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2. (水曜日) “신곡神曲”
시는 간결하고 강력하다. 독자의 마음을 선명한 언어로 사로잡아, 그의 마음속 깊이, 하늘과 땅을 합일시킬 웅장한 나무과 될 씨앗을 묻는다. 그 씨앗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아하고, 줄기와 가지를 내고 급기야 하늘에 걸칠 사다리가 된다. 신은 언제나 위대한 시인, 한 명을 선택하여, 그 나라의 정체성을 마련한다. 그 정체성이 그 나라의 정신이자 그 나라의 전부다. 영국은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공동체이고, 미국은 월트 휘터먼이 상상해낸 이상이다. 독일은 괴테의 파우스트가 구축하려는 조직이고 프랑스는 랑보가 묘사하려는 은유다.
호메로스는 그리스 건국을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에 담았고,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아스에서 로마건국의 정신을 노래하였다. 다윗과 솔로몬은 시편과 잠언을 통해, 신과 인간의 도덕을 읊었다. 많은 시들 가운데, 그 가치가 인류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일깨우는 시들이 있다. 인생이란 항해에서 나침판이 되어준 시들이다. 이 시들은 신들이 영감을 주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예루살렘 성전, 파르테논 신전, 혹은 콜로세움보다 웅장하다. 이 영감이 누군가의 손과 발을 통해, 또 다른 위대한 건물들을 건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세월 배움을 통해, 두 권을 인간이 만든 노래, 즉 인곡人曲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영감을 주어 만든 시, 즉 신곡神曲이라 부르고 싶다. 인도 경전 <바가바드기타>와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가 14세기, 100편의 시로 쓴 La Comedia와 브야사라는 사람이 기원전 4세기경 편집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의 Bhagabad Gita다. 단테의 ‘라 코메디아’는 인간의 마음 속에 굳건히 자리잡은 이기심을 제거하는 체계적인 안내서다. 사람들은 이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적인; 숭고한’이란 의미를 지닌 ‘디비나’Divina를 첨가하여 La Divina Comedia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 의미는 ‘숭고한 희극’이란 의미다. ‘라 디비나 코메디아’가 중국과 일본을 거쳐 ‘신곡神曲’이란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
<바가바드기타>는 철학도 아니고 신학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이상학이나 시도 아니다. 이 경전은 일상을 관찰하는 현미경이며, 앞길을 조망하는 망원경이다. 시대와 장소를 떠나, 당신이 어떤 사상과 종교를 지녔다 할지라도,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깊이 조망하고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안내서다. <바가바드기타>만큼 이런 위기에서 인간을 심오하게 바라보기에 좋은 경전은 없을 것이다. <바가바드기타>Bhagavad Gitaभगवद्गी는 ‘신이 부른 노래’라는 뜻이다. 이름에 ‘아름다운’이란 형용사 ‘스리마드’Shrimad를 접두하여,श्रीमद् ‘스리마드바가바드기타श्रीमद्भगवद्द’라고도 불린다. <바가바드기타>Bhagavad Gitaभगवद्도 역시 한자로 옮긴다면 ‘신곡神曲’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 내용은 인도 최고의 서사시 <마하바라타> 제6권 23-40장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700행이다. BG 인도의 영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BG는 같은 왕조의 친척들인 판다바Pandava라는 오형제와 카우라바라는 그의 사촌들 간의 동족상잔의 전쟁을 다룬 서사시다. 용사이면서 왕자인 아르주나Arjua는 자신의 사촌들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딜렘마에 빠졌다. 인생의 딜렘마는 가족, 친구, 측근과의 분쟁이다.
아르주나의 전차를 모는 전사이며 스승인 스리 크리슈나Sri Krishna에게 자신이 해야 할 행위를 대화를 통해 더듬어 간다. 판다바와 카우라바는 ‘의로운 전쟁’Dharma Yuddha을 치러야 한다. 힌두교 서사시인 <마하바라타> 6권 23-40장에 등장하는 700행 노래다. 대화의 형태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타는 명령이나 계명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독자들의 자유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선택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스승인 크라슈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크리슈나는 ‘이기적이지 않은 행위’를 통해 ‘다르마’를 유지할 수 있는 용사의 의무를 완수하라고 충고한다.
BG에는 우파니샤드의 지혜가 크리슈나의 입으로 전달되고, 그 지혜는 독자들의 대표인 아르주나가 그 지혜를 현실에 적용하기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인도철학에서 이 지혜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들은 ‘요가’yoga라고 부른다. 그 원칙이 샹키야sankhya철학이다. 기원전 5세기경 샹키야와 요가의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사나타나 다르마를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나열하고 수용한다. BG는 교리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다. 다양한 의견들과 다양한 설명들로 가득 차있다. 우파니샤드와 기타는 무엇을 정의하고 가르치지 보다는 노래하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격려한다.
아르주나가 속한 판다바 형제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그의 사촌인 카우라바스는 전쟁을 주장한다. BG는 교전하기 직전 아침에 일어난 일들로 시작한다. 아르주나는 전차를 끄는 크리슈나와 함께 공격할 대형을 하고 있는 두 진영 사이에 있는 사방이 열려진 공간으로 섰다. 아르주나는 가족, 친족, 친구, 그리고 스승이 전투를 시작하려 하자, 아르주나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행동을 한다. 활을 버리고 크리슈나에게 전차를 멈추라고 당부한다. 이때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삶과 죽음의 본질에 관한 종합적인 지식알려준다. 첫 행에 등장하는 ‘쿠루 왕조의 들판에서’kurukshetra는 바로 ‘다르마-크세트라’dharma-kshetra와 라고 부연설명한다. 전쟁터가 바로 삶의 지혜이며 원칙인 다르마를 얻는 유일한 신전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BG가 묘사하고 있는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간디에게 진짜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매 순간 반발하고 있는 참됨과 거짓됨, 선한 것과 악한 것의 대결이다. 크리슈나는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 폭력 그리고 사기를 정복해야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위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GT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위대한 경전이다. 간디가 말한다. “제 인생은 비극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런 비극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바가바드기타 덕분입니다.” 몇 년전 중단했던 <바그바드기타>의 번역을 다시 시작하였다. <요가수트라>라는 샘물을 분출하는 <바가바드기타>라는 우물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고갈된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다시 충만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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