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6.(水曜日) “악용惡用”

[사진]

<막스 베버>

1918

 

부사 ‘잘’은 그 의미가 애매하다. 어떤 사람일 일을 ‘잘 한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그 정도는 일을 맡은 당사자가 자신의 최선을 경주하는 마음가짐과, 그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을 인내하고 훌륭하게 마무리 하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적당함이다. 단테 <신곡: 인페르노> 제7곡은 인간다운 삶과 인간이 속한 공동체가 원만하게 운명되기 위한 ‘재화와 권력’의 본질에 관한 대화가 등장한다. 단테는 그의 스승 베르길리우스에게 ‘행운’에 대해 묻는다.


베르길리우스는 인간들 간에 일어나는 불화와 투쟁은 자신이 우연히 맡은 재화와 권력이라는 행운을 잘못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인페르노> 제7곡 58-59행이다.

58. “Mal dare e mal tener lo mondo pulcro

59. ha tolto loro, e posti a questa zufa:

58. “잘못 주고 잘못 챙기는 엉터리가 이 아름다움 세계를

59. 저들로부터 빼앗아, 이 싸움에 밀어 넣었다.”


단테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수용하여, 밝음과 어둠,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용기와 비겁과 같은 상대적인 개념을 ‘부재不在’가 아니라 ‘정도程度’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둠은 빛이 부재한 상태가 아니라, 빛이 부족한 상태다. 밝음은 어둠의 부재가 아니라, 빛이 넘치는 상태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어떤 상태도 완벽한 밝음이나 완벽한 어둠은 없다.


베르길리우스는 이 세상의 불화를 58행에서 간략하게 설명한다. ‘말 다레 에 말 테네르’mal dare e mal tener를 축자적으로 번역하면, ‘잘못 주고 잘못 챙겨서’라는 뜻이다. 앞에 등장하는 ‘말 다레’를 좀저 분석하면, ‘말’이란 이탈리어는 그 섬세한 정도를 찾지 못해, 아무렇게나 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부사다. 그러니 ‘말 다레’는 ‘아무렇게나 혹은 함부로 주는 행위’다. 자신이 우연히 쥔 재화와 권력을 낭비浪費하거나 남용濫用하는 방탕을 의미한다.


‘다레’dare라는 동사는 단순히 기분 내키는 대로 ‘주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配置하다’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공격수는 전방에 수비수는 후방에 그리고 골키퍼는 골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실행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다레’는 인도-유럽어 어근 *dheh2-에서 왔다. 이 어근은 신이 태초에 우주를 창조할 빅뱅의 순간에, 태양계의 천체들이 있어야한 곳에 배치되는 예술을 이른다. 지구는 금성과 화성 사이에 존재해야하고, 지구는 그 옛날에 원-화성과 부딪혀 기울어진 후에, 떨어져나간 물체들이 모여 절묘한 힘으로 달이 되어, 지구에게 사계절을 마련해준 오묘한 행위다. ‘말 다레’를 인간 개인에 적용한다면, 개인 누구나 지닌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게 그것을 갈고 닦아 발휘하려하지 않고 방탕하게 사용하는 어리석음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부와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려는 습관을 표현하는 문구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방탕放蕩’이다.


‘말 다레’와 반대개념이 ‘말 테네르’mal tener다. ‘테네르’는 ‘움켜쥐다’라는 의미다. 인간은 어떤 것도 움켜 쥘 수 없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흘러감으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장소로 변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잠시 맡겨진 재물이나 권력도 시간이 지나가면, 사라진다. 5년 전에 등장한 정권도 사라지고 있고 지금 막 등장할 정권도 5년 후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을 사는 인간의 착각은,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행운이 영원할 것이라는 망상이다. 그 행운을 자신과 자신이 우연히 맺은 가족을 위해서만 사용하려는 어리석음이 ‘인색吝嗇’이다. ‘말 테네르’는 그 옹색하고 움켜쥐고 있는 손을 펼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1864-1920)는 <개신교 윤리과 자본주의 영혼>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1905)이란 책에서 인간의 직업을 ‘소명召命’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이 용어는 독일어 ‘베루프’Beruf의 번역으로 신이 인간에게 맡긴 임무를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고유한 임무가 있다. 인류의 성현들을 각자의 문명권에서 그것을 도, 자연, 마아트Maat, 메ME, 쉼툼shimtum, 르타Rta, 아샤asha, 우시아ousia, 남툼namtum, 파툼fatum, 모이라moira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그에게 재화나 권력을 맡겨보면 된다. 그가 방탕한지 인색한지, 금방 탈로나기 때문이다. 만일 그(녀)가 이것들을 악용惡用하면다면, 우리 모두가 누려야할 아름다운 세계가 싸움터로 변한다. 푸틴의 방탕과 인색이 온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나는 나에게 할당된 고유한 임무를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그것을 악용하는가 아니면 선용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