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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4. (土曜日) “오반제”

2023.11.4. (土曜日) “오반제”

오늘 점심때, 전 스위스대사 요르그 알 레딩Jörg Al Reding과 유엔협회 곽영훈회장님과 만났다. 곽회장님은 지난 10월 24일 UN의 날, 주한외국대사들과 관계자들을 서울 한 호텔에 초청하여 기념식을 열었다. 170명이나 모였다. 외국대사들은 한국인들하면 ‘빨리빨리’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빨리빨리’는 칭찬이자 욕이다. 이 부사에는 경쟁자보다 일을 먼저 끝내겠다는 욕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후진국일 때, 우리는 머리에 ‘하면된다’라는 글이 쓰인 띠를 둘루는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많은 시간을 노력하여, 성과를 거두었다. 내가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들과 경쟁하기 위해, 빨리 도서관에 가서 오랫동안 머물다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는 열심과 인내가 상대방을 압도하는 힘이라고 믿었다.

‘빨리빨리’라는 부사만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이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이 기념식에서 대사들에게 ‘빨리빨리’라는 기적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부사를 소개하였다. ‘미리미리’다. 그는 흩어진 국민의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기 위해 선진조국의 미래를 상상하여 ‘미리미리’ 기획하고 실천해왔다. 그는 지난 50년동안 한반도의 지도를 바꾸기 위해 헌신하였다. 서울올림픽, 대전엑스포, 여수 SRMF, 대학로, 서울지하철, 대덕연구단지, 한강공원, 인천공항, KTX 게획 설계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온전히 선진조국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왔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1990년경이었을 것이다. 그는 1960년대 초 MIT건축학과 동대학원에서 공공건축을 공부하고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책학과 교육학을 공부를 마쳤다. 그는 다시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 영성이 물질적인 성공의 핵심이란 사실을 간파하고 하이비 콕스교수와 함께 영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우리 시대는 개별종교시대가 아니라 모든 종교를 초월하는 영성시대의 문법을 그리고 있었다.

오늘 11시경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곽회장님 댁에 도착하니, 전 스위스대사 요르그 알 레딩Jörg Al Reding이 있었다. 나는 오래전 취리히를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스위스 인삿말인 ‘그뤼에치’Grüezi라고 말을 건냈다. 그는 대사로 재직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대사관 뒤쪽에 한국인의 얼이 담겨있는 전통 한옥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파트가 건립되는 것이였다. 그에겐 2003년부터 진행된 돈의문 재개발 현장이 중동 시리아 내전의 참혹한 현장인 알레포Aleppo과 같았다. 주한스위스대사관은 리모델링하면서 스위스의 전통가옥인 ‘살레’와 한국의 전통가옥은 ‘한옥’을 융합한 ‘스위스한옥’을 기획하여, 2019년에 개관했다고 말했다. 스위스대사관에 한번 구경가야겠다. 외국인의 눈에, 우리의 전통가옥이 사라지고 이름도 없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행위가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야만적인 파괴였다.

혁신은 언제나 외부로부터 오지 않고(with-out) 내부(with-in)로부터 온다. 편리함의 상징인 아파트가 그 안에 거주하는 우리를 전체의 부분, 대체가능 한 부속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그 사람이 사는 곳이 그 사람이다. 전체주의와 양편을 갈러 무조건 충성을 강요하는 맹종문화가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어디서부터 대수술을 해야할지 망막하다.

우리는 하마스-이스라엘전쟁과 대한민국 안에서 일어나는 정치-경제-외교-교육 등 여러상황들을 걱정하였다. 나는 작고하신 유동식교수님의 ‘한 멋진 삶’을 이야기하였다. 우리의 심성엔 샤머니즘이 밑에 깔려있고, 고려시대 불교가, 그 위에 얹혀 졌고, 조선시대 유교가 틀을 잡았고, 200년전에 도래한 그리스도교가 삶을 주도하면서 우리의 신명을 일으켜왔다. 우리시대의 혁신은 어디서 오는가? 신라 시대 최치원도 화랑도정신을 소개하면서 현묘한 도를 삼교 즉 유교, 불교, 선교(仙敎)를 포괄한 현묘한 도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닌 독특한 영성은 이질적인 사상들을 모두 포함하고 초월하는 체계를 잡아야 한다. 나는 미국에서 에머슨과 소로가 주장한, 인간의 마음엔 이미 그 해답을 쥐고 있다는 선험주의인 초월주의超越主義를 통해 새로운 물꼬가 될 수 있고 말했다.

곽회장님은 초월주의가 아니라 포월주의包越主義를 설명해주셨다. 초월주의는 이전 것을, 딛고 일어서지만, 포월주의는 이전 사상을 한 곳에 포함시켜 숙성하게 만들어, 스스로 극복하여 새로운 것을 만느는 기반이다. 그는 포월주의 정신을 ‘미리미리’처럼 세 가지 부사로 설명하였다: 오-반-제.

오는 ‘오로지’의 첫 글자다. ‘오로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 가지를 발견하고 발굴하여, 자신의 습관으로 섭렵하려는 노력이다. 우리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우리의 염원도, 우리의 개성도 다르다. 유수와 같은 인생을 살면서 ‘오로지’ 나만할 수 있는 구별된 일을 찾아가는 것이 교육이고, 그것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선생이다. 내가 모든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유일한 한가지, 나도 모르게 신명이 나소 ‘오로지’ 몰입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반은 ‘반드시’의 첫 글자다. ‘반드시’는 ‘오로지’를 발견한 후에,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반드시’는 오늘 지금 여기에서 내가 마쳐야 할 임무다. ‘오로지’ 정신이 없으면 나의 시간과 노력을 소진하는 노동이 된다. 그러나 ‘오로지’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은 ‘임무’가 되고, 그것은 하늘이 나에게 선물해준 의무가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우주가 되고, 우주가 내가 되는 인내천人乃天의 실천이다.

제는 ‘제대로’의 첫 글자다. 인간은 가족, 친족, 공동체, 도시, 국가, 세계의 일원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오로지 그리고 반드시 해야하는 임무와 의무는 다른사람과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제대로 일을 완수한다는 것은 그 일이 내 삶의 여정에 의미가 있고, 내가 속한 사회에 유익을 선사해야한다. 이 유익만이 아릅답다. 오반제는 간결하지만, 각자의 삶을 응시할 수 있는 만트라이고, 공동체가 암송해야할 주기도문이다. 당신은 오반제를 아십니까? 당신은 오반제를 실천하고 계십니까?

사진

<전 스위스대사 요르그 알 레딩Jörg Al Re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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