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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木曜日) “다말의 안목眼目”(<창세기> 38장 1-13절 번역)

2023.12.21. (木曜日) “다말의 안목眼目”

(<창세기> 38장 1-13절 번역)

     

자신의 심장에서 울려나오는 양심의 소리, 임무의 소리, 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것에 복종하는 사람은 섭리를 아는 자다. 그 섭리는 인생이란 우여곡절을 경험한 사람, 간절한 사람, 자연적인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들 추구하다, 시련과 고통을 겪은 자에게 주는 신의 ‘고약한’ 선물이다. 그는 이제, 제3의 귀로, 양심에서 흘러나오는 침묵의 소리를 듣고, 그것에만 복종한다. 이것에 순종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친절하다. 왜냐하면, 타인도 자신과 같은 역경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동병상린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 때, 두 사람 간에, 공동체 안에서 신뢰와 사랑이 싹이 니오기 시작한다.

     

신의 섭리를 안다고, 공동체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저 보지 않고 깊이 관찰한다.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볼 수 없는 곳을 보는 자다. 한마디로 한계限界를 너머 보는 자다. 안목은, 그런 자가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안목이 없는 자는 매일 봐도 모르지만, 안목이 있는 자는 한번 봐도 그 대상의 핵심을 알아 차린다.

     

안목은, 그 분야에 오랫동안 수련하여 시행착오를 거쳐 서서히 쌓이는 실력이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가 마련한 <함무라비 석비>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구경한 것이 본 것이 아니라. 본다는 의미는, 그 대상을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구경은 건성으로 보는 것으로, 자신이 지닌 상자형태의 지식에, 그 대상을 구겨 넣으려는 폭력이다. 눈은 있지만, 보질 못하고, 귀는 있지만, 듣질 못한다는 예수의 말은 언제나 진리다. 보지만, 관찰하지 못하고, 듣지만, 경청하질 못한다. 관찰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경청하지만, 깨닫지 못한다.

     

<창세기> 38장에 등장하는 ‘유다와 다말’이야기는 ‘요셉이야기’의 핵심주제인 섭리와 안목을 담고 있는 희망이야기다. 다말은, 가나안 여인이지만, 유다의 아들 둘을 죽게 만든, 저주의 여인이지만, 깊이 보면, 유다집안을 살리고 다윗왕가를 세운 국모다. 다말의 안목으로, 유다 민족이 살아남게 되었다. 다음은 <창세기> 38장 1-13절의 번역과 해설로, 다말의 안목이 서서히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1.

그 때에 유다는 그의 형제들을 떠나 내려왔다. 그는 가나안인 히라라는, 아룰람사람 근처에 정착하였다.

2.

유다는 거기에서 수아라는 이름을 가진 가나안 사람의 딸을 보고 반하여 그녀와 결혼하였다.

3.

가나안 여인 수아의 딸이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그를 에르라고 불렀다.

4.

그 후에, 다시 그녀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그를 오난이라고 불렀다.

5.

그녀가 또 다시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그를 셀라라고 불렀다. 그녀가 케집에서 그를 낳았다.

6.

그래서 유다는 첫째 아들 에르가 성년이 되어, 다말이란 가나안 아내를 데리고 와 결혼을 시켰다.

7.

유다의 첫째 아들 에르는 야훼 보시기에 사악하여, 야훼는 그를 죽었다. 에르는 야훼가 이유도 없이 바로 죽일 정도로 사악한 존재였다.

8.

그런 후, 유다는 오난에게 가서 말했다. “네 형의 부인 다말에게가 그녀에게 시동생으로서의 의무인 형사취수 의무를 행하여 네 형을 위해 자손을 만들어야한다. ‘형사취수’제도(히, 입붑yibbum)는 고대근동에 널리 퍼진 관습이었다. 남자가 결혼하여 아이를 얻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의 가장 가까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야 한다. 그래야 죽은 형이 조상으로 물려받은 유산(히. 나할라nahalah)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9.

오난은 다말을 통해 낳은 자식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그의 형의 아내와 동침할 때, 그가 자신의 형을 위해 자손을 만들어 주지 않도록, 정자를 땅에 뿌리는 행위 즉 ‘ ‘성교줄절’인 코이투스 인터럽투스coitus interruptus‘을 시도하였다. 오난은 성행위 자체가 주는 쾌락에 탐닉했지만, 그 행위에 따라오는 의무를 무시하였다.

10.

오난의 행위로, 다말이 임신하지 못하게 되었다. 유다와 온 집안사람들은 자식을 얻지 못하는 것이, 다말 탓으로 여겼다. 그런 오난의 행위는 야훼의 분노를 일으켜 그도 죽였다.

11.

유다는 다말 때문에 두아들이 죽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말은 오난의 기이한 행위를 시아버지에게 말하지 않고 침묵하였다. 유다는 막내아들 셀라까지 죽을 것을 염려하여, 다말에게 말했다. “내 아들 셀라가 성년에 될 때까지, 너희 아버지 집에서 미망인으로 지내라.” 유다는 셀라도 그의 형들처럼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말은 자신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 지냈다. 자식을 낳지 못한 다말이, 두 번 결혼 후에, 친정으로 돌아가는 행위는 사회적인 치욕이었다. 셀라가 성인이 되어, 다말이 그를 통해 자식을 낳을 수도 있었다. 시아버지 유다의 행위는 가혹했다. 다말이 오난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시아버지에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침묵했다. 유다는 에르와 오난의 죽음이 다말때문이라고 생각했다.

12.

세월이 지나 수아의 딸. 유다의 부인이 죽었다. 유다가 부인상을 치루고, 그의 친구 아둘라미 사람인 히라와 함께 자신의 양털을 깎는 사람들이 있는 딤나로 올라갔다. 일년에 한번 지내는 양털깍기는 유목민들의 가장 중요한 의례이자 축제였다. 많은 음식과 술이 제공된다. 유다는 부인의 상기간이 지나자마자, 축제의 장소로 간다.

13,

다말은 ‘너의 장인이 딤나로 자신의 양의 털을 깎으러 올라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다말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계획을 세웠다. 유다가 셀라를 남편으로 주지않자, 다말은 유다집안의 유산을 지킬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말은 유다의 아들 에르와 결혼 한 후, 22년동안 기다렸고, 이제 그 일을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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