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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5.(月曜日) “단테와 루미”

[사진]

<구조한 다음날 집 앞에서 뛰노는 단테와 루미>


[동영상]

https://blog.naver.com/eduba/222716213221

 

며칠 전 아내가 설악면 반려견 산책도움이로부터 전화를 받고 급히 나갔다. 도움이는 아내와 내가 구조한 개들을 매일 산책시켜주고 사료를 주는 분으로, 우리보다 훨씬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분이다. 그분은 아내에서 쓰레기장 닭장에 두 마리개가 갇혀있다고 말한다. 아내는 그런 전화를 받으면, 당장 그곳에 달려간다. 무조건이다. 고속도로에서 개장수가 철장에 개를 실고 가는 트럭을 보면, 나는 그 트럭을 세워 그 개들을 어떤 식으로든 구출해야한다. 아니면 큰일 난다! 아내가 1시간 후에 돌아왔다. 천하에 귀여운 개들이었다. 태어난 지 1달쯤 되어 보인다. 털이 몸에 덕지덕지 붙고 변이 묻어 있는 악취가 나는 개들이다.


아내가 강아지들을 욕실로 들어가 1시간째 나오지 않는다. 한참 만에 욕실에서 이들이 나온다. 이 천사들로 변신해 기어 나온다. 몸에서는 향기가 펄펄 난다. 낯선 환경 탓에 내가 아무리 불러도 가가오지 않는다. 모두 두 다리를 땅에 밀착하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검은 고동색과 회색 털 밑에서 앙상한 뼈들만 느껴진다. 며칠 동안 굶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아이들을 임시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요즘 이미 키우고 있는 반려견 세 마리, 진돗개 샤갈과 벨라, 시바견 예쁜이와 단테와 루미를 격리시키느라 바빠졌다. 내가 샤갈과 벨라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낯선 개들을 집으로 들였기 때문에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다. 만일 실수로, 격리에 실패하면,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샤갈, 벨라, 그리고 예쁜이와 산책을 나가기 전에, 단테와 루미를 뒷마당에 풀어주고 사료를 주었다. 처음에는 외면하더니, 사료를 삼켜버린다. 이들을 집에 남겨두고, 신선봉으로 산책을 나갔다. 나는 지난 11월부터 사료가 들어간 비닐 주머니를 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이 사료는 매일 야산에서 만나는 고라니 두 마리를 위해서다. 높다란 잣나무 아래가 이들의 식탁이다.


산책 후, 뒷마당에 놀고 있는 단테와 루미를 집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어제의 어색함은 사라졌다. 두 마리다 천방치축으로 뛰어다닌다. 저 멀리 달려가더니 공터에서 응아를 하고 이내 나에게 달려온다. 눈치를 보면서 자기네끼리 입질을 레슬링을 한다. 구조해 줘서 고맙다고 자기 나름대로 감사표시다. 그러더니 단테가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다.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자기 견생 한 달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한 달 전 쯤 태어났어요.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몰라요. 1m 쇠줄에 묶여 있는 모견은 거의 일년에 한번 씩 새끼를 7-8마리씩 낳죠. 세상에 모든 동물들 중, 1m줄에 묶여 학대받는 동물은 우리밖에 없을 꺼에요. 주인이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 엄마 음식이에요. 종종 가시나 날카로운 뼈가 있는 목에 걸리기 일쑤죠. 주인은 우리 형제들을 사람들에게 돈 얼마를 받고 나누워 주죠. 형제들이 다 어디로 가고 우리만 남았어요. 거의 3주동안 먹을 것이 없어 시름시름 앓았죠. 어느날, 주인은 우리를 데리고 무시무시한 동네 쓰레기장으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우리를 공터에 버렸죠. 매정하게 돌아서는 저 주인을 따라 달려가니, 주인이 호통을 쳐요. 눈물이 났어요. 우리보고 오지 말하는 거에요. 주춤하다가 주인이 돌아서 다시 가면 따라갔죠. 주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묘안에 떠올랐나봐요. 쓰레기장 저편에 닭장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우리를 가뒀어요. 우리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주인은 뒤로 돌아보지 않고 매정하게 가버렸어요. 며칠 굶어 움직일 수도 없었어요. 밤에는 너무 춥고 배고파 죽기 직전에 천사가 나타났어요. 그 분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고, 한분이 우리를 보고 놀라면서 눈물을 흘렸죠. 그 분이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나는 단테가 하는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단테 종족들에게 가한 악행에 미안했다. 나는 시인 단테가 <인페르노> 제1곡의 첫 3행으로 단테에게 말했다:

“우리 인생의 여정의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만났구나.

그 어두운 숲은 사랑이라는 빛이 없어, 모두가 헤매는 삭막한 장소란다.

그런데, 그 어두운 숲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을 발견할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지.

앞으로 잘 살아보자.”


모든 생명은 고귀하다. 이 곳 설악면에 멋진 건물을 지어, 우리가 지금까지 구조하고 돌보고 있는 20마리를 안착시키고, 인간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생명교육’을 시작하고 싶다. 조카 김명천군에 3년 전에 미리 설계를 마쳤다.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 이 운동을 벌이고 싶다. 다음 링크를 보면, 그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코라 카니스>


나는 용감하게 생긴 짙은 고동색 강아지를 단테로, 음식을 항상 양보하는 강아지를 루미로 이름을 지어 주었다. 언젠가 이들이, 다른 반려들이 그랬던것처럼, 내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내일(4월 26일) 화요단테공부 시즌II 종강인데, 이들은 종업식에 데리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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