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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 (金曜日) “잠잠潛潛하라!”

2023.12.1. (金曜日) “잠잠潛潛하라!”

     

나는 내일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줌수업이다. 지난 9월부터 10주동안 서강대 예수회선테에서 ‘소명-헌신-각성’이란 주제로 <창세기> 12-36장에 등장하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공부하였다. 생각이 자유로우신 이근상신부님의 부탁으로 10주간 강의를 진행하였다. 대부분 가톨릭교인들이었지만, 나를 아는 지인들, 불교인들, 개신교인들도 수업에 참여하였다.

     

성당 강대상에 마련된 책상에서 진행하였다. 실제수업엔 50명정도 참석했는데, 수업녹화로 해외에 계신분들까지 150명정도가 들었다. 이 수업을 계기로 내년 봄에는 다시 깊이 읽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전도서>를 10번에 걸쳐 목요일 오후 2시에 강의하기로 결정했다. 가평에서 서울로 오고가는 길이 쉽지 않는데, 마침 목요일 아침 7시에 연속강의가 있어, 그 전날 서울로 가서 1박하고 <전도서> 강의까지 마치고 오면 좋겠다고 계획하였다.

     

예수회센터 강의경험을 통해 새로운 강의형태를 알게 되었다. 코로나이후, 대면수업보다는 화상수업이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특히 수강자인 강혜순선생님이 미국에 계신 한 여성신학자 강의를 줌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깨달음으로 부천에 있는 태풍태권도장 아이들과의 공부하는 영시강의를 일요일 오전 10시에 진행을 하고 있다. 나는 창세기 37-50장에 등장하는 요셉이야기를 토요일 10-12시에 강의하기로 결정하였다.

     

내일은 그 첫 수업이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수업에 60명이 지원하셨다. <창세기> 37장부터 등장하는 요셉이야기를 준비하였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특히 이 수업과 병행하여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의 형제들>을 읽을 참이었다. 요셉을 알기위해서는, 야곱, 그의 아내들, 그리고 배다른 형제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도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다. 4권으로 구성된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의 형제들>로 제1권은 ‘야곱 이야기’로 시작한다.

     

야곱과 요셉으로 이어지는 이 수업의 주제를 <시기, 시련, 섭리>라고 정했다. 우리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시기를 통해 시련을 당하고, 그 시련의 원인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란 사실을 깨닫고,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신의 섭리 혹은 자연의 이치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섭리로 가기 위한 첫 단추는 파란만장이다. 야곱과 요셉을 통해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이란 뜻은 ‘잔물결과 큰 물결이 어울려 높이가 만장이나 되는 파도’다. 한 장은 큰 파도의 높이로 보통 5m정도니, 만 장은 50km나 되는 한반도를 한 번에 덮을 만한 무시무시한 물결이다.

     

나는 내일 줌수업을 음악, 미술, 철학, 종교, 심리를 모두 포함시킨 총제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수업의 시작을 영국 작곡자 막스 리히터의 Natuer of the Daylight로 시작하고 바로 파란만장이란 주제와 어울리는 예술작품을 선정하였다. 내가 미국 유학시절 1990년 3월 18일, 보스톤 글로브라는 신문에 대서특필된 렘브란트의 유일한 바다 그림 <갈릴리 바다 폭풍>다.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그린 유일한 바다풍경그림이다. 보스톤 이사벨라 스트워트 가드너 미술관에 소장중이었으나 두 도적이 경찰관으로 변장하여 그림을 훔쳐간 것이다. 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당시 일주일 내내, 이 범인들의 행방을 찾았지만, 지금까지 회수하지 못했다.

     

렘브란트는 1630년, 27살때 암스테르담으로 와서 화가로서 삶의 시작하였다. <갈릴리 바다 폭풍>는 그가 유작으로 1668년에 그린 <돌아온 탕자>와는 달리 야망있는 젊은 화가의 기상을 품었다. 그는 신약성서 복음서에 등장하는 바다 풍경을 그려, 성스러운 복음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성서 이야기를 화폭에 대담하게 담았다.

 <마가복음> 4장에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당시 혁신적인 네덜란드인들에게 익숙했다. 페기가 넘치는 렘브란트는 다음과 같인 성서 이야기를 화폭에 담았다. 다음 그리스어 원문에 대한 필자의 번역이다.

     

<마가복음> 4장

35. Καὶ λέγει αὐτοῖς ἐν ἐκείνῃ τῇ ἡμέρᾳ ὀψίας γενομένης Διέλθωμεν εἰς τὸ πέραν.

