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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서문>
월인석보 권두에 실린 훈민정음 언해본
작년 11월에 대선이 한참 진행될 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글을 “공정公正과 자비慈悲, 선진국의 유전자”로 잡았다.
공정公正과 자비慈悲, 선진국의 유전자
대한민국은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인들이 존경할 만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나, 소수만이 그 기회를 알아차리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것은 노마크 찬스에서 빈 공간으로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 선수의 심정이다. COVID-19란 악재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에게 호재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21세기 모든 국가들이 존경할 수 있는 국가로 개조될 수 있다. 존경받는 국가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적으로 고양된 공동체다.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선진국민이 다시 태어나면 된다.
세계가 이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는 시점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여 ‘언덕 위에 등대’가 될 것인가? 누가 거친 바다에서 해도가 없어 좌초될 위기에 있는 인류에게 항해로 등대의 강렬한 불빛을 비출 것인가? 태양은 자신이 빛으로 충일하여, 아무리 먼 곳이라고 마다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광선을 선물로 보낸다.
누가 절체절명의 기회를 포착하여 인류를 위한 ‘언덕 위에 등대’가 될 것인가? 인류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공동체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체제를 구상해왔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풍전등화와 같다. 그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선진적인 시민이 되어 최선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야만주의와 인기영합주의를 통해 또 다른 독재자를 용인하는 전체주의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수 천년동안 왕정국가였다, 625전쟁 후, 급격한 변화가 한국을 휘몰아쳤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가 단기간에 소용돌이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수많은 희생과 부작용이 생겨났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반열에 올라선 이유는 이 위기 가운데, 자신의 생명을 민주주의란 거룩한 제단에 바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중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여권이 필요하다. 그것은 인류가 공감하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숭고한 가치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자비’다. 공정과 자비는 동전의 양면이다. 자비가 없는 공정은 폭력이고 공정이 없는 자비는 방종이다. 이 두 가지는 선진국이 갖추어야 할 유전자이며, 현대문명을 이끌 표준이다. 이 두 가지가 거름이 되지 않는다면, 경제적이며 정치적인 업적은 꽃을 피울 수 없다.
I. 대한민국은 세종대왕 보유국이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란 문자를 통해 인류 역사에 유래가 없었던 감동적인 표준을 제시하였다. 정교한 말과 소통은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하는 표시이며, 정성스런 글과 책은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이 다른 인간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문화文化를 선물해 주었다. 그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삶의 표준으로 만들려는 사람이 선진적인 개인이다.
문자의 기원은 요원하다. 서양인들이 사용하는 알파벳은 기원전 18세기, ‘히브리인들’이라는 무명의 떠돌이들이 만들었다. 후대에 페니키아 상인들의 문자가 되었고, 기원전 8세기 그리스로 전파되어 오늘날 서양인들이 사용하는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문자를 창제한 두 명의 리더가 있었다. 한 명은 기원전 5세기 인류 최초의 세계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왕’이고 다른 한 명은 15세기 조선의 세종대왕이다. 다리우스 주도하게 만든 ‘고대 페르시아 문자’는 음절문자이며, 100년 동안 사용되었다 사라진다. 다리우스 왕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다르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 창조의 결정체다. 비록 창제 당시 중국의 억압으로, 20세기에 와서야 우리의 문자로 정착되었다. 훈민정음 혹은 한글은 조선의 양반들이 배운 언어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사용한 언문으로 대한민국의 르네상스의 기반을 닦았다. 백성들이 먼저 사용하여 후에 귀족들이 사용하게 된 전복적이며 혁명적인 문자다.
II. 훈민정음
훈민정음은 인간이 만든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자 체계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글이 없어, 소통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의 고충과 고통을 역지사지하여,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문자체계를 만들었다. 훈민정음의 특징은 네 가지다:공정, 자비, 용이, 그리고 배려.
첫째, 훈민정음은 ‘공정’하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알파벳이다. 문자가 인류를 야만에서 문명으로 이동시켰다면, 알파벳은 인류를 독재에서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정의 기초를 놓았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면 독재다. 훈민정음은 정보의 보편화를 실현할 수 있는 통로다.
둘째, 훈민정음은 ‘자비’의 결정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패권은 자비를 베푸는 사람과 국가가 쥘 것이다. 훈민정음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백성의 마음을 역지사지하여,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애민정신에서 출발하였다. 이 역시자지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세종의 애민정신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인류의 표준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이다. 선진국이나 선진국민은, 정치적으로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가, 혹은 GNP 숫자가 얼마나 높은 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그 국가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비를 품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보통 사람은 타인과 경쟁하지만, 깨우친 인간은 자신이 되어야 할 자신을 상정하고, 그 자신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고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다. 자비는, 그 공동체를 지탱하는, 정의, 배려, 친절, 감동, 신뢰를 만드는 거룩한 씨앗이다.
셋째, 훈민정음은 그 어떤 발음도 시각적으로 표시하기 ‘용이’하다. 알파벳 체계이면서, 동물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고 과학적입니다. 기적의 문자체계다. 영어단어는 철자와 그 발음이 전혀 다르다. 사람들은 night를 ‘나이트’가 아니라 ‘니크트’라고 발음할 것이다. 한글은 아무 소리나, 예들 들어 ‘찌찌파챠뽀’와 같은 어려운 음성도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시대, 훈민정음에 원래 있었던, 잃어버린 홀소리와 닿소리를 회복하면, 생물과 무생물이 내는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인터넷 공간에서 영어를 대치할 문자다. K-문화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이 역사적인 순간에, 잃어버린 닿소리와 홀소리를 회복하면, 모든 생물들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훈민정음은 ‘배려’의 상징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아프리카나 남미 정글에 무문자족이 많다. 과거 유럽이나 미국이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영어 알파벳을 식민국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사용했지만, 실제 발음과 달라 어려움이 많다. 지금이라도 무문자족이 지닌 신기한 음성은 영어가 아니라 훈민정음으로 표기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자를 영어가 아닌 훈민정음으로 표기하여 소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무문자 민족들에게 빛이 될 것이다.
