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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3.(木曜日) “학대견”

2023.11.23.(木曜日) “학대견”

2020년 5월 23일 일어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다. 산 넘어 동네에 방치된 골든리트리버다. 이 친구는 4년전 성탄절에 태어나 이름이 ‘성탄聖誕’이다. 그런데 주인이 6개월 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공터에 이 아이를 버렸다. 리트리버는 원래 스코틀랜드의 넓은 평원에서 주인이 사냥한 새를 물어오는 활동량이 많은 동물이다. 불행히도 성탄이는 사 년 내내 가림막이 없는 땡볕 돌짝밭에 묶어 있었다. 특히 지난 6개월간의 삶은 더욱 비참했다. 아무도 찾는 이가 없는 그 곳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몸으로 견뎌야했다. 목을 단단하게 죄고 있는 목줄만 없더라도 저 산으로 도망칠 수가 있는데,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누가 당신을 돌짝 밭에 묶어 놓았다고 상상해 보라! 쇠줄로 목을 휘감아 목에 디스크가 오고, 밤낮으로 찾아오는 유기견들이나 멧돼지나 담비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이 텅빈 집 안에 묶여, 절대로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린다. 성탄이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오늘도 앉아있다. 동네 주민들이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는 성탄이가 불쌍하여, 가끔 사료를 준다.

우리 부부가 학대견을 구조한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한 공사장 인부가 성탄이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오늘 아내와 나는 이 친구를 구조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가 성탄이를 입양시킬 곳은 동네에 새로 생긴 고아들을 위한 기숙 대안학교다. 이 학교는 음악적 재능을 가진 보육원생들을 선발하여 전인적인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노비따스 음악 중고등학교’다.

이 학교를 기획하고 건축한 사람은 송천오신부다. 그는 오래전부터 보육시설에서 자라나는 학생을 위해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운영해오면서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0년동안 성당들을 돌아다니면 십시일반 후원금을 받아 멋진 학교를 건립하였다. 베네수엘라 소외 청소년들이 음악대한학교인 ‘엘 시스테마’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가 당시 거주하는 가평군 설악면에 이 학교가 개교하였다. 올해 신입생은 12명이고 교직원은 15명이다. 송신부는 아이들을 위한 전인적인 교육에 유기견을 돌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나는 생명존중교육과 컴패션교육은 유기견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완성할 될 수 있다고 송신부를 설득하였다.

나는 이 특별한 날을 위해, 새로 구입한 파란색 아식스 운동화를 착용하였다.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남청색 바지를 입고 성탄이를 데리러 갔다. 우리는 산을 넘어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지나 성탄이가 방치된 채로 묶여 지낸다는 단지로 들어섰다. 우리가 차를 주차하고 다가가자, 성탄이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목줄에 매인 채 빙글빙글 돌며 연신 물을 마쳤다. 성탄이는 우리가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천재다. 성탄이는 우리의 가슴에서 풍겨나는 사랑을 맡은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성탄이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반긴 것은, 성탄의 주체할 수 없는 움직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였다. 성탄이의 나이는 4살이면, 인간나이로 전환하자면 거의 30세다. 6개월을 묶여 있었다면, 그것은 성탄이의 연수로 계산하자면, 4년동안 산 중턱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의 반가운 미소와 날뛰는 움직임, 그리고 몸에서는 악취는, 형용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내가 다가가 손을 뻗으니, 내 손에 긴 혀를 내밀며 키스를 한다. 나를 반기는 기쁨을 몸으로 표현할 때마다, 갈색 털이 뭉치가 되어 바람에 휘날렸다. 아무도 빗질을 해주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의 몸은 운동한 적이 없어 비대해졌다. 몸은 족히 50kg다. 나는 성탄이 앞에 가만히 앉았다. 이 천지무구한 생명이 누구인지 응시하였다. 누가 이 성탄이를 누가 4년 동안 묶어 놓았는가? 누가 이 아이를 6개월동안 버려두었는가? 시골에 살면서 괴로운 점은, 집집마다 개가 1m 목줄에 묶어 논다는 사실이다. 개가 태어난지 한 달이 된,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묶어 놓는다.

우리는 성탄이를 미리 마련한 대형 플라스틱 이동장에 넣었다. 성탄이가 우리 마음을 아는지, 순순히 그 안으로 들어가 주었다. 아내와 나는 젓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이동장을 차 트렁크에 올렸다. 우리가 구출한 장소에서 ‘노비따스 학교’까지 약 20분정도 걸린다. 성탄이 생전 처음 타보는 차에서 불안한가보다. 처음에는 이동장안에서 몸을 심하게 움직였다. 그가 몸을 움직일때 마다, 노아홍수이전의 냄새가 차를 메우고 그가 날린 갈색 털이 자욱하게 깔렸다. 우리는 뒤 트렁크에 있는 성탄이를 힐끗힐끗 보면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하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든 생명은 숭고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삶의 규범은 생명존중이 되어야 한다. 이전의 문명이 인간중심이었다면, 이젠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생명중심이 되어야한다. 모세가 40년간 광야에서 지내다, 시내산에게 신을 만나게 된다. 그는 신에게 이름을 물었다. 신은 인간들이 기억할 자신의 이름을 ‘야훼’Yahweh라고 알려주었다. ‘야훼’라는 이름의 의미는 ‘만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존재’ 혹은 ‘살아있음’이란 의미다. 만일 어떤 대상이 살아있다면, 그 안에서는 신적인 DNA가 존재한다. 유대인들은 무생물을 생물로 전환시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신’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이윽고 ‘노비따스 학교’에 도착하였다. 송신부는 정원사들과 함께 학교 뒤편에 유기견들이 학생들과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펜스를 치고 잔디밭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이 풀밭에서 성탄이를 풀어주자, 성탄이는 마치 스코틀랜드 산지에서 뛰는 것처럼, 마구 달리기 시작하였다. 성탄이가 돌아다니자, 일주일 전에 이곳에서 생활하던 다른 유기견 세 마리가 세차게 짖었다. 성탄이는 이들의 반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풀밭을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그가 잔디밭을 생전 처음 발로 디디지만, 그가 원래 있어야 할 그곳이다. 자신이 있어야할 그곳이 천국이다.

성탄이를 보고 노비따스 학생들이 몰려왔다. 성탄이의 스토리를 들은 학생들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그들은 성탄이의 몸집이 너무 크고 몸에서 기괴한 냄새가 났지만, 그를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온몸으로 껴안았다. 이들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부모와의 관계라는 것을 성탄이를 통해 회복하고 있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 용감하게 스스로 부모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 아이가 개 털갈이 빗과 가위를 가져왔다. 그들은 가위로는 뭉친 털들을 잘라주고 빗으로 온몸을 빗겨주었다. 송신부는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유기견의 엄마들이 되면서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주고, 산책을 시키고, 때로는 함께 놀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보람된 날이다. 온몸이 성탄이 냄새와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날라 갈 것 같다. ‘노비따스’ 학교 학생들이 성탄이와 다른 유기견들의 부모가 되어, 인생 최고의 경쟁력이자 가치인 ‘연민’과 ‘자비’를 배웠으면 좋겠다.

영상

<영시 ‘목줄이 없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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