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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10.(日曜日) “거만倨慢”

[사진]

<단테의 배>

외젠 들라크루아 (1798-1863)

유화, 1822, 189 cm x 241 cm

루브르 박물관

 

분노하는 자는 자신의 심리적인 불안을 감추기 위해, 항상 ‘거만倨慢’하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분노로 무장한 것이다. 자신의 언행을 다듬지 못해, 항상 즉흥이다. 그런 즉흥은, 침묵의 세례와 훈련을 받지 않는 한, 불쌍이다. 그런 자는 선행을 할 수 없다. 단테는 이곳에서 분노의 죄로 저주받는 자들을 개들로 묘사한다. 인류가 아직 개의 상냥함을 발견하기 전이라 단테조차, 그렇게 묘사한 것 같다. 단테의 단호한 행동을 본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포옹하고 입마추면서 성모 마리아에게 하는 인사를 그에게 건낸다. 지옥에서 성모 마리아를 언급하는 신성모독을 무릅쓴다. 단테 <인페르노> 제5곡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43 Lo collo poi con le braccia mi cinse;

44 basciommi ’l volto, e disse: «Alma sdegnosa,

45 benedetta colei che ’n te s’incinse!

43. 그런 후, 그는 자신의 손을 내 목에 감았고

44. 내 얼굴에 입마추고 말했다. “화낼 줄 아는 영혼아!

45. 너를 임신한 여인이 복되도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예상치 못한 의로운 분노를 칭찬한다. 이교도인 베르길리우스의 입에서 성서 구절이 나오는 것은 단테의 의도다. 아마도 ‘의로운 분노’에 관한 구절인 <시편> 139.21-22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21 주님, 주님을 미워하는 자들을 내가 어찌 미워하지 않으며,

주님께 대항하면서 일어나는 자들을 내가 어찌 미워하지 않겠습니까?

22 나는 그들을 너무나도 미워합니다. 그들이 바로 나의 원수들이기 때문입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또한 단테를 <누가복음> 1.28에 등장하는 ‘아베마리아’를 인용하면서 칭찬한다. 단테가 왜 이 용어를 사용했는지, 연구대상이다. 그런 후에, 베르길리우스의 아르젠티 평가가 이어진다:

46 Quei fu al mondo persona orgogliosa;

47 bontà non è che sua memoria fregi:

48 così s’è l’ombra sua qui furïosa.

46. 세상에서 그는 거만했다.

47. 어떤 선행도 그의 기억을 장식하지 못했다.

48. 그것이 그의 그림자가 그렇게 분노한 이유다.”

49 Quanti si tegnon or là sù gran regi

50 che qui staranno come porci in brago,

51 di sé lasciando orribili dispregi!».

49.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 위에서 위대한 왕으로 스스로 생각하지만

50. 이 진흙탕에서 돼지처럼 지낼 것이다.

51. 그들은 끔찍한 오명만 남길 것이다.”


46행에 분노하는 자들의 특징이 나온다. 그가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선행을 떠올릴 수 없다. 세상에서 모든 권력, 부, 그리고 명성을 거머쥔 왕이지만, 지옥에선 진흙탕과 뒤범벅이 되어 돼지처럼 살고 있다고 말한다. 단테는 스승이 분노하는 자, 아르젠티에 대한 평가를 마친 후, 그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토로한다. 필리포 아르겐티는 피렌체 정치가로 소위 ‘네로’nero 흑파였다. 그는 부유한 정치가로 자신의 말을 은으로 입혀 ‘아르겐티’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그는 체격이 당당하고 성격이 급한 인물이다. 그는 이 곳 지옥에서도 자신의 성질을 못이겨 자신이 치아로 배를 갈아먹고 있다. 필립포는 단테도 분노의 죄를 지어 지옥으로 온 저주받은 자로 해석하였다. 필립포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피렌치 시민들을 모두 혐오하는 아디마리 가문의 거만한 귀족으로 등장한다. 그는 범죄자는 아니었지만, 너무 거만하고 항상 화를 내 자신이 타고 다닌 말에서 떨어져 지옥에서 영원히 살게 되었다.


단테는 필립포 아르젠티를 만나기 전엔, 지옥에 거주하는 자들에 대해 ‘연민’과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제 8곡에서 처음으로 단테 자신이 ‘분노’라는 감정을 획득한다. 아마도 이곳에서 ‘분노’라는 감정에 전염된 것 같다. 플레기아스, 베르길리우스, 단테, 그리고 필립포 아르젠티 모두 분노를 표시한다. 시인 단테도 아직도 자신에게 해악을 끼친 아르젠티에게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52 E io: «Maestro, molto sarei vago

53 di vederlo attuffare in questa broda

54 prima che noi uscissimo del lago».

52. 그리고 나는 말했다. “스승님, 나는 무엇보다도

54. 제가 이 호수를 떠나기 전에,

53. 그가 이 깊은 늪에 빠져 있는 것을 보길 원했습니다.

55 Ed elli a me: «Avante che la proda

56 ti si lasci veder, tu sarai sazio:

57 di tal disïo convien che tu goda».

55. 그리고 그가 나에게 말했다. ” 해변이 너에게

56. 보이기 전에, 너는 만족할 것이다.

57. 너의 바램은 성취될 만 하다.”

58 Dopo ciò poco vid’ io quello strazio

59 far di costui a le fangose genti,

60 che Dio ancor ne lodo e ne ringrazio.

58. 곧 나는 그가 늪에 있는 자들에 의해

59.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직도 그것 때문에

60. 신을 찬양하고 감사를 드린다.

61 Tutti gridavano: «A Filippo Argenti!»;

62 e ’l fiorentino spirito bizzarro

63 in sé medesmo si volvea co’ denti.

61. 그들 모두 소리쳤다. “필립포 아르겐티에게!”

62. 그 피렌체인은 분노로 미쳐

63. 스스로 자신의 치아로 갈아먹기 시작했다.


단테가 르상티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단테 <신곡>을 읽으면 읽을수록, 단테 자신의 마음 속에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나쁜 습관과 나쁜 개성에 대한 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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