바로 그날, 저녁이 왔을 때,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한반도 가본 적이 없는 다른 쪽으로 건너가 보자. 건너가야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

36. καὶ ἀφέντες τὸν ὄχλον παραλαμβάνουσιν αὐτὸν ὡς ἦν ἐν τῷ πλοίῳ, καὶ ἄλλα πλοῖα ἦν μετ’ αὐτοῦ.

그들은 군중들을 해산시키고 이미 배를 타고 있는 예수를 모시고 갔다. 다른 배들로 그와 함께 있었다.

37. καὶ γίνεται λαῖλαψ μεγάλη ἀνέμου, καὶ τὰ κύματα ἐπέβαλλεν εἰς τὸ πλοῖον, ὥστε ἤδη γεμίζεσθαι τὸ πλοῖον.

광풍이 불어 파도가 배를 부수고 있었다. 배에는 이미 물이 파도로 가득 찼다.

38. καὶ αὐτὸς ἦν ἐν τῇ πρύμνῃ ἐπὶ τὸ προσκεφάλαιον καθεύδων· καὶ ἐγείρουσιν αὐτὸν καὶ λέγουσιν αὐτῷ Διδάσκαλε, οὐ μέλει σοι ὅτι ἀπολλύμεθα;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배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그를 깨우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39. καὶ διεγερθεὶς ἐπετίμησεν τῷ ἀνέμῳ καὶ εἶπεν τῇ θαλάσσῃ Σιώπα, πεφίμωσο. καὶ ἐκόπασεν ὁ ἄνεμος, καὶ ἐγένετο γαλήνη μεγάλη.

그래서 예수께서 깨어나셔서, 제자들이 아니라 바람을 꾸짖으셨다. 그리고 바다에게 말했다. “침묵하고 고요하라!” 그랬더니, 바람이 줄어들고 장엄한 침묵이 있었다.

40 καὶ εἶπεν αὐτοῖς Τί δειλοί ἐστε οὕτως; πῶς οὐκ ἔχετε πίστιν;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 너희들은 두려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41 καὶ ἐφοβήθησαν φόβον μέγαν, καὶ ἔλεγον πρὸς ἀλλήλους Τίς ἄρα οὗτός ἐστιν, ὅτι καὶ ὁ ἄνεμος καὶ ἡ θάλασσα ὑπακούει αὐτῷ;

그들이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 말했다. “바람과 바다조차 복종하는 이분은 누구냐?”


렘브란트는 이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고 읽었을 것이다. 그는 그리스어 뿐만 아니라 당시 스페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온 유대인들에게 히브리어를 배워, 상상력을 동원하여 행간을 읽었을 것이다. 그는 이 이야기에서 파도가 배를 덮칠 당시 제자들의 공포와 예수의 평안 장면에 집중하였다. 이들이 탄 배는 돛단배로 갈릴리 바다의 파도가 배에 가득 차기시작한다. 예수는 고물에 큐션의자와 같은데 걸터 앉았고 제자들의 성화에 잠에서 막 깨어나, 겁에 질린 제자들을 바라본다. 오른편은 밝은 색으로 칠해져, 줄을 잡고 돛대를 안정시키려는 제자들이다. 반면에 왼편은 어두운 색이다. 한 명은 예수의 옷자락을 잡고 깨우려 하고 다른 제자는 오른손으로 바다를 가르키며 항의한다. 예수 앞 제자는 배 가장자리에서 구토하고 있다.

     

렘브란트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형식으로 왼편을 밝게 오른 쪽은 어둡게, 그러나 오른쪽 인물들의 얼굴은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난다. 예수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려는 제자들은, 일생 배를 탔던 어부들이다. 그들이 이 풍랑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예수와 함께 살려는, 갈릴리 저편에서 일어날 새로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파란만장을 경험해야 한다. 아니 더 큰 파란만장이 그들을 기다릴지 모른다. 왼편에 배를 안정시키려는 제자들이 오히려 왼편에서 예수의 기적을 바라는 제자들보다 희망적이다. 예수는 일어나자 마자, 먼저 제자가 아니라 바다를 꾸짖는다. “침묵하고 고요하라!” 파란만장에 대항하여 예수는 “침묵하고 고요하라!”라고 소리친다. 파란만장을 이길 수 없는 괴물로 만든는 것은, 그것에 대한 우리의 호들갑 반응이다. 이 수업을 통해 모든 참여자들이 자신을 신뢰하는 믿음을 쟁취하면 좋겠다.

사진

<갈릴리 바다 폭풍>



렘브란트 (1606-1669)

유화, 1633, 160cm x 128cm

보스톤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에서 1990년 3월 18일 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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