세종과 훈민정음과 정신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든든하고 감동적인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동시에 그 정신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새로운 자비의 정신을 일깨우는 혁명이 될 것이다.
III. 세종과 훈민정음 정신의 구현을 위한 방안들
세종과 훈민정음에 담긴 공정과 자비의 정신을 다음 다섯 분야에서 실행한다. 다음 다섯 분야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인류에게 공헌할 수 있는 표준이 될 것이다.
1. 알파벳 연구소Korean Institute for Alphabetic Systems
문자는 인류를 야만에서 문명으로 인도하였다. 문자는 단순한 소리와 달리, 상대방이 읽고 이해해야하는 배려와 소통의 상징이며, 기억문화의 보루다. 현생인류가 30만년전에 북아프리카에서 등장했지만, 문자를 발명한 시기는 극히 최근으로 기원전 3300년 경이다. 문자는 다음 세 단계로 발전하였다. 물건을 그대로 그려 만든 그림문자pictogram, 그림을 그려놓고 음가만 따오는 음절문자syllabogram, 그리고 스무여개의 문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알파벳 체계alphabetic systems다. 훈민정음은 알파벳 체계이면서, 그 어떤 민족도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모음들을 알파벳 체계 안에 만들어냈다, 기원전 18세기 알파벳을 최초로 만든 집단인 ‘히브리인들’은 떠돌이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견고한 물질문명을 넘어설 정신적이며 영적인 문명을 알파벳을 통해 창조하였다.
알파벳은 오늘날 서양의 두 기둥인 헤브라이즘(이슬람포함)과 헬레니즘을 창조하였다. 유일신전통인 유대교,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모두 알파벳이 낳은 정신세계다. 서양문명의 전범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도 페니키아인들이 알려준 알파벳을 통해 처음 기록하게 되었다. 알파벳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로 단시간 안에 학습하고 쓸 수 있었다. 이제 보편적인 교양교육과 민주주의가 가능했다. ‘알파벳 연구소’는 알파벳이 담긴 혁명성과 확장성을 탐구하는 세계적인 학술기관이 될 것이다. 특히 훈민정음이 지닌 알파벳의 의미를 심도있게 연구할 것이다. 구글이 최근 자신의 지주회사이름을 ‘알파벳’으로 바꾼 이유도, 이 체계가 가진 확장성 때문이다.
2. 시민들의 ‘공정과 자비’ 고양을 위한 비극 공연과 공연장 건립
기원전 5세기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체계를 구축한 아테네인들은, 시민들의 정신적인 고양없이, 민주주의는 연약한 갈대라고 판단하였다. 그들은 시민교육을 위해 ‘엔터테인먼트’라는 분야를 만든다. 아테네 시민들이라면, 원형극장에 모여, 함께 비극공연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이기심으로부터 탈출하고 (엑스타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한없는 연민의 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카타르시스). 이들은 비극공연을 통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역지사지와 연민을 배웠다. 대한민국의 뛰어난 배우들, 가수들, 연극인들, 영화인들, 문인들, 음악가들과 함께 연민을 일깨우고, 배려와 친절을 학습하는 공연을 대대적으로 기획하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다.
3. 무문자족들을 위한 훈민정음 배포
전 세계에는 10억정도의 무문자족들이 있다. 이들의 발음을 기록하기에 가장 적절한 문자는 훈민정음이다. 잃어버린 닿소리와 홀소리를 복원하여, 그들에게 훈민정음을 가르치는 일은, 그들에게 정체성과 역사성을 부여하는 거룩한 과업이다. 이 과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훈민정음이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IT기업인, 삼성, LG, 그리고 SK와 함께 무문자족의 문명퇴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UN이나 UNESCO도 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가장 놀라운 업적이 될 것이다. 이 과업은 인류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세종의 정신으로 무문자족들이 문자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자비의 정신으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는 초인류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그들에게 문자를 준다는 것은, 장님의 눈을 뜨게 하는 기적이다.
4. 무문자족들의 구전문화를 훈민정음을 이용하게 기록문화 창달
무문자족에게 훈민정음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기억 속에 간직했던 전설과 신화를 훈민정음으로 기록하는 일은, 인류의 다양하고 소중한 지혜를 구축하는 일이다. 예를들어 아마존 정글의 부족이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역사를 기록한다면, 대한민국은 그들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5. 생명존중 교육을 위한 세계적인 ’유기견 센터’ 건립
이 다섯 번째 과업은 그 누구도 상장하지 못할, 인류가 대한민국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비밀용병이다. 21세기 표준국가는, 공정과 자비를 인간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인류와 함께 성장해온 동물들에도 적용해야 한다. 인류는 이제 자신의 가장 친한 동물인 반려견의 고통까지 도덕과 윤리를 확장해야 한다. 동물의 고통까지 자신의 고통으로 역지사지하는 연민은, 인류를 초인류로 도약시킬 것이다. 독일의 ‘티어하임’Tierheim을 능가하는, 동물의 고통까지 헤아리는 세계적인 건물을 건립하여 생명교육과 환경교육을 실시한다.
2021년 11월 13일
배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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