 과거 수준만큼 치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이런 암송과 글쓰기 훈련을 계속하다면, 이 아이는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난 번 줌 수업에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수업 후에 사범님께 전화를 드려, 아이의 행방을 물었다. 사범님이 시름에 차 말씀하셨다: “아이 어머니가 영시 공부를 반대하세요. 워낙 완강하셔서, 저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내가 판단하기에 이 아이의 성장을 막는 최대 장애물은 부모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들이 잠재력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의 의도하지 않는 방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립>이란 에세이를 시작하지전에, 인간의 자립을 막는 두가지를 두 개의 서문으로 기록하였다. 아래는 두 번째 서문의 내용이다:

     

Cast the bantling on the rocks,

Suckle him with the she-wolf's teat

Wintered with the hawk and fox,

Power and speed be hands and feet.

“풋내기를 바위에 내치십시오.

그가 암늑대의 젓꼭지를 빨게 하십시오.

매와 여우와 함께 겨울을 나야,

그의 손과 발에 힘과 속도가 붙습니다.”

그 아이는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조나단인데, 그 어머니는 비행연습을 그만두고, 여객선을 따라다니며 손님들이 주는 새우깡을 얻어먹으라고 보챈다. 아이는 메시와 같은데, 어머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노점상 주인이 되라고 강요한다.

     

오늘 아침에 읽은 루미의 시가 바로 그런 내용이다. 한 송골매는 왕의 휘파람 소리에 맞춰, 몇 초만에 바다를 돌아올 수 있는데, 송골매의 주인인 노파는, 송골매를 위한답시고, 그 웅장한 날개를 자르고 동네만 빙빙돌게 만든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교육의 성장을 막는 주범은 학부모다.

     

이 루미의 시를, 아이의 날개를 꺽지 않을 어머니들에게 바친다:

     

The Old Woman and the Falcon/노파와 송골매

Rumi루미

     

When you give a noble falcon

to a fussy old woman who knows nothing of falconry,

she will clip its wings short, for its own good.

당신이 한 마리 숭고한 송골매를,

매다루는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까다로운 노파에게 줄 때,

그녀는 그 날개를, 매를 위한답시고, 짧게 자를 것이다.

     

Young man, where has your mother been

that your toenails have gotten this long?

Those talons are how the falcon hunts its food.

젊은이여, 너의 발톱이 이렇게 자라나도록 방치했다니,

너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느냐?

그 맹금류의 발톱은 송골매가 자신의 먹이를 사양하는 도구다.

     

The old woman fixes him tutmaj, dumpling stew.

He won't touch it. Too good to eat my tutmaj, huh?

She ladles some broth and holds it to his beak.

Her anger builds, and suddenly she pours

the ladle of hot soup over his head.

노파는 송골매에게 투트마지라는 만두 국을 만들어줍니다.

송골매는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투트마지가 너무 맛있어 못먹는거지? 그렇지?

그녀는 국자로 묽은 국를 퍼서 그의 부리에 갖다 댑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갑자기

뜨거운 국을 그의 머리에 붓습니다.

     

Tears come from those beautiful falcon eyes.

He remembers his former life, the king's love-whistle,

the great circling over the ocean,

the distances that condense so quickly to a point.

그 아름다운 송골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송골매는 자신의 이전 삶을 기억합니다. 그는 왕의 휘파람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바다위를 거대하게 선회하며 날았습니다.

그 거리는 너무 빠르게 압축된 한 점이 되었습니다.

     

Falcon tears are food for a true human being,

perfume for Gabriel.

송골매의 눈물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한 음식이며

가브리엘 천사를 위한 향수입니다.

     

Your soul is the king's falcon,

who says, This old woman's rage

does not touch my glory or my discipline.

당신의 영혼은 왕의 송골매입니다.

그리고 말합나다. “이 노파의 분노가

나의 영광이나 나의 단련에 영향을 끼지지 못한다.”

     

그 아이가 다시 영시수업에 오면 좋겠다.

     

사진과 영상




<우리를 인도하는 예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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