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8. (月曜日) “통과의례通過儀禮”<길가메쉬 서사시> 제1토판 5-9행(기원전 14세기 표준바빌로니아 판본)

2022.8.8. (月曜日) “통과의례通過儀禮”

<길가메쉬 서사시> 제1토판 5-9행

(기원전 14세기 표준바빌로니아 판본)

하루는 자신을 간절하게 원하는 모습으로 단련시키는 수련이다. 해가 지면, 숲속은 부엉이 소리, 짝은 찾는 고라니의 간절하게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온갖 곤충들의 노래로, 야외공연장이 된다. 아득한 수원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한번 쉬지 않고 나를 찾아 오더니, 금방 저만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간다. 자연 속 동물과 식물은 자신이 가야할 일을 당연하게 안다.

오래전, 길가메쉬는 그 길을 찾아 나섰다. 그 길은 남들이 정해 놓은 길이 아니라,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나침반羅針盤이다. 그 길은 멀어야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담보해야, 드러나는 아득한 길이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우연적인 존재였던 인간이 필연적인 존재로 변모하기 위한 이정표를 가지고 있다. 이 서사시의 편집자 신-레케-우닌니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한 여정을 통해, 길가메쉬가 깨달은 인생문제를 푸는 과정이자 해답을 서문에 강력하고도 강력하게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제 1토판 5-9행의 자역, 음역, 영문번역, 그리고 한글번역이다. 나는 독자들이 이 영문과 한글번역을 암송하여, 자신의 삶을 꽃피우는 거룩한 씨앗이 심겨지길 간절히 바란다:

5. [i-ḫi]-it-ma mit-ḫa-riš [kib-ra-a-ti]

iḫīt-ma mitḫāriš kibrāti

6. [nap]-ḫar né-me-qí šá ka-la-a-mi [i-ḫu-uz]

napḫar nēmeqi ša kalâmi īḫuz

7. [ni]-ṣir-ta i-mur-ma ka-ti-im-ta ip-te

niṣirta īmur-ma katimta ipte

8. ub-la ṭè-e-ma šá la-am a-bu-bi

ubla ṭēma ša lām abūbi

9. ur-ḫa ru-uq-ta il-li-kam-ma a-ni-iḫ u šup-su-uḫ

urḫa rūqta illikam-ma aniḫ u šupšuḫ

우르하 루끄타 일리캄-마 아니흐 우 슈프슈흐

5. He searched the four corners of the world thoroughly.

그는 온 세상의 사방을 샅샅이 조사하였다.

6. He acquired total knowledge of everything.

그는 만사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을 획득하였다.

7. After he saw what had been guarded,

he uncovered what had been covered.

그는 세인들로부터 보호된 것을 본 후에, 덮인 것을 들춰내었다.

8. He brought back an information from the antediluvian age.

그는 대홍수 이전에 관한 정보를 가져왔다.

9. He went a distant journey and then became weary but calm.

그가 먼길을 떠나, 죽을 뻔 했지만, 다시 살수 있었다.

길가메쉬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부모, 선생, 사제 혹은 책을 통해 배우지 않았다. 그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상징되는 온 세상을 직접 방문하여 몸소 느끼고 깨달았다. 그는 세상을 샅샅이 뒤져, 삶의 지혜를 추구하였다. 그 결과 그가 얻는 것은 삼라만상에 숨겨진 지혜의 핵심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었다.

5행에 길가메시는 인생의 우여곡절을 “살아 있는 동안 온갖 사람들과 사건들을 온몸의 경험하고, 오래된 자아를 해체하고 새로운 자아로 변모하였다”라는 마음을 ‘그는 온 세상의 사방을 샅샅이 조사하였다’라고 표현한다. 이 문장에 등장하는 ‘샅샅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카드어 부사 ‘미트하리쉬’는 ‘사건이나 사람을 만나다’라는 동사 마하룸maḫārum에서 파생된 재귀부사로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 받았다’라는 뜻이다. 길가메쉬는 하루하루를 그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수련장이라고 여겼다.

