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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月曜日) “달팽이”

2023.10.23.(月曜日) “달팽이”

새벽공기가 차다. 샤갈-벨라와 함께 연인산으로 가면서 자동차 온도계를 보았다. 3도다. 우리가 사는 곳은 산중턱이라 동네보다 온도가 2-3도 낮다. 어제 0도에 비하면 높지만, 새벽공기는 을씨년스럽게 차다. 오늘도 반려견들과 아침산책이란 수행을 감행한다. 대개 1시간 정도, 5000걸음정도 걷는다. 우리는 약간 가파른 언덕을 올라갔다 돌아 내려오고, 다시 연인산 주위 시냇가로 간다.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고, 영혼이 맑아진다. 자연은 신체, 정신, 영혼을 총체적으로 단련시키는 최적의 도장이다. 어제 밤 운동장 산책이 힘들었는지, 예쁜이는 오늘 아침 산책을 나갈 생각이 없다. 나는 샤갈과 벨라만 차에 태우고 나섰다.

집에서 연인산까지는 6km로 약 10분 정도 걸린다. 집에서 나오면, 추수하여 마른 이파리만 처량하게 달린 포도나무들과 이제는 텅빈 논두렁을 지났다. 일찌 나온 농부들이 가지런히 누인 깻잎을 다듬고 있다. 가을이 완연하다. 이젠 추운 겨울을 대비할 시간이다. 다음 주부터는 새벽 산책코스를 연인산이 아니라, 뒷마당으로 이어진 야산으로 돌려야겠다. 반려견들이 여름부터 수풀로 우거진 야산을 거부하여, 하는 수 없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연인산 입구를 산책로로 택했다. 샤갈이가 수풀에 숨어있는 독사에 물린 적이 있어 무릎까지 올라와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산책길을 싫어한다. 수풀들이 이젠 풀이죽어 누워, 반려견들이 기꺼이 갈 것 같다.

우리는 연인산 입구 마을버스 정류장 근처에 차를 주차하였다. 그리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하여 무릉도원이다. 자세히 볼 수 없지만,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좋은 것을 선물해줄 자연이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자연이다. 노자의 말이 옳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일부러 치장한 것이 아니다. 남이 보기에도 좋은 것, 근사한 것은,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자연은 말이 없고 근사한 말은 최고가 아니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요즘 아스팔트 길가에는 색바랜 시들해진 밤송이들, 솔잎들, 나뭇잎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참새, 로드킬을 당한 개구리와 지렁이, 이들을 해체하고 있는 개미군단, 박쥐 등 다양한 생물의 전시장이다. 나는 그곳에서 나선형 우주를 등이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도인을 보았다. 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운명적으로 걸어가는 달팽이다.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췄다. 그 대상이 어떠하든지,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하여, 가야할 길위에서 정진하는 도인을 보면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혹시 달팽이를 밟을까 봐 조바심이 났다. 세상에서 가능 느릿느릿 걷는 이 달팽이는 나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아스팔트 위에 가만히 앉아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견딜 수 있는 한, 숨을 죽이고, 이 도인의 움직임을 응시하여 사진에 담았다.

달팽이는 몸 전체가 다리다. 몸 전체를 이용하여,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몸에서 진액을 내뿜어, 길이 가시나 깨진 유리와 같이 험한 장애물로 가득 차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장애물이 곧 길이나는 삶의 진리를 안다. 길 폭이 15m는 족히 된다. 달팽이는 7m정도를 건넜다. 길 건너인 산 어디론가 들어가고 싶은가보다. 하도 느리게 이동하여, 한참 봐야지만, 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달팽이를 찍었다. 머리에 눈이 달린 두 개의 더듬이가 있고 그 밑에 작은 촉수가 두 개 달려있다. 달팽이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지고 간다. 그 집은 우주가 빅뱅으로 창조될 때, 만들어진 나선형모습이다. 내가 지난 여름, 한 텃밭에서 옥수수가 알을 맺는 나선형 움직임과 동일하다. 블랙홀을 중심으로 천체를 움직이는 힘과 결을 맞추어, 자신의 우주이자 집을 만들었다. 달팽이는 아브라함이 들었다는 소명, 즉 고향, 친족, 집을 떠나라는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다. 이미 자신의 몸으로 체득하여 매순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릿느릿 몸으로 기어가는 그 어느 곳이나, 고향이자, 친족이며, 자기가 운명적으로 거주해야 할 유일한 장소다.

우리는 달팽이의 움직임을 한참 보고, 계속 산책을 하기 위해, 연인산쪽 시냇가를 다녀왔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려다가, 그 달팽이가 생각났다. 다시 언덕바지 위로 찾을 몰고 올라왔다. 하차하여 달팽이를 찾기 시작하였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점액으로 남긴 달팽이 발자취조차 사라졌다. 이미 다른 쪽 숲으로 들어가, 자신의 길을 기어가고 있을 것이다. 나도, 나의 정체성을 온몸에 매달고, 그 길을 떠나고 싶다. 자동차가 달려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너가는 달팽이는 패기 그 자체다.

20세초 미국 흑인 시인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의 <달팽이>라는 시다.

Little snail,

Dreaming you go.

Weather and rose

Is all you know.

Weather and rose

Is all you see,

Drinking

The dewdrop’s

Mystery.

“작은 달팽이야,

너는 가면서 꿈을 꾸는 구나.

네가 아는 모든 것은

날씨와 장미겠지.

날씨와 장미만

너는 보겠지.

네가 이슬마시는 것은

신비란다.”

사진

<연인산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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