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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 (水曜日) “겨울나무”

2024.1.10. (水曜日) “겨울나무”

(2024년, 매일묵상글을 빠지지 않기로 제자신과 약속했습니다. 밀린 글 올립니다)

     

야산 뒤편으로 가면 영화관에서도 넥플레스에서도 볼수 없는, 숨이 막히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이 나무는 중력을 거슬려 하늘로 비상한다. 비상하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지구중심을 정확하게 조준하며, 또한 균형을 잡기 위해 전후좌우로 가지를 뻗고 잎을 낸다. 비가 오면, 즐거워하며 온몸으로 비를 흡수하고, 뿌리로 물을 머금고, 바람이 불면, 신이나, 몸과 가지를 좌우로 흔들면서, 쓸데없는 이파리를 떨궈내고, 더욱 단단하고 강직한 나무로 변모한다. 눈이 내리면, 땅으로 가는 눈송이를 몸과 가지에 붙여, 겨울추위를 만끽한다. 그래야, 봄에 잎을 제대로 낼수 있다. 겨울 눈이 없다면, 이 야산의 무명나무는 이미 땅에 넘어져 흙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인간은 말로는 선의를 위한다지만, 그의 손이 닿으면, 자연은 망가지고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000년전에 등장한 인간의 문명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50억년동안 지구를 지켜온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문화와 문명의 이름으로 훼손하고, 심지어는 자신들이 훼손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 사태를 어찌할까? 50억년을 견뎌온 지구의 가이아Gaia신이 이상기온들로, 인류에게 암흑의 기간인 빙하기를 선물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시작한 반생명적인 움직임인, 인류가 재난 상황에도, 전쟁 때에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미증유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이 그 전조다.

     

‘자연’이란 의미의 영어단어 네이쳐nature는 여러 가지 의미를 품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구축한 문명을 제공하고 둘러싼 강, 호수, 산, 들판을 의미하는 물질적인 환경으로서 ‘자연自然’,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본연의 자세이자 본질로서 철학적인 개념인 ‘본성本性’, 인간의 가공이 첨가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인 ‘천연天然’등이다. 자연의 원칙은 자유自由다. 스스로 그 존재 이유를 담고 있고, 그 이유를 위해, 매 순간을 종말론적으로 산다. 인간은 과거에서 끌어온 편견과 걱정으로,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망친다. 자연과 동물들은, 언제나 순간이다. 순간이 진리다.

     

인간의 본성으로서의 자연은, 인간이 원래 지니고 태어나고 지금 지녀야 할 성격이며, 앞으로 그것을 유지하고 연마해야 할 개성이다. 인류문명이 기원전 3000년경 문자의 발명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도시중심의 문화와 문명,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철학과 종교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본성도 도시생활에 맞게 축소되고 왜곡되었다. 그 도시polis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는 방식인 ‘정치’politics와 정치의 나팔수 인 미디어가 인간의 삶을 기형적으로 만들어 왔다. 정말 대한민국의 뉴스를 보면, 우리의 최악 자살율과 출산율의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한다. 정치가들이 다시 이 대책을 내놓는다는 처사가 웃기지 않은 코메디다.

     

지난 일요일 태풍태권도 영어수업을 진행하였다. 나는 아이들과 I 메이 사턴May Sarton (1912-1995)의 시 ‘비로소 내가 되었네“Now I Become Myself라는 감동적인 시를 공부하였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사튼의 시 2연의 내용처럼, 의연한 자신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 목적이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2연의 내용이다:

     

”이제 나 고요하게 서 있네. 나 여기 있네.

내 몸무게와 내 밀도를 느끼네!

종이 위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는

내 손의 그림자;

생각이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듯이,

단어의 그림자가 종이위에 무겁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네.

모든 것이 지금只今으로 용해되어 떨어져

바람이 행동으로, 단어가 침묵으로 자리를 잡네.

나의 일, 나의 사랑, 나의 시간, 나의 얼굴이

작은 나무처럼 자라나는 강렬한 몸짓으로 모아졌네.“

     

사턴은 그런 후, 3연에서 천천히 자기-자신이란 열매를 맺으라고 조언한다.

     

”잘 읽은 열매가 천천히

풍성해져, 나무에서 분리되어 말라비틀어져도,

떨어졌지만 그 뿌리는 시들지 않는 것처럼,

모든 시는 내 안에

존재하고 부여하고 자라나 노래가 된다네.

사랑으로 그렇게 만들어지고 사랑으로 뿌리를 내린다네.

지금에 시간이 존재하고 그 시간은 젊다.

오, 이 고독한 시간 나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고 흔들리지 않는다네.

나, 무언가에 ?기던 나, 미치게 달리던 나,

고요하게 서 있네. 고요하게 서 있네. 그리고 태양을 멈추네!”

     

여러지표를 보아 2024년이 2023년보다 더 혹독할 것이다. 이 기간은 군더더기를 벗겨버리고, 이 나무처럼 유유자적을 수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러분과 내가, 올해를 이 나무처럼 살면 좋겠다.

     

사진

     

<가평군 야산에 있는 눈을 입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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