만일 우리가 오늘 하루를, 행복이나 불행이나, 고통이나 기쁨이나, 보람이나 허무나, 내가 임종시점에서 완성해야 할 일과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6행의 행운을 맞이할 수 있다. “그는 만사에 대한 지혜의 총체를 획득하였다napḫar nēmeqi ša kalâmi īḫuz.” 이 문장에서 네메키nēmeqi라는 단어는 시에서만 등장하는 단어로 ‘인생에 대한 혜안; 지혜’라는 뜻이다. 길가메쉬는 그 혜안을 더욱 강조하여 ‘나프하르napḫar’라는 명사를 덧붙였다. ‘나프하르’는 ‘전부’ 혹은 ‘핵심’이란 뜻이다. 길가메쉬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지혜와 혜안을 획득하였다.

길가메시가 획득한 내용은 무엇인가? 남들은 알고 자신이 몰라던 세상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는 앎과 지혜의 정수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세인들로부터 보호된 것을 본 후에, 덮인 것을 들춰내었다.” ‘니찌르타’라는 명사는 ‘보호된 것; 금지된 것; 타부’라는 의미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 사람들이 봐서는 않된다고 하는 것을 감히 목격했다고 말한다. 무엇이 타부인가? 무엇이 금지인가?

인류는 학교나 종교를 통해, 외부를 흠모하고 복종하라고 세뇌洗腦시켜왔다. 그들은 눈을 외부로 돌려 정신없게 만들어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긴다. 이제 우리의 눈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돌려야 한다. 우리 각자의 내부가 바로 타부다. 노자, 조로아스터, 소크라테스, 붓다, 예수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한없이 크고 넓은 자신을 발견하라고 촉구해왔다. 인간들은 이들을 신격화하여, 이들의 말을 왜곡하여 학설과 교리를 만들어, 다시 대중에서 외부를 흠모하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련의 모든 터부를 제거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 숨겨진 보화를 들춰내야 한다. ‘덮인 것을 들춰냈다katimta ipte’라는 표현은 바울이 다메섹 언덕에서 알 수 없는 소리와 빛을 보고 장님이 되었다가 후에 눈에서 비늘과 같은 것이 떨어진 사건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 비늘은 외부의 교육을 통해 우리의 눈에 겹겹이 쌓여 우리를 장님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이며 욕심이다. 내 심연心淵 속에 있는 삶을 올바른 길에 올려놓을 나침판은 이 지구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신적인 심성이다. 길가메쉬는 이 심성의 유구함을 8행에서 ‘대홍수 이전에 관한 정보ṭēma ša lām abūbi’라고 말한다. EG는 이 정보에 관한 이야기다.

9행은 EG전체의 주체를 한문장으로 표현하였다. 프랑스 인류학자 반 즈네프van Zennep가 이론화한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通過儀禮’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9행 ur-ḫa ru-uq-ta il-li-kam-ma a-ni-iḫ u šup-su-uḫ

urḫa rūqta illikam-ma aniḫ u šupšuḫ

우르하 루끄타 일리캄-마 아니흐 우 슈프슈흐

He went a distant journey and then became weary but calm.

그가 먼 길을 떠나, 피곤했지만, 고요해질 수 있었다.

이 문장은 우리가 모두 거쳐야 할 삼 단계를 표시한다. 첫째, 분리分離; 둘째 임사체험臨死體驗; 셋째, 부활復活이다. 분리의 단계는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의도적으로 탈출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우연히 경험한 세계와 이념이 진리라고 착각한다. 그 진리를 버리고, 먼 길urḫa rūqta을 떠나야 한다. ‘먼 길’은 아브라함이 고향, 친척, 그리고 가족을 버리고 진입한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사막이다. 그 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미래의 제단에 바쳤기 때문에 곧 죽음이다. 두 번째 임사체험이 ‘아니흐aniḫ’다. ‘아니흐’는 겨울 내내 숨을 죽이고 땅속에 죽어있던 민들레 씨며, 깨어나기 위해 모래사장에 묻혀 있는 새끼 거북이 알이다. 그 기간은 태어나기 위해 10개월간 어머니의 뱃 속에 있었던 우리다. 그런 기간은 오랜 시간을 거쳐 새로운 존재로 탄생한다. ‘슈프슈흐’라는 단어가 그런 뜻이다. 인생은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통과의례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그것을 기록한 장엄한 서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