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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7. (火曜日) “김광선대표”

2023.2.7. (火曜日) “김광선대표”

오늘은 천안 목천에 있는 한 책방에 갔다. 다름 아닌 김광선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이다. 내가 김대표님을 처음 만난 시점은 2019년 2월이다. 나도 인생의 뒤안길에서 처벅처벅 걷고 있었다. 학교를 갑자기 그만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페북에 ‘매일묵상’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었디. 일면식도 없는 목사들이 합세하여 페북공간에서, 내가 2000년도에 번역한 아람어로 기록된 창세기 책에 대해 표절시비를 걸어왔고 연합뉴스가 탐사보도팀을 만들어, 아람어 알파벳을 배워가며 적나라한 도표를 그려 방송에 내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 몇 년전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아니라 시장 한복판이라고, 그 조그만 울타리를 그만 박차고 나오라고 오랫동안 종용해온 터였다. 아내덕에 쉽게 나올 수 있었다.

내가 매일묵상을 글을 올리기 시작할 때, 두 명이 말을 걸어와 자주 소통하였다. 한 분이, 두해전에 돌아가신 강신표교수님이고 다른 한 분이 김광선대표다. 강신표교수님은, 나의 어색한 글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셨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강교수님의 격려가 내가 글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되었다. 어느 날, 강교수님을 만나 뵙고 싶어, 페북 메신저로 연락했더니, 강교수님 아드님에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아버님이 오늘 오전에 소천하셨습니다.” 아!, 그 분을 대면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속에 응어리져있다.

다른 한 분인 김광선대표님이다. 그는 당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혈액암 진단을 받고 초초하게 자신에게 조혈모세포를 공급해 줄, 익명의 천사를 무작정 기다리는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김대표님은 전 세계의 명산들을 섭렵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분이었다. 그의 목소리와 눈을 보면 그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그는 지난 10년동안 두 번의 암을 극복한 기적의 사나이였다. 신앙을 가졌던 그는 하나님에게 10년만 더 살게 해 달하고 간곡히 부탁했더니, 기적이 일어나 암과 공생하면서 극복하여 10년을 살아온 터였다. 잔인하게도 꼭 10년이 지난 후에, 혈액암이 그를 성큼성큼 찾아와, 몸속에 버티기 시작하였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나님은 제 기도를 꼭 들어 주시는 분이에요. 10년이 아니라 50년이라고 기도하지 않는 것이 후회가 되요!” 그가 세브란스병원 무균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자신이 읽은 책들 중 몇 권을 들고 들어갔다. <신의 위대한 질문> , <인간의 위대한 질문>, <동의보감>.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책들을 들추며, 자신의 운명과 씨름하고 있었다. 기적적으로 익명의 헌혈자가 등장하여 생명을 연장하기 시작하였다.

4년전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욥기>와 <단테: 지옥>을 번역해 보겠습니다.” 그 누구도 성서에 등장하는 욥만큼, 고통을 당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견딜 수 없고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고통과 마주하여, 인간 삶의 핵심인 고통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누구보다고 깊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히브리어 문장으로 유명한 <욥기> 번역을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단테와 같이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지옥을 건너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옥을 거쳐야, 연옥과 천국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단테: 지옥편> 수업을 시작하고, 그를 초대하였다. 그는 두 달에 한번 씩 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검사를 하고 복용할 약을 직접 수령하였다. 수업 첫날 그가 더코라에 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비니모자를 쓰고, 선글래스를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그리고 그의 등에는, 보기에도 묵직한 커다란 배낭이 그를 짖누르고 있었다. 그가 두 달동안 복용한 약들로 가득한 가방이다. 이 약들은 고통을 경감한다는 희망이자, 그 많은 약을 매일 몇 번씩 복용해야하는 절망이다. 그런 그가 단테 수업에서 나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가운데 앉았다. 아마도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가끔 연락하면, 그가 말한다. “앞이 열흘째 안보여요!” 아, 다시 앞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절망으로 둘러 쌓인 흑암이란 무엇인가? 그가 말한다. “왜 욥기 기왓장으로 자신의 몸을 긁는지 이해하겠어요. 살갗 밑으로 날카로운 칼날이 휘져어요!” 아, 참을 수 없는 고통이란 무엇인가? 신은 왜 그런 고통을 이분에게 부과하셨는가? 그런 그가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교수님, 천안 목천에 책방을 냈어요. 어린아이들이 많이와서 동화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내가 오늘 방문한 곳이 바로 김대표님이 천안시 목천읍 서리1길 94에 마련하신 <책방그루>다. 나는 출간한 책 <요가수트라: 삼매품> 강연을 그가 연 책방에서 열기로 결심했다. 그가 이런 문자를 나에게 보내왔다. 강연을 알리는 문자다.

“안녕하십니까?

책방그루 김광선입니다.

2월에 들어섰습니다.

아직도 추위가 도사리고 있으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면서 행사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7일(화)에 있을 <배철현 교수 초청 특강>은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 덕분에

30여 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일찍 마감하고

책맞이 음악과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당부드릴 말씀은,

미리 오시면 커피도 마시면서

사인도 받으실 수 있으며,

주차는 첨부한 그림을 참고하셔서

책방그루 앞의 주차장은

멀리서 오시는 분들과 뮤지션들에게 양보하시고

A,B 주차구역이나 목천초등학교 후문 주차장을 이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한,

필기도구를 지참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며,

개인 방역을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번 행사는

여러 회원의 관심과 후원에 이어서

배 교수님의 바쁜 일정 중에서도

선뜻 응해주셔서 이루어졌음을 말씀드리며

아울러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도 얼마나 잘 쓰시는지! 나는 오전에 요가수련을 마치고 차를 몰고 천안으로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니 독립기념관이 보인다. 그리고 꼬불꼬불 어릴 때 보았던 시골 향수가 젖어 있는 목천에 들어섰다. 오후 2시에 시작인데, 5분정도 늦었다. 아늑한 공간이 발 디딜 틈없이 책방이 책들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보인다. 김대표님이 초청한 연주자 세 분이 음악을 준비하고 있었다. 플롯 연주자, 첼리스트,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들은 재클린의 눈물, 넬라판타지아, 그리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감동적으로 들려주었다. 특히 첼리스트의 연주를 통해, 눈물은 슬픈 자에겐 슬픔을 덜어주고 기쁜 자에겐 기쁨 배가하는 신의 몰약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대표님의 얼굴을 보았다. 목소리와 표정이 밝다. 내가 다가가 “김대표님, 활기가 넘치십니다.”라고 말을 건냈다. 그러자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씀하신다. “지난 2주동안 죽었다 살았어요. 오전까지 모임을 취소해야하는지 망설였어요.” 그의 영웅적인 표정과 늠름한 말은, 고통을 듣고 일서선 기적이란 사실을 망각한 내가 창피했다. 나는 의자 하나를 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고통을 달고 사시면서, 극복하시는 김대표님을 보니, 눈물이 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는 강연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간을 선물해 주신 김대표님께 감사를 드린다. 머지 않는 시일에 다시 목천에 있는 <책방나루>를 방문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눈물이 나는 하루였다.

사진

<책방마루 나와 김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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