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9.(日曜日) “미소媚笑”
(어린이 영시교육)
오늘 아침 10시부터 12시10분까지 줌으로 태풍 태권도 아이들과 함께 영시수업을 진행하였다. 아이들과 영어를 함께 공부한지 3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깨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간이며 인간세다. 새로운 인간이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친절할 뿐 만아니라, 타인과 역지사지하여, 상대방이 아프면 자신도 아플 뿐만 아니라, 그 아픔을 경감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노력한다.
나는 아이들과 영시2편, 그리고 한국 시1편을 2주일에 한번 약 2시간 30분 공부한다. 수업은, 1) 그 전 시간에 공부한 영시 암송; 2) 새로운 시 공부; 3) 새로운 시에 등장하는 주제에 대한 즉흥 글쓰기 20분; 4) 각자 즉흥 글쓰기 발표로 이어진다.
내가 아이들을 새로운 인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도구로 영시英詩와 한국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시는 운율이 있는 노래로,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노래가 있었다. 기원전 2400년부터 수메르인들의 샤먼이나 음유시인들은 우룩의 왕 길가메시에 관해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가 후대 쐐기문자로 기록되었다. 우리에게 전달된 12토판으로 이루어진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14세기로 추정된다. 길가메시에 관한 노래가 적어도 1000년이상 회자되다가 마침내 문자로 기록되었다.
서양문학의 전범이라고 불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도 마찬가지다. 소아시아 트로이가 함락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노래였다. 오랫동안 구전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기원전 13세기경 에게해 지역의 미케네섬과 미노스섬에서는 통용된 음절문자 선형문자 B와 선형문자 A는 짱구한 서사시를 기록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스인 음유시인들은 장단 모음을 적절히 섞음 육음절로 구성된 문장을 사용했다. 이들이 언제부터 육음절 문장을 노래에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 습관은 30만년전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이 문화적인 유전자였을 것이다. 기원전 750년경 호메로스라는 음유시인이 13세기 트로이 함락과정을 담은 노래를, 페니키아 문자를 기반으로 창제한 그리스어 문자로 기록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서사시다. 이 서사시는 원래 문자로 남길 의도가 없었다. 서사시는 운율, 각운과 같은 정교한 시적인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예술이다.
시는 낭송을 훈련받는 음유시인, 가수, 사제가 부르는 노래다. 시는 여백이 많아, 듣는 자들이 자신의 삶의 경험으로 채우는 경청을 통해 완성한다. 시는 가장 간결하고 감동적이며 기억에 남을 만한 예술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내재시키는 예술이다. 회화가 장소의 예술이라면, 시와 노래는 시간의 예술이다. 인생처럼, 금방 사라져버리는 덧없는 시간을 붙잡을려는 숭고한 노력이다. 예언자, 샤먼, 사제들은 모두 시인들이었다. 오늘날 종교가 쇠퇴한 이유 중에 하나는, 종교 사제들이 거룩한 시를 암송하고 자신의 몸으로 감동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시에 줌을 켜니 아이들이 하나둘씩 컴퓨터 스크린에 등장한다. 앞줄에 4명, 뒷줄이 5명이 모두 9명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히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정우진, 조우참, 조준행, 유예림이 눈을 말똥거리며 뒷줄에 앉아있다. 먼저 아이들이 2주전에 공부한 시들, 메리 올리버의 Journey를 암송하는 시간이다. 나영이와 정현이는 시 전체를 완벽하고 암송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올리버의 염원을 노래했다. 민지와 혜인이는 이 긴 시의 반을 반짝이는 눈으로 외웠다.
나는 아이들의 암송을 경청하고, 한 사람씩 평가해준다. 내 평가가 아이들의 공부에 징검다리가 되면 좋겠다. 이들이 이젠, 영시 내용을 자신의 삶으로 온전히 받아들여, 그 깨달음으로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다. 기적이다. 그런 후 나는 일주일동안 준비한 시들을 낭송하고 단어와 문장을 번역, 해석한다. 오늘은 레바논 시인 칼릴 지브란의 A Tear and A Smile, 메리 올리버의 Praying, 권태응의 <눈을 감아보고>를 공부하였다. 그렇게 진행하면 시간이 얼추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그런 후에 나는 20분동안 쓸 즉흥 글쓰기 주제를 아이들과 상의하여 정한다. 나영이가 칼릴 지브란의 시 제목 ‘눈물과 미소’를 주제로 쓰자고 제안한다. 나는 결국 ‘미소’로 주제를 정했다. 미소는 눈물이 가져다주는 부산물으로 대견하고 흐믓하다. 미소는 웃음과는 다르다. 웃음은 타인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아이들은 이 주제로 20분동안 글쓰기에 몰입한다. 그렇게 20분이 흘러가고, 9명 아이들은 한 명씩 자신의 글을 발표한다. 몇 번밖에 참석하지 않는 어린친구들이 이젠 글 주제를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글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교육자로서 산 지난 세월이 아이들의 변화로 보상받았다. 이렇게 흐믓할 수가 있는가! 아이들이 괄목성장하여 자신을 신뢰하여 그 넉넉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내면의 힘도 생겼다.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미소짓는 인간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나는 지난 3년반전 이 아이들을 만나면서 교육혁명을 꿈꿔왔다. 미국과 한국에서 엘리트 학생만 가르쳐왔다, 건명원과 더코라에서는 엘리트중 엘리트를 교육해왔지만, 별 보람이 없었다. 근본적인 변화는 초등학교 3-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소위 뇌의 편재화가 일어나기 전, 뇌가 아직 망랑망랑할 때, 이루어 져야한다.
이제는 아이들 교육을 통해 얻는 성과를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저 도서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이 기회를 주고 있다. 그들이 영시를 통해, 영어도 배우고, 자신감도 얻고, 찬란한 미래를 책임지는 새로운 인간, 신인이 되면 좋겠다. 이 숭고한 일에 동참할 분이 생기면 좋겠다.
<초등학교 6학년 이정현 즉흥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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