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29. (金曜日) ‘컴패션’

[사진]

<컴패션 전경>

 

아내와 내가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노비타스 음악 중고등학교(https://novitas.kr)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20년 겨울, 코로나 감염병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노비타스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대안 음악 영재음악학교다. 이 획기적인 학교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을 가진 학교를 설립하신 분은 송천오신부님이시다. 신부님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중, 음악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감동을 받으셨다. 그들을 전국 보육원에서 선발하여, 이곳에서 기숙하며 가르치는 대안학교를 만드셨다.


이런 학교가 필요하다고 입으로 말하는 사람은 많으나, 실제로 그처럼, 이런 학교를 설립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그는 이런 학교가 필요하다고 신자들을 지난 10년이상 설득하고 가톨릭 교구와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고 실제로 건물을 세워 개교시켰다. 송신부님의 결심, 실천,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합쳐져 그런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런 훌륭한 학교가 집 근처에 있다니! 우리는 신부님을 찾아갔다. 나는 학교를 그만둔 참이라, 이 학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나는 도서관에 책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살림출판사와 21세기북스에게 연락하여 중고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책들을 기증하도록 부탁하였다. 신부님은 보육원에서 자라던 아이들이 이곳에서 기숙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말씀해 주셨다. 나는 아이들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충분하게 받지 못해 정서적으로 메말라, 누구를 믿지도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할 것이고 상상하였다.


우리는 신부님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하였다. 아이들의 정서적 교육을 위해 반려견을 돌보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부모는 없지만, 학대받던 개들의 부모가 되어, 오히려 스스로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은 누군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의 국경에서 가축, 특히 양을 몰기 위해 개량된 보더콜리를 키울 작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노비따스는, 감염병으로 개강이 늦어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학교 기술사 뒷마당에 유기견들이 머물 ‘컴패션’이라는 공간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반려견들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천국이다. 학교 뒤는 울창한 잣나무 숲이다. 학교 기술사와 숲 사이에 울타리를 쳤다. 아이들과 반려견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널찍한 마루를 설치하고, 길에는 열매 매트를 깔았다. 그리고 유기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아는 목수에게 부탁하여 지었다.



우리가 구조한 개들을 한 두 마리씩 넣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리트리버 성탄이, 보더콜리 파슈, 진돗개 믹스견 요셉, 다윗, 초롱이, 샤홀, 서니, 그리고 샤이니다. 컴패션의 아래 부분은 대형견 숙소다. 컴패션 위 부분에는 차우차우 믹스견인 샤홀, 그리고 흰색 믹스견인 서니와 샤이니다. 이들을 구조한 이야기를 하지만,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국하는 이야기보다 더 파란만장하다. 언제가 우리가 현재까지 구조한 20마리 이야기를 담은 책과 영상을 내고 싶다.



컴패션의 관리를 위해 우리는 두 귀인을 만났다. 한분은 정원관리 뿐만 아니라 물건을 척척 만드시는 맥가이와, 유기견들을 자신보다 사랑하는 이슬씨와 그 약혼자다. 이슬씨와 약혼자는 자신들이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이곳에 와서 7마리를 모두 산책시키고, 사비를 들여, 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일체 물건들을 구입한다. 이들은 아이들을 매일 산책하는 영상을 아내에게 보낸다. 인간이, 이토록 생명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가 ‘코라 카스니’를 설립하게 되면, 이들에게 ‘코라 카니스’ 실제 운영을 맡길 것이다.


https://www.thechora.com/canisstadium



우리는 3년 전, 노비따스 학생들을 이 반려견들의 ‘엄마’로 개별 지정하였다. 아내는 아이들과 반려견들을 앉혀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제 너희들이 엄마야. 아이들이 길거리에 버려졌고 사람들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이다. 이제 너희들이 엄마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주고, 컴패션을 청소하고, 산책도 시켜주면 좋겠어!”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엄마를 본적도 없거나, 엄마와 헤어져 어린 시절부터 양육시절에 있었는데, 엄마가 되라니! 신부님과 나는 뒤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엄마는 없었지만, 반려견들의 엄마가 되주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사랑은 아무런 대가 없이 주면 생기는 기적이다.



지난 3년동안 ‘컴패션’은 우리의 또 다른 천국이었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셔, 사료를 구입하고 점검하고, 컴패션을 보수하고, 청소한다. 나도 오늘 아내와 동행하여 대청소하였다. 아내는 새로 구입한 빨간 호수로 마루전체를 깨끗이 닦아 냈다. 퍄슈는 자꾸 농구공을 내 발 앞에 가져와 차란다. 한참 차니 숨이 차다. 누런 초롱이는 내가 구조한 아이인데, 아직도 멀리 떨어져 나를 물끄러미 본다. 오늘은 오랜만에 신나는 날이다. 오늘 밤에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