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2.(金曜日) ‘자두’

2022.9.2.(金曜日) ‘자두’

가을이 도래하여 아침 산책이 더 즐겁다. 나는 반려견들과 함께 산으로 간다. 이 아침 의례중 도반들을 만났다. 매일 아침 6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산책한다는 흰머리 신사. 아직 눈인사만 나누는 사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의 인생을 듣고 싶다. 또 다른 도반은 항상 검은색 운동복을 입으시는 무뚝뚝하신 분이다. 이 분도 은퇴를 하고 이곳에서 여생을 즐기시는 분같다. 다른 두 분은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다. 한 분은 허리가 불편하시기에 한적한 곳에서 허리 펴기 운동과 맨손체조로 신체를 단련 하신다. 다른 한 분은 여장부다. 저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항상 씩씩하게 걸으시고 내가 눈인사를 하면, 항상 말을 거신다.

나를 포함하여 인간 5명과 나의 반려들, 샤갈, 벨라, 예쁜이가, 지난 1개월 동안 이 산, 계곡, 평원을 독차지하였다. 이곳의 주인인 수 많은 새들과 동물들, 그리고 나무와 풀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자연은 자신을 자주 그리고 정성스럽게 찾아주는 사람들을 언제나 어머니처럼 품는다.

나는 반려견들과 함께 이 새로운 길 산책을 한 달 전부터 시작하였다. 새롭게 인생을 살고 싶어, 산책길을 모색하던 중, 집에서 6km 떨어진 이 순례길을 발견하였다. 아침 일찍 이들을 차에 태우고 이 산책길로 간다. 차에서는 막스 리허터Max Richter의 On the Nature of Daylight를 크게 튼다. 아침과 햇빛을 맞이하기에 훌륭한 음악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아낌없이 선사한 기적은 언제나 신비롭다. 안개로 가득한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 지나면, 우리가 원하는 순례길이 등장한다.

우리는 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로 이루어진 1.5km길로 먼저 들어선다. 샤갈과 벨라가 이제 10살이 되어 정기적으로 산책과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질 것 같아, 이 산책길을 선택하였다. 가끔 샤갈이 올라가기 싫다고 버티지만, 한참 설득하여 길에 오른다. 이길을 오르면서, 어제의 나를 돌아보고 오늘의 나를 결심해 본다. 아무리 결심해도, 망각이라는 고질병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다시 마음을 종여맨다. 희망이 유일한 삶의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산책길 중간 쯤, 오른 편으로 언덕길 하나가 있다. 무심코 지나갈 때는 그 안에 나의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이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이 길을 한 달정도 다니다 보니, 길이 보인다. 새로운 길은,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되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40m정도 안으로 들어가니 신비한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 버려진 땅인데, 나무마다 과실이 대롱대롱 열렸다. 겉보기엔 사과나무 같았다. 가까이 가보니 자두나무였다. 너무 신비하여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을 뻔했다.

이런 훌륭한 나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이 자두나무의 씨앗이나 묘목을 과거에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이 열매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없었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로 이렇게 풍성하고 훌륭한 과실을 초연하게 맺고 있다. 자두나무는 이미 자기 가지로, 아니 자연이 주신 자양분으로 충분하게 유지하지 못한 자두들은 땅으로 가차 없이 떨어트렸다. 자연은 언제나 절제다.

내가 가까이 가보니, 주렁주렁 달린 자두는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군침이 돌았다. 나는 그 순간 아무도 없는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내 소유가 아닌 자두를 서리할 참이기 때문이다. 이브와 어거스틴이 생각났다. 신이 에덴동산 가운데 심어놓은 ‘모든 지식의 나무’ 열매를 딸 때, 그리고 어거스틴이 누미디아의 타가스테에서 배 서리를 할 때,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왼손으로는 반려견 리드줄 세 개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나뭇가지에 손을 뻤어 자두 하나를 땄다. 가지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속에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나는 이 동산으로부터 내려오면서, 누군가 이 나무를 관리한다면, 그 주인이 나의 불법침입오 서리에 화를 냈을 것이다. 야생이 주인이라면, 고라니, 오소리, 새, 벌, 다람쥐와 같은 동물들이 나의 절도를 용서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과연 이브가 에덴동산 과실을 보고 느낀 “먹기에 좋아 보이고 보기에 탐스러웠다.” 얼마나 속이 실한지, 껍질이 주름이 하나 없이 완벽하게 팽팽하고 어디 한 곳 흠이 있는 데가 없다. 자두 나무는 멀리서 보기에는 그리 감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두 한 알갱이는 천연덕스럽게 가지에 붙어, 누가 봐주지도 않는데, 완벽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서리를 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다. 스스로에게 완벽한 이 자두처럼 살고 싶다.

사진

<산책길 자두 나무와 책상 위 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