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023.1.30. (月曜日) “부당不當”

2023.1.30. (月曜日) “부당不當”

2023년 1월이 이렇게 사라져버린다. 1월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회한悔恨에 휩쌓였다. 완수가 아니라 집중이 행복이기 때문이다. 몰입해야 할 일을 모르는 것이 무식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몰입하지 않는 것이 게으름이다. 2023년 한 달을 무식하게, 그리고 게으르게 보냈다. 하루가 한 달이고 한 달이 일 년이며, 일 년이 일생이다. 철들 나이가 지났지만, 2023년 첫 달을 이런 식으로 보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요가수트라>의 첫 장 ‘삼매품’이 세상에 나왔고 인생의 동반자 반려견들과 매일 산책을 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특히 새해 들어 결심한 아쉬탕가 마이솔 요가 매일 수련을 지키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객관적으로 보면, 부담스런 결심이다. 내가 아침에 수련하는 장소는 남양주에 위치한 ‘아쉬탕가제니요가’ 수련원에 가는 것은 무리다. 집에서 그 수련장까지 40km로 도착하는데 만 1시간 걸린다. 왕복 2시간, 수련시간 1시간 40분, 모두 합해 4시간 40분을 투자해야 하는 성배聖杯다. 1월에 요가수련장에서 수련하기에 좋은 계절은 아니다. 눈이 많이 내려, 산비탈에 있는 집에서 마을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족히 1시간은 눈을 치워야 한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심하면, 반드시 지켜야 하고, 반드시 지키면, 그 행위가 나를 충분히 보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게으름을 피웠다. 이지은원장님의 가르침이 언제나 친절하고 정확하기에, 나의 변화가 가속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이런저런 핑계로 수련장에 가지 못했다. 2월부터는, 다시 수련을 시작하고 싶다. 그 힘으로 <요가수트라> 2장, 수련품을 집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아침 묵상을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샤갈이 내게 와 산책을 나가자고 안달이다. 나는 샤갈, 벨라, 그리고 예쁜이를 데리고, 뒷마당을 통해 야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야산으로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상당히 가파는 길을 100정도 가야한다. 지난 6 개월동안 인간의 개입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만을 예외였다. 80m정도 올라가자,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이 보인다. 빨간 플라스틱 외각쓰레받기 통에 은색 삽자루가 걸쳐있었다.

이것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은유隱喩다. 다가가 보니, 쓰레기받기 안에 내 반려동물들이 이 산책가에 남겨놓은 배설물들이 담겨있었다. 이게 무슨 표시인가? 주위를 두리번 거려도 아무도 없다. 집에서 나와 조그만 개울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면, 오른편으로 집 세 채가 늘어서 있다. 그동안 이 산책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누군가 우리의 아침 산책을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이동을 서리 낀 창문 너머로 보고 있거나, 산길에 난 우리의 발자국을 보고, 누군가 이곳을 다닌다고 추론했을 것이다.

아차...내가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공원이나 길에서는 반드시 검은 비닐 두 세 개를 주머니에 넣고, 반려견들이 남긴 흔적은 비닐에 담아온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집개로 ‘흔적 집기’다. 지난 10년동안 수련해왔다. 그러나, 이 가파른 산책길은 놀란 고라니들의 뛰어놀고 잣나무에서 날라 나니는 청솔모 이외에는 생물의 흔적이 없기에, 나는 안이하게 검은 비닐을 가져오지 않는다. 누군가 나의 행동이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보란 듯이 쓰레받이와 삽자루를 전시해 놓은 것이다.

오늘 야산산책은 산만하다. 자꾸 그 전시품이 떠오른다. 야산 정상에 올라가, 이 전시를 한 분의 심정을 헤야려보았다. 그(녀)가 우리의 산책을 보고 취할 수 있는 행위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우리가 지나갈 때, 소리치며 ‘뒤처리하세요!’라고 야단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낮에 우리 집으로 찾아와 ‘교양인의 덕목’에 관해 나에게 설교할 수 있었다. 더 고약한 사람이라면, 셋째, 이렇게 모은 흔적들을 우리 집 뒷마당으로 와서 뿌려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분은, 나의 행위가 부당不當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 산책길은 봄이 되면 자신들도 즐겨야 하는 천국인데, 이곳이 우리나 남긴 오물천지가 된다면, 이 길은 지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당을 저지르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당연當然하다고 여긴다. 그가 조금만 행위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없다면, 그는 안이하게 부당을 당연으로 착각한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더 나아가 나에게 옳고 선한 것이 남에게도 옳거나 선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사소한 행위라고 깊이 사고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당연한 것이 남에게도 당연한 것으로 우겨 불화를 초래할 수 있다. 나의 지난 몇 개월 동안의 행위는, 부당했다.

그분이 나의 부당한 처사를 알려주는 방식이 겸손하고 강력하다. 그는 손수 이 추운 겨울에 야산으로 나와 솔잎, 솔방울, 그리고 눈으로 덥혀 잘 보이지 않는 흔적들을 찾아 담았다. 그가 흔적들을 담는 행동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분명,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의 영적인 깨달음을 위해, 내가 매일 가는 길가에 이 전시품을 놓은 것이다. 그는 분명, 내가 이 작품을 보고 느끼고 반응할 것이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산책하는 내내, 자꾸 비탈길 작품이 생각났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다시 이 작품을 보았다. 나는 반려견들을 얼른 집 울타리 안으로 들이고 검은 비닐 봉지와 집개를 들고 나와, 눈 속에 덥힌 흔적들을 발굴하여 봉지에 담기 시작하였다. 한참 담았다. 며칠간 계속 담아야, 산책길 입구에 남긴 흔적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다. 그런 후, 나도 무엇인가를 남겨야겠다고 판단하였다. 두터운 A4용지에 나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신경 써주신 그분께 메모를 남겼다. 반을 접어 쓰레받이 위에 놓았다. 이 메모가 날아가지 말라고 잣이 알알이 맺혀있는 솔방울을 올려 놓았다. 부당不當을 생각해 본 아침이다.

메모:

제 소홀에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산책길에서 아이들의 흔적을 모두 제거하고

앞으로도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신경쓰겠습니다.

너그러운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2023.1.30.

아침 산책하는 이웃

사진

<산책길 전시품들>






留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