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2.(土曜日) “바람”

[사진]

<마르둑과 티아맛 대결>

인장 진흙음각, 기원전 900

영국 박물관 소장

 

[사진]

<에누마엘리시>

제4토판 87-103행 아카드어

 

봄바람이 뺨을 스친다. 마당의 벚나무가 봄바람에 가지를 살짝 흔든다. 바람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령이다. <창세기>1장에 등장하는 혼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람의 역할을 알아야한다. 기원전 6세기 기록된 유대인들의 혼돈이야기는 <창세기> 1장 2절에 다음과 같다:


וְהָאָ֗רֶץ הָיְתָ֥ה תֹ֙הוּ֙ וָבֹ֔הוּ וְחֹ֖שֶׁךְ עַל־פְּנֵ֣י תְהֹ֑ום

וְר֣וּחַ אֱלֹהִ֔ים מְרַחֶ֖פֶת עַל־פְּנֵ֥י הַמָּֽיִם׃

“하늘 아래에 위치한 땅은 매우 혼돈하였다,

어둠만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괴물과 같은 심연위에 있었다.

그 때, ‘강력한 바람’ 혹은 ‘하나님의 영’ (루아흐 엘로힘)이 두 물덩이 위에서 물을 휘졌고 있었다.”


위 문장에서 내가 더 알고 싶은 문구는 후반부다. 창조와 같은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변화와 변혁을 일으키는 핵심은 ‘강력한 바람’과 수면위에서 그 바람이 파도를 일으키는 행위다. 위 이야기는 메소포티미아의 <에누마엘리시>라는 ‘마르둑찬양시’에 바람과 심연의 기원에 숨어있다. 고 바빌로니아 왕국은, 수메르가 차지하던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자리를 잡으면서 ‘바빌론’을 새로운 수도로 건립하였다. 그리고 바빌론 도시의 주신을 ‘마르둑’으로 옹립하였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아키두’ 축제하는 신년축제에 질서의 신인 마르둑신이 바람으로 혼돈과 바다의 여신은 ‘티아맛’을 정복하는 시를 낭송하고 연극무대에 올렸다.


마르둑은 할아버지 신이자 하늘신은 ‘아누’신이 선물로 준 ‘바람무기’로 티아맛을 물리칠 것이다. 이들의 대결장면은 제4토판 87-103행까지 자역과 번역이다.


<제4토판>

87. ti-amat an-ni-ta i-na še-mi-šá

88. maḫ-ḫu-tíš i-te-mi ú-šá-an-ni ṭè-en-šá

89. is-si-ma ti-amat šit-mu-riš e-li-ta

90. šur-šiš ma-al-ma-liš it-ru-ra iš-da-a-šú

91. i-man-ni šip-ta it-ta-nam-di ta-a-šú

92. ù ilāni šá tāḫāzi ú-šá-ʾa-lu šu-nu giš.kakkī.meš-šú-un

93. in-nen-du-ma ti-amat apkal ilān,meš d.Marū-tuk

94. šá-áš-meš it-lu-pu qit-ru-bu ta-ḫa-zi-iš

95. uš-pa-ri-ir-ma be-lum sa-pa-ra-šú ú-šal-me-ši

96. im-ḫul-la ṣa-bit ar-ka-ti pa-nu-uš-šá um-taš-šìr

97. ip-te-ma pi-i-šá ti-amat a-na la-ʾ-a-ti-šá

98. im-ḫul-la uš-te-ri-ba a-na la ka-tam šap-ti-šá

99. ez-zu-tum šārīmeš kar-ša-ša i-za-nu-ma

100. in-né-sil lìb-ba-šá-ma pa-a-ša uš-pal-ki

101. is-suk mul-mul-la iḫ-te-pi ka-ras-sa

102. qir-bi-šá ú-bat-ti-qa ú-šal-liṭ lìb-ba

103. ik-mi-ši-ma nap-šá-tuš ú-bal-li


87. 티아맛이 마르둑이 감히 싸우자는 도발을 들었을 때,

88. 그녀는 귀신에 홀린 자처럼, 이성을 잃었다.

89. 티아맛은 거칠고 귀가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90. 그녀가 몸을 떨자 지축이 흔들렸다.

91. 마법의 기도문을 외우고 주문을 말했다.

92. 그리고 모든 전쟁신들이 자신의 무기를 찾아 소리를 질렀다.

93. 그때 티아맛이 전진하고, 신들의 고문인 마르둑이

94. 싸우기 위해 다가섰다. 그들은 전투를 위해 다가섰다.

95. 주님(마르둑)이 그물을 펴서 그녀를 생포하였다.

96. 그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 뒤에 있는 악한 바람(imḫulla ṣabit)을 풀었다.

97. 티아맛이 입을 크게 벌리자(바람으로 인해 물이 걷히자)

98. 그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마르둑은 악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99. 강력한 바람이 그녀의 배를 채웠다.

100. 그녀의 용기가 달아나고, 그녀의 입을 활짝 열렸다.

101. 그는 창을 바고 그녀의 배를 갈랐다.

102. 그는 그녀의 내장을 자르고 그녀의 심장르 찔렀다.

103. 그는 그녀를 정복하고 그녀의 목숨을 끊었다.


마르둑이 티아맛을 이길 수 있는 무기는 바람이다. <에누마엘리시>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일 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의 창조신화이야기를 구축하는 중요한 신화소다. 이 신화소가 <창세기> 1.2절에 등장하였다. 우선 무시무시한 바빌론의 혼돈의 여신 ‘티아맛’이 <창세기> 1장2절에서는 생명이 없는 사물로 존재한다. ‘깊음’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테홈’은 ‘티아맛’의 히브리어식 표현이다. 이 둘의 관계를 명확하게 추정하기 위해서는 ‘테홈’과 ‘티아맛’의 공동 조상이 되는 원-셈어를 재구성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고대 셈족인 들에게 ‘바다’를 의미하는 단아가 있었다. 기원전 26세기부터 등장하는 아카드어나 기원전 13세기부터 등장한 히브리어에는 등장하지 않는 가상형태로 *tihām-이다. ‘티함’은 ‘바다’ 혹은 ‘흉흉한 바다가 상징하는 혼돈’이란 의미다. 티함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아카드어의 ‘티아맛’과 히브리어 ‘테홈’이 되었다.


*tihām- > (아카드어) **tiʾām-> **tiʾām-at(여성형 어미) ‘티아맛 (여신)’

*tihām- > (히브리어) **tihōm (기원전 15세기 가나안어 모음변화) >tǝhōm ‘심연’


<에누마엘리시>로부터 힌트를 얻는 다면, <창세기> 1.2에 등장하는 ‘루아흐 엘로힘’은 ‘하나님의 영’이라기 보다는 ‘강력한 바람’이란 의미다. 이 바람은, 혼돈의 물을 걷어 내는 무기인 동시에, 신이 인간에게 부여신 신의 숨결이기도 하다. 바람은, 바닷물과 같이 안주하여 짜디짠 자아로 만들려는 이기심을 일깨우고 걷